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어주는 남자 #006 - 백감독의 '뷰티 인사이드'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123인 1역, 그중 배우는 21명. '우진'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서 등장한 123개의 이미지. 다양한 얼굴로 변신하는 '엑스맨'의 미스틱과 원치 않게 외면이 변하던 '란마½'의 란마를 섞어 놓은 것 같은 이 캐릭터를 통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123 대 1

123명의 얼굴은 결국, 하나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내면이 얼굴의 변화와는 별개로 존재한다는 것을 '뷰티 인사이드'는 말하죠. "외면과 달리 우진의 내면은 늘 한결같다"라는 표현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진이 이수(한효주)를 대하는 태도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얼굴마다 조금은 달라 보였거든요.

분명, 이 다름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습니다. 우진의 변화에서 오는 우진과 이수의 심정, 그들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그들이 타인에게서 느끼는 시선 등에 대해 심리·사회학적으로 글을 써본다면 흥미로운 글이 될 것 입니다. 하지만 이글은 이 영화에서 보여준 인사이드, 즉 내면을 바라보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점에 관해 말할 것입니다. 형식은 이번에도 이동진 아저씨의 부메랑 인터뷰를 참고했습니다. 영화처럼 로맨틱한 글이 되길 바라며 시작하겠습니다.

   
 

"…뭘 했는지는 기억에 생생한데… 그 사람 얼굴이 기억이 안 나" - 이별을 실감한 이수

그녀는 수없이 많이, 그리고 많은 우진을 만났지만 끝내 그의 얼굴을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그녀가 매번 기억하려고 했던 것은 우진의 내면이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이수처럼 외면(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외모)을 무시하고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당신은 얼마나 외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우진의 뷰티 인사이드를 감싼 외면은 성·인종·나이에 관계없이 매일 변합니다. 심지어 언어적 배경마저도 변하죠. 이 모든 변화 속에서 이수는 우진의 내면만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그녀도 쉽지 않다는 것을 고백하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말합니다. 이는 그의 내면을 찾는 시간, 혹은 외면을 무시하는 위해 필요한 시간일 것입니다.

내면만을 고려할 수 있다면, 외형과 내면을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성·인종·나이 등에 대한 편견, 관습을 깨고서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뷰티 인사이드'는 좁게는 외모지상주의를 넓게는 동성애까지 말할 수 있는 영화가 됩니다. (우진이 최초엔 남자였기에 동성애까지의 확장은 무리일 수도 있지만, 엔딩에서의 고아성과 한효주의 입맞춤은 이성을 초월한 사랑으로도 읽어볼 만 합니다) 영화는 사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떠한 조건까지 무시한 채 사랑에 빠질 수 있나요.

 
"반말… 하지 말아줄래?" - 아이로 변한 우진에게 이수가 
앞에서 비교적 철학적인 것을 말했다면 이번엔 좀 더 현실적인 것, 변화에 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고 하죠. 몸이든 정신이든,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어떻게든 우리는 늘 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하다 보면 위 상황처럼 상대방이 아이처럼 변하는 순간을 목격할 가능성도 있죠.

   
 

당신의 연인이 전과 다르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이수처럼 반말하지 말라며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찰이 일어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죠.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이 예전의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이라면 누구를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까요. 아이처럼 변해버린 연인에게 당신은 요구르트를 줄 사람인가요.

영화는 상대의 변화까지 사랑하겠다고 말합니다. 이수는 우진이 변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을 행운이라 여기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사랑을 이어가는 것을 택했죠. 그리고 이수의 아버지도 변화를 긍정하는 말을 던집니다. 먼저 떠난 아내와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딸의 질문에 아버지는 "함께 늙어가는 것을 보고 싶다"라는 말을 하죠. 그 변화를 보고 싶은 이유를 '뷰티 인사이드'는 공백으로 남겨두지만, 변화 역시 사랑의 과정임을 이수의 아버지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딸에게 변화는 사랑의 일부였습니다.

 
"변한 건 그가 아니라 내가 아닐까." - 이별을 후회하며 이수가

우진의 모습은 늘 변하지만, 사실 그 변화를 더 명확히 인지하고 느끼는 것은 이수였죠. 우진이 이수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이수가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변해버린 이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번 다를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정말, 늘 변한 것은 이수의 눈빛일지도 모릅니다.

   
 

이와 유사한 대사가 '내 아내의 모든 것'에도 등장합니다. 아내가 변했다고 말하는 남편에게 카사노바 정창기(류승룡)가 말했죠. "변한 건 너야!" 연인 간 균열의 원인이 상대방의 변화가 아닌 자신의 변화에 있을지 모른다는 관점의 전환. 굳이 '먼저 변한 것은 누구인가'를 따지는 시도를 할 수도 있겠지만, 위대한 셜록 홈스도 명확한 답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관계란 미묘한 것이고, 사람은 자신이 본 것만을 말할 수 있는 한계가 있죠. 때로는 기억에 왜곡이 일어나는 비극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억의 왜곡, 비극에 관한 이야기는 '라쇼몽'을 추천합니다)

"어제의 나는 과연 오늘과 같을까". 변화는 아주 작은 것에서 그러고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 "누가 먼저 변한 것인가"라는 질문은 답을 내리기 어렵고 무의미하며 소모적일 수 있습니다. 대신에 관점을 바꿔 생각해 본다면 놓치고 있던 감정들을 발견할지도 모르죠.

마치며... 뷰티 인사이드, 뷰티인(人) 한효주

끝으로 영화 자체에 관해 이야기해야겠습니다. '뷰티 인사이드'는 인텔, 도시바의 합작 노트북 광고가 원작입니다. 이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뿐만 아니라, 몇몇 신의 구도, 전개는 광고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도 있습니다. 영화가 광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인상이죠. 그리고 광고의 짧은 호흡을 영화의 긴 호흡으로 옮기는 과정이 성공적이라 말하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123인이 이질감 없이 1역을 보여준 것, 변화를 바라보는 연인의 마음을 담았다는 것 등 영화적 성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내용과 전개가 빈약해 밍밍합니다.

'뷰티 인사이드'의 백감독은 광고계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상미가 돋보이는데, 특히, 한효주라는 배우를 매우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야기의 빈약함을 한효주의 이미지가 견디고 있는듯하죠.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 영화이지만, 정작 '뷰티 인사이드'는 한효주의 이미지로 기억될 가능성이 큽니다.

 
[글] 아띠에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영화리뷰 웹진 '무빗무빗'의 에디터. (movitmov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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