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숭고한 인류애 담아낸 진짜 '블록버스터'…뮤지컬 '벤허'
  • 서정준
  • 승인 2017.08.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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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대극장에 어울리는 진짜 블록버스터 뮤지컬이 왔다.

10월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벤허'는 루 윌러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유다 벤허'라는 한 남성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 스토리를 완성도 높게 담아냈다.

주인공 '벤허' 역에 유준상, 박은태, 카이, 친구이자 라이벌인 '메셀라' 역에 박민성, 민우혁, 최우혁이 출연하며 '에스더' 역에 아이비와 안시하, 미리암 역에 서지영, 퀸터스 역에 남경읍과 이희정, 시모니테스 역에 김성기, 빌라도 역에 이정수, 티토 역에 선한국, 티르자 역에 곽나윤이 출연한다.

'벤허'는 '두 남자 사이에서 힘 없이 기도만 하는 여자'나 '성녀와 악녀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자 주인공' 같이 흔한 구조도 아니고, 악당 메셀라를 최후의 결전에서 물리치고 행복하게 에스더와 결혼하는 러브스토리도 아니다. 그는 계속해서 가혹한 운명과 불운한 시대 속에 내던져져 뒹굴지만, 그 속에서 결국 용서라는 해답을 찾는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퀄리티는 가히 '블록버스터 뮤지컬'로 부르기 손색 없다. 무대의 가장 높은 곳까지 꽉 채운 콜로세움의 성벽,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2천년 전 느낌을 표현한 '벤허'의 집 등은 다른 극에서 찾기 힘든 웅장함과 디테일을 선사하고, 조명과 발소리로 위압감을 주는 로마군의 인상적인 첫 등장, 푸른 바다가 그대로 느껴지는 퀸터스의 구출 씬이나 골고다 언덕 등에서 보여준 놀라운 영상 연출은 힘을 제대로 줄 곳에선 주고, 빼야할 곳에선 빼는 연출의 승리다.

다만 굳이 아쉬운 점은 역시 1959년 영화의 그림자에 빛이 바랠 수밖에 없는 전차경주 씬이다. '잭 더 리퍼'에서 번개 치는 오프닝 등을 통해 영화같은 연출을 선보였고, '삼총사'에서도 마차 위에서 벌어지는 총격씬, 섬이 무너지는 폭발 장면 등을 만들어낸 왕용범 연출은 이번에도 무대 위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미장센을 만들었지만, CG 없이 만들어진 역대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전차경주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듯 하다. 

또 다른 점으로는 음악이 부족한 것이다. 뮤지컬 '벤허'는 영화로도 4시간에 이르는 방대한 스토리를 고작 140분(인터미션 제외) 안에 효과적으로 축약했다. 그런데도 '벤허'는 여타 인물 중심의 작품들과 달리 '이야기가 너무 급하다'거나,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거의 없이 개연성을 챙기며 나간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음악 하나 하나는 좋지만, 더 많은 음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뮤지컬 '벤허'는 좋은 의미로 관객의 기대를 배신한 작품이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극을 접하면 특별한 '사건'보다 인물의 '심리'를 좇는 마지막 장면에서 당혹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 뮤지컬의 '공식'과 같은 이야기를 최소화한 '벤허'는 대규모의 상업적 프로덕션인 대극장 뮤지컬에서 필요한 오락적 요소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예술적 지향점을 잃지 않은 결과를 보인다.

창작 초연 뮤지컬에게 앞으로 보태야 할 '가능성'이 아닌 충실한 완성도 속의 '아쉬움'을 찾아내는 일은 무척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제2의 프랑켄슈타인'이 아닌 '제1의 벤허'를 만들겠다던 배우들의 외침은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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