[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 폐막식을 얼마 남기지 않은 가운데 지난 주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연금술사의 밀실: 이종배아 시네마와 정치성'이라는 주제로 얀슈반크마예르 감독을 기념하는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 날 행사에는 나호원 애니메이션 연구가, 체코 출신의 미할 차브카(Michal Žabka) 애니메이션 감독과 아네타 차브코바(Aneta Žabková) 애니메이션 감독이 패널로 참여하였으며 정찬철 한양대학교 한국현대영화연구소 연구교수가 사회자로 참여하였다. 

▲ 왼쪽으로 차례로 아네타 차브코바, 미할 차브카 체코 애니메이션 감독, 체코 문화원장, 나호원 애니메이션 연구가
▲ 사회를 맡은 정찬철 교수

토론에 앞서 정찬철 교수와 나호원 애니메이션 연구가의 강연이 차례로 진행되었다. 이 날의 강연은 슈반크마예르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살펴보고 라이브 액션의 예술적 '이종교배 hybridization'로 탄생한 작품들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들여다보는 내용이었다. 

정찬철 교수는 슈반크마예르의 작품이 '사라진 감정에 대한 재현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며 '어린아이일때 가지고 있던 감정들이 어른이 되면서 사회화되고 변질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슈반크마예르 작품에 대해 "잊혀진 순수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촉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상당히 성적이기도 하고 몇 가지의 순수한 감정 -슬픔 기쁨 아픔 따끔 등-으로 환원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 나호원 애니메이션 연구가

나호원 애니메이션 연구가는 슈반크마예르의 작품 속 신체를 "감각 덩어리이자 쾌락의 응결체"로 보면서 "연금술사가 시험관 속에서 키워낸 생명체, 호문쿨루수와 맞닿아 있다. 호문쿨루스는 인간을 닮았으되, 실제 인간보다 작은 인공 생명체로서 수명도 훨씬 짧다. 그렇다면 호문쿨루스는 영화-기계장치라는 시험관 속에서 잠시 투사되었다가 사라지는 우리 삶의 축소판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얀슈반크마예르 감독의 작품들을 재해석하였다. 

 

강연이 있은 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여러 질문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특히 얀슈반크마예르 감독의 작품에 왜 '혀'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하는가에 대해 패널들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나호원 애니메이션 연구가는, 혀라는 신체부위는 아마도 에로틱함의 상징으로 쓰였을 것이고, 기술적으로는 표현하기 쉬워서 사용한 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혀라는 신체부위는 애니메이션 역사를 보면 제일 먼저 금지되었던 신체부위다. 미키마우스가 혀로 '메롱'을 했던 것도 아이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 해서 금기시되었던 코드다" 이어 그는, "그러한 맥락에서 언론탄압을 할 때 상징적으로 '혀를 뺀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방금 든 또다른 생각은, 혀라는 게 '촉각'이면서 '미각'이고 '통각'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감각이라는 걸 극대화시키는 장치로 잘 쓸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미할 차브카 체코감독은 "내 해석은 두 가지다. 고기, 즉 '혀'는 살아있던 생물체였다. 살아있는 생물체를 죽이고 나서 살아있었던 생물체는 사물로 변경된다. 얀슈반크마이에르는 원래 살아있었던 사물을 가지고 애니메이션 영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게 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씀하셨고 또한 애니메이션 영화 속에서는 다른 의미, 역할을 줄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씀하셨다"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 얀슈반크마예르 '대화의 가능성' ⓒ 네마프

이어 그는, "두 번째 해석으로는 '혀'는 얀슈반크마예르 감독에게 '징그럽지만 매료적인 것'이다. 그가 아파서 억지로 고기를 먹어야했던 기억때문에 작품을 보면 음식에 대한 혐오와 욕망이 투영이 많이 돼있는데 과거에 자신이 받았던 좋지 않았던 기억들 충격들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날의 포럼은 패널들과 게스트들의 참여로 얀슈반크마예르 감독의 작품을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예정돼있던 시간을 훌쩍 넘기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한편,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네마프)은 지난17일에 개막하여 25일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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