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어버린 얼굴 1895' 제작진과 배우들이 포토타임 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명성황후의 악, 그리고 그 이면의 가장 여린 부분이 어떤 것일지 고민했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가 2년 만에 돌아왔다. 2013년 초연 당시 음악과 안무, 무대 미술의 조화로 종합예술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기존의 드라마를 유지하되 음악과 안무를 강화해 한층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신비감과 긴장감을 아우르며 역사적 사건이란 현실과 환상을 교차해 보여주는 음악과 전통과 현대적 움직임을 결합한 안무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

작품은 명성황후의 사진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기존의 역사관과 다른 시선에서 명성황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에 다가간다. 민비와 황후라는 상반되는 이미지에 가려져 자신의 본질을 잃어버린 명성황후를 보여줌으로써 '정체성 찾기'란 현대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스터리한 드라마가 펼쳐지는 무대는 간결한 액자 프레임과 삼면의 벽, 리프트를 활용한 바닥 등으로 서울예술단 특유의 공간 연출을 한껏 즐길 수 있다.

1일 오후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잃어버린 얼굴 1895'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간단한 작품 설명으로 시작된 프레스콜은 공연 하이라이트 시연으로 이어졌다. 배우 차지연, 정원영, 고훈정, 조풍래, 박영수, 김도빈 외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선보인 무대가 끝나고 배우들과 최종실 예술감독, 이지나 연출, 장성희 작가, 민찬홍 작곡가가 함께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 (왼쪽부터) 최종실 예술감독, 장성희 작가, 민찬홍 작곡가

예술감독으로서 인사말 부탁한다.

ㄴ 최종실 예술감독 : '잃어버린 얼굴 1895'는 2013년도에 초연을 마치고 재공연을 원하는 분이 많아 다시 올리게 됐다.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많지만, 이 작품은 특히 드라마가 신선하고 무대 연출이 세련돼서 다른 작품과는 다른 감동을 주는 것 같다. 특히 이번 공연을 위해 음악적으로 많이 보강했다. 새로운 노래가 추가됐고 편곡도 전체적으로 다시 해 풍성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했다.

2년 만의 재공연이다.

ㄴ 민찬홍 작곡가 : 음악 업그레이드 작업을 많이 했다. '세상 끝에서'란 넘버가 추가됐는데, 휘와 김옥균이 이 넘버를 통해 설득력을 더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드라마적으로 캐릭터가 강화됐다. 많은 분의 지지가 있었고 연출, 작가님이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즐겁게 작업했다. 특히 양주인 음악감독님이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초연 때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이 2년 동안 무르익고 돌아와서 더 큰 감동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고, 휘 역에 새로운 배우들이 수혈돼서 귀가 즐거운 공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악을 강화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ㄴ 민찬홍 작곡가 : 하나의 뮤지컬이 초연 공연을 올리는 것만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뮤지컬에서 음악은 너무나도 중요하고 드라마를 그 안에서 표현해야 해서 계속 수정하고 보완해야만 좋은 작품이 된다. 그게 뮤지컬이 가야 하는 길인 것 같다. 초연을 올리고 당연히 보완해야 할 것들을 재공연을 통해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많은 작업을 하게 됐다.

 

   
▲ (왼쪽부터) 정원영, 조풍래, 박영수, 차지연, 김도빈, 고훈정

새로운 넘버가 추가됐는데 배우로서는 어떤지.

ㄴ 김도빈 : 초연 때는 갑신정변이 삼일천하로 끝나고 휘를 만나서 대사로만 혁명에 대한 아쉬움이 표현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노래로 표현하니까 가슴에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다. (웃음) 개인적으로 작품에서 이 넘버가 가장 좋다. 두 명의 목소리가 합쳐질 때 희열도 느껴지고 굉장히 속 시원하다.

갑신장면이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히곤 하는데,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ㄴ 장성희 작가 : 을미사변 당시 근대의 입구에서 희생됐던 보통 사람들의 해원을 추구했다. 휘가 일반 민중 입장에서 명성황후를 바라보고 회고한다. 휘와 그 주변 인물을 극적으로 연결해 당시에 희생됐던 궁녀나 어지러운 시대 상황 속에서 쓰러져간 이름 없는 사람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서울예술단의 안무, 특히 무용수들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넋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었다.

갑신정변 장면은 초연 때 연출님과 대화를 하던 중에 뮤지컬 주요 관객층이 여성인데 꽃미남 배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해서 만들어졌다. (웃음) 그래서 극 중에서 가장 스펙타클한 장면이 됐고, 주제적으로는 젊은이들의 이상이나 열망을 담고자 했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젊은이들의 꿈을 드러내기 위해 갑신정변을 활용했다. 왜 실패했는지 짚어보며 자기 성찰적인 부분도 대사로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같은 소재를 다룬 작품이 같은 공간에서 공연 중이다.

ㄴ 장성희 작가 : 뮤지컬 '명성황후'는 초연 공연 때 봤다.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그때 본 것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명성황후'에서는 명성황후가 국모로서 추존되는, 하나의 여성영웅으로서 그려진 것 같다.

제 창작물의 가장 기본은 제가 여자라는 사실이다. 역사도 여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 명성황후는 많이 불편한 인물이다. 황후란 호칭으로 부르기도 껄끄러울 만큼 악행이나 극단적인 에피소드도 많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 악을 그냥 내버려두면 스스로 정리가 안 돼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려 노력했다. 악의 이면에 가장 여린 부분이 어떤 것일지 고민했고, 뮤지컬과 가장 큰 차이점이 이게 아닌가 생각한다. 차지연 배우를 만나면서 캐릭터가 더 분명해졌는데, 쓸쓸한 여성의 초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명성황후가 살아있다는 설정을 한 소설도 있고, 대원군이 죽였다는 속설도 있을 정도로 그녀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지나 연출도 미스터리하게 남겨두자고 해서 작품의 결말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 '명성황후' 역을 맡은 배우 차지연.

2년 만에 다시 만난 명성황후다.

ㄴ 차지연 : 복이 많은 배우인 것 같다. 이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고 이 안에서 숨 쉴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초연 때 함께했던 배우들이 다 또래다. 각자의 삶을 살면서 좀 더 성숙해졌고 많은 작품을 하다가 다시 만나서 그 안에서 오는 기쁨이 있다. 같이 잘 성장해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서로 자랑스럽다. 위험한 장면들도 많은데 마지막 공연까지 다치는 사람 없이 초연 때처럼 좋은 감동 끝까지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본인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인지 말해달라.

ㄴ 조풍래 : 보통 다른 작품에서는 제가 맡은 캐릭터가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잃어버린 얼굴'에서는 민영익의 모습보다 화자로서 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민영익이 휘를 만나 명성황후를 설명할 때, 사실이 허구를 만났을 때 명성황후가 어떻게 표현될지 어려운 점이 많았다. 화자로서 명성황후를 보여주는 역할이라 독특한 경험이었고 배우로서 한 테두리를 벗겨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화자로서의 역할 때문에 민영익 자체의 이야기는 부족한 것 같다.

ㄴ 장성희 작가 : 사진으로만 봐도 젊은 시절 민영익은 굉장히 자신만만하고 눈이 살아있는 인물이다. 촌수가 멀긴 하지만 누나의 힘을 등에 업고 미국까지 갔다 오고 누린 게 아주 많다. 역사 속에서 정적인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이미 기가 꺾인, 다쳐서 치명성을 입고 망명했다가 다시 대한제국으로 돌아온 민영익을 표현하다 보니 젊은 시절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민영익이 회고하는 왕실의 역사는 결국 자신의 가족 이야기기 때문에 자기 연민에 차있을 수밖에 없다. 민영익을 좀 더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성숙한 장면만 소화하라고 해서 조풍래 배우한테도 미안하다. (웃음)

서울예술단의 이전 작품인 '신과 함께'에서 맡았던 김자홍 역과는 완전히 다른 역할이다.

ㄴ 김도빈 : 많은 분이 제가 김자홍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김옥균을 그냥 저라고 보시면 된다. (웃음) 전 작품에서는 김자홍이란 찌질하고 소심한 남자 역할을 했는데 이번엔 야망에 불타고 멋있는 역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 (왼쪽부터) 단체 촬영이 끝난 후 정원영, 고훈정 배우가 다시 무대로 나와 포즈를 취했다.

서울예술단과 처음 작업했다.

ㄴ 고훈정 : 무섭기도 하고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단체에서 객원으로 연습하고 공연하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첫 연습 때부터 선배님들이 굉장히 잘 챙겨주셔서 이질감 없이 연습했다. 조풍래 배우를 제외한 모든 배우가 다 따뜻하게 대해주신 것 같다. (웃음) 공연 끝나기 전까지 조풍래 배우와 친해지는 게 목표다.

'휘'의 매력을 꼽아달라.

ㄴ 정원영 : 휘는 허구의 인물이자 화자 역할을 한다. 관객분들이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볼 때 저도 같이 바라보면서 용서와 깨달음을 얻어가곤 한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숨쉬기도 힘들 만큼 어마어마한 장면들이 많다. 제가 그런 장면들 사이에서 휘- 숨 쉬며 쉬어가게끔 하는 역할이다. (웃음)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보시다가 제가 나오면 한숨을 쉬시고, 다시 긴장하며 보시면 된다.

유약하면서도 광기 어린 역할이다.

ㄴ 박영수 : 인터넷에서 고종을 검색하면 유약하다, 우유부단하다, 휘둘린다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종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고종이란 인물이 결코 가만히만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대원군에 의해 왕이 돼서 준비하는 과정도 있었고 왕으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는 기간이 분명 있었다. 단지 그 기간에 대원군과 명성황후 사이에 서 있던 것이다.

지금의 관점에서는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 시절에는 충분히 움직이고 있었고 백성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 작품에서 명성황후를 등지는 장면도 있고. 고종이란 인물이 역사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그럴 의지를 품고 있었다는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

어떤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지.

ㄴ 박영수 : 한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 모든 분께 추천한다. 한국의 역사에 관심 있는 외국인분들도 환영한다. 자막이 모두 준비돼있다. (웃음)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