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햄릿 증후군'을 아시는가?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말에서 출발한 이 증후군은 현대인들이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 치여 결정을 잘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문화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문화뉴스가 이 달의 문화 추천 시리즈를 준비했다. 뮤지컬, 연극, 영화, 전시, 음악회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 콘텐츠 중 문화뉴스가 직접 작품들을 뽑아 추천한다. 9월의 추천 연극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확인한다.
  

   
 

'깃븐우리절믄날' / 연출 - 성기웅
출연 - 이종무, 양동탁, 이화룡, 문현정 등 / 개막일 - 9월 4일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으로 2008년 12월에 초연됐던 작품이 '제2회 종로구 우수연극축제'를 통해 다시 돌아온다. 1930년대 경성의 젊은 예술가들을 둘러싼 이야기는, 연애와 모더니티, 문학적 감각이 모두 담겨있다. 연극은 1930년대의 언어적 특징을 '성기웅 식'으로 감각 있게 표현해냈다. 살아있는 연극이지만 '문학성'에 주의를 기울였다던 성기웅. 그의 연극에서는 어떤 문학적 화법이 태어날지 기대해 봐도 좋다.

'나는 형제다' / 연출 - 김광보
출연 - 이승주, 장석환, 이창직, 강신구 등 / 개막일 - 9월 4일

김광보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극단의 첫 번째 공연이다. 내용은 2013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 테러 사건을 모티브 삼고 있다. '선(善)'에 대한 근본적이고 모순적인 고찰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고연옥 작가와 김광보 연출 콤비의 4년만의 신작으로 이목을 끄는 이번 연극은 여전히 인간 내면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창작됐다. 그들이 현재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각자 고민해봐도 좋을 것이다.

'바늘과 아편' / 연출 - 로베르 르빠주
출연 - 마크 라브래쉬, 웰슬리 로버트슨 3세 / 개막일 - 9월 17일

현대 이미지 연극의 대가 로베르 르빠주가 한국 관객을 다시 찾는다. 그가 이번 9월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일 '바늘과 아편'은 세 예술가의 삶과 사랑, 상실과 중독에 관한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짜임새 있게 직조된 연극이다. 연극은 불어와 영어로 공연되고,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르빠주 스타일의 극단을 보여주는 걸작"이라는 호평을 받는 이번 작품은, 연극을 공부하는, 현대 연극을 사랑하는 모든 관객들에게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을 선사해줄 것이다.

 

   
 

'복도에서/美성년으로 간다' / 연출 - 부새롬
출연 - 백성철, 최진혁, 김지훈, 이화정 등 / 개막일 - 9월 22일

우리시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이양구 작가의 '복도에서'는 면담을 기다리는 '복도'를 통해 청소년들의 불안을 그려내 201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된 바 있다. 김슬기 작가의 '美성년으로 간다'는 동시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가족 간의 소통 부재, 또래집단에서 겪는 갈등을 보여준다. 공개 오디션으로 캐스팅된 다양한 배우들은 연극계의 새롭고 신선한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와 아들' / 연출 - 이성열
출연 - 오영수, 박혜진, 남명렬, 이명행 등 / 개막일 - 9월 2일

러시아 3대 문호로 추앙받는 투르게네프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세기 청년들이 겪어야만 했던 지독한 니힐리즘(nihilism). 격변을 겪던 19세기 러시아의 아들 세대와 아버지 세대 간의 갈등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극계 원로 배우들로부터,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연기파 배우들이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실재의 것으로 재현해낸다. 세대 간 갈등과 사랑이라는 자기모순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현재의 고민을 19세기 러시아의 삶을 통해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

'에쿠우스' / 연출 - 이한승
출연 - 안석환, 김태훈, 남윤호, 서영주 등 / 개막일 - 9월 4일

국내에서 40년간 이어져온 연극계 명작 '에쿠우스'가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연극은 영국의 26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마구간지기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적 화두인 신, 인간, 섹스에 대한 고민과 잠재된 욕망에 대해 심도 있게 그려낸다. 다시 돌아온 '에쿠우스'는 관람가가 19세에서 17세로 낮춰졌다. 17세 소년 서영주가 캐스팅되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관람가능 연령이 낮아졌다고 해서 에쿠우스만의 카리스마와 섹시함이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챙' / 연출 - 임영웅
출연 - 손봉숙 / 개막일 - 9월 1일

한국 연극계의 두 거장 임영웅 연출과 이강백 작가가 만난다. 연극 '챙'은 어느 교향악단의 심벌즈 연주자였던 '함석진'이 주인공이다. '챙'은 함석진의 음대 시절부터 교향악단 입단, 결혼, 그리고 연주자로서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주목할 점은 무대에는 함석진이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노드라마'라는 형식으로 펼쳐지는 이번 연극에서는 배우 손봉숙의 깊은 연기 인생을 맛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소극장의 산증인 '산울림'에서의 큰 울림과 감동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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