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그랑블루', '레옹', '제5원소', 그리고 최민식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루시'까지 포함해 수많은 작품을 낳은 프랑스의 거장 뤽 베송이 30일 자신의 새 작품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를 공개한다. 국내에 있는 수많은 뤽 베송 감독의 팬들에게는 상당히 흥분시킬만한 소식임에 분명하다.

개봉에 앞서, 뤽 베송은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홍보차 22일 화요일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해 언론과 1시간 가량 질의응답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어 28일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하여 비정상회담 패널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기에 뤽 베송의 신작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입을 통해 들어보았다.

※ 해당 기사에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일부 들어가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 만화 '발레리안과 로렐라인' 스틸컷

1. 프랑스 만화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을 영화화한 이유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원작인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SF만화로 1967년 피에르 크리스탱과 장-클로드 메지에르의 손에 처음 연재한 이래, 2010년에 마지막 연재를 끝냈다. 프랑스 사람이라면, 다 아는 '국민만화' 급이며 우리나라로 치자면 '아기공룡 둘리'나 '날아라 슈퍼보드' 급이라고 보면 된다.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의 오랜 팬이라고 자처한 뤽 베송은 "영화화한 이유는 먼저 두 주인공 '발레리안'과 '로렐린' 때문이었다. 그들은 슈퍼히어로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며, 에이전트라는 임무를 수행하지만, 사랑 등 일상적인 고민들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7,80년대 쓰여졌지만, 만화에서 다루고 있는 환경, 공생, 인종차별 문제 등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진다. 그리고 어릴 때와 달리, 자라면서 꿈 또한 사회로부터 통제받는다. 어린이에게 꿈이 무엇이냐 물으면 '하늘을 나는 것'이라고 답하지만, 어른들은 '새 차를 사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어떻게 꿈을 꿔야 하는지를 잊고 있다.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들을 통해 성인들에게 사회가 앗아간 꿈의 힘을 일깨워주고 싶고, 이 영화는 꿈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른들에게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 영화 속 외계종족의 디자인이 탄생하기까지 과정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과연 관객을 압도하는 환상적인 비주얼이다. 원작에서부터 독창적인 세계관을 영화로 구현시키기 위해 뤽 베송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과 '아바타', 그리고 최근 국내에 개봉한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모션 캡쳐를 맡은 웨타 디지털 팀과 '스타워즈'를 담당했던 ILM, 그리고 '왕좌의 게임'의 숨은 공신 로데오FX가 시각효과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디자인을 위해 뤽 베송은 상당한 시간을 투입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28세기를 구현하고자, 전 세계 여러 디자이너들과 만나 여러가지 디자인을 달라고 의뢰했다. 총 1년 동안 아무런 대본 없이 생명체, 우주선, 시스템 등 총 6,000개에 다다르는 디자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과한 것을 정리하고자 하나 둘씩 버리면서 동시에 하나의 사회로 구현될 수 있게 체계를 세워나갔다. 가령 극 중 등장하는 우주정거장 '알파'를 예로 들면, 그곳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연도별로 정리한 600페이지에 달하는 참고서를 작성했고, 각 생명체 별로 5페이지에 달하는 설명서를 제작해 상세한 묘사를 통해 현실성을 부여했다. 이렇게 2년 동안 영화에는 대부분 나오지도 않는 부분들을 맹렬하게 생산했다"고 알렸다.

 

3. 데인 드한과 카라 델러비인, 왜 발레리안과 로렐린을 맡았나?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주인공인 발레리안과 로렐린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도 꽤나 주목받았다. 왜냐하면 할리우드 거장 중 한 명인 뤽 베송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였고, 그는 '레옹'에서 나탈리 포트만, '제5원소'에서 밀라 요보비치를 발굴했기에 제2의 신예가 등장하는게 아닌가 하는 기대도 있었다. 뤽 베송의 선택은 최근 떠오르는 배우 중 하나인 데인 드한, 그리고 카라 델러비인이었다. 

섭외 이유에 대해 뤽 베송 감독은 "발레리안과 로렐린은 10살 때부터 봐온 인물들이기에 그들에 대해 훤히 잘 알고 있었다. 데인 드한은 만난 후 불과 몇 분 안에 발레리안이 되어줄 것이라는 걸 알아봤다. 카라는 출연작이 많지 않았기에 수많은 테스트가 필요했고, 많은 것을 가진 배우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둘이 함께 할 때 케미를 확인해야했다. 두 사람을 한 자리에 불렀는데, 불과 몇 초만에 잘 어울린다는 확신이 들었다. 20년 전, 당시 11살이던 '레옹'의 나탈리 포트만과 장 르노가 같이 방에 들어설 때 느낌을 받았다. 운 좋게 매우 만족스러운 커플을 찾았다"고 흡족해했다.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4.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난 뤽 베송의 '워너비 여성상'  
뤽 베송의 작품을 유심히 살펴보면,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레옹'의 나탈리 포트만, '제5원소'나 '잔다르크'의 히로인 밀라 요보비치만 보더라도 전통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전사와 같다. 이번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여주인공인 로렐린 또한 그 어떤 일에도 망설임없이 저돌적으로 나선다. 

이에 대해 뤽 베송은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상의 모티브가 어머니임을 공개했다. 그는 "내가 가장 처음 만난 여자는 어머니인데, 우리 어머니는 부재중인 아버지 몫까지 해내 나를 키웠다. 그저 그런 소시민이었음에도, 언제나 존엄성을 잃지 않었고, 생계와 함께 나의 뒷바라지를 하는 강한 여성이셨다"고 언급했다.

이어 "나는 항상 여자들과 그들의 존엄성에 감명 받았다. 그들의 머리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강인함이 그것이며, 여자들과 그들의 방식에 대한 한없는 존경심을 영화에도 자연스럽게 반영했다"고 말했다.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5.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에 등장하는 데이빗 보위, 그리고 밥 말리
28세기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영화의 사운드트랙이다. 그 중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 있었으니, 바로 20세기 현대 음악사의 한 획을 그었던 데이빗 보위와 밥 말리의 음악이었다. 첫 장면과 함께 흐르는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 그리고 28세기 우주와 상반된 느낌의 'Jamming'은 인상적이었다.

뤽 베송은 "내가 이 노래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용했다. 첫 장면이 1975년 실제 우주비행 기록으로 시작하는데,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데이빗 보위와 어울렸다고 생각했다. 음악에 맞춰 영상을 편집해서인지 영상과 음악이 일치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8세기에 밥 말리 음악을 듣는다는 설정이 웃겼다. 예전에 눈 내렸던 그린란드에서 어떤 이가 밥 말리의 음악을 들으며 초밥을 먹는 걸 본 적 있다. 20년 전엔 이 3가지를 한꺼번에 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세상은 개방되어 문화를 서로 공유하고 향유하는 세상으로 바뀌었고, 이를 반영하고팠다"고 설명했다.

 

6.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VS '스타워즈' 시리즈, 누가 원조냐?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가 미국 개봉을 앞두고, 미국의 대표적인 SF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가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에서 많은 것을 착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우주선과 외계인 디자인, 그리고 '스타워즈'의 일부 에피소드가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의 설정과 유사점이 보여 원작자인 피에르 크리스탱과 장-클로드 메지에르는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뤽 베송은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이 '스타워즈'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스타워즈'의 이야기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조지 루카스의 것이다"며 "'스타워즈'의 선악구도와 부자관계 같은 주요 주제들은 그리스 신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반면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은 우주에서 활약하는 두 에이전트의 이야기라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주선과 같은 일부 세부적인 아이템에서 '스타워즈'가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의 영향을 전혀 안 받았다고 할 수도 없다. 나는 창작자들 간에 서로 영향을 받거나 공유하는 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또한, 뤽 베송은 "간혹 젊은이들 사이에선 내가 '스타워즈'를 도용한 줄 아는데, '발레리안과 로렐라인' 원작은 총 29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은 이미 존재한 만화책에 다 들어있다"고 말했다.

 

7. 마지막에 등장하는 'To My Father'의 의미
뤽 베송은 "영화를 아버지에게 헌정한 이유는 10살 때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의 첫 권을 나에게 주셨다. 공교롭게도 내가 제작에 들어가려던 찰나 돌아가셨기에, 나의 아버지가 이 영화를 못 보고 눈을 감으셨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천국에서는 엄청나게 큰 화면에 안경을 쓰지 않고 3D로 볼 수 있으니, 그 곳에서 잘 보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syrano@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