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영화인' 대백과사전…장진영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9년 9월 1일은 잊을 수 없는 날 중 하나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이었던 장진영이 세상을 떠났던 날이다. 2008년 9월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한 지 약 1년이 지난 후였다. 8년이 지난 지금도, 대중에게 장진영은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장진영 특유의 매력과 관객들을 몰입시키게 만드는 연기력은 그가 남기고 간 작품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이번 편은 특별히 장진영의 추억을 기리고자 한다.

 

'반칙왕' 장민영 역
- 1997년 KBS 드라마 '내 안의 천사'로 연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한 이후, 드라마와 시트콤을 병행하면서 연기 경력을 쌓아나갔다. 영화계에는 1999년 '자귀모'로 발을 들여놓았지만, 장진영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했던 건 2000년 김지운 감독 작품인 '반칙왕'에서부터였다. 장진영은 극 중 레슬링 관장 딸이자 트레이너인 '장민영' 역을 맡아 주인공인 '임대호(송강호)'의 조력자로 활약했다. '반칙왕'이 성공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대중들이 그의 이름을 하나둘씩 기억하기 시작했다.

 

'소름' 선영 역
- '반칙왕' 이후 장진영은 '싸이렌'을 거쳐 윤영찬 감독의 공포 영화 '소름'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되었다. 장진영에게 있어 '소름'은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중요한 터닝포인트 중 하나였다. 낡은 아파트에서 아이까지 잃어버리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줄담배를 피워대는 피폐한 여자 '선영' 역을 맡은 장진영은 '소름'을 통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홍보대사로 선정되는가 하면, 각종 상을 싹쓸이하게 되었다. 그의 첫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도 '소름'으로 받았다. '소름' 이후, 영화계는 장진영을 서서히 찾기 시작했다.

 

'국화꽃 향기' 민희재 역
- 장진영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가 바로 2003년 초에 개봉한 김하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국화꽃 향기'이며, 그를 추모할 때 종종 언급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가 연기한 '민희재' 또한 극 중에서 상대역인 '서인하(박해일)'의 아이를 낳고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진영을 그리워하는 일부 팬들은 '국화꽃 향기'를 보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국화꽃 향기'는 장진영과 박해일의 멜로 연기, 그리고 성시경이 부른 OST 곡 '희재'를 은은하게 남겼다.

 

'싱글즈' 나난 역
- '국화꽃 향기'처럼 '싱글즈' 또한 장진영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영화며, 현대 2,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영화다. 카마타 토시오의 원작 '29세의 크리스마스'를 영화화한 '싱글즈'에서 장진영은 서른을 눈앞에 두고 있는 디자이너 '나난' 역을 맡았는데, '소름' 때와 달리 흥행까지 성공하면서 단숨에 국내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 수(220만 명)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진영은 '싱글즈'를 통해 두 번째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역
- 2006년 개봉한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장진영은 또 한 번 인생연기를 펼쳤다. '싱글즈'에서 서른을 앞둔 여성들의 연애/결혼관을 대변했다면,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통해 남녀 간의 연애와 사랑의 개념에 대해 돌이켜보는데 한 몫 했다. 장진영은 극 중 술집 여자인 '인아'를 연기했고, 대한민국영화대상 여우주연상, 그리고 황금촬영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슬프게도, 이 작품이 장진영의 마지막 영화였고, 2007년 드라마 '로비스트'가 유작이 되었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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