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6일 개봉을 앞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tvN 예능 '알쓸신잡'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영화화한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는지,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신연 감독은 지난 8월 28일에 있었던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원 감독은 "영화화하기 전에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 먼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 원형이 많이 반영되어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도 보기에 문제없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필자는 '살인자의 기억법'을 영화로 먼저 접한 뒤에, 원작소설과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시사회 직후 곧바로 서점에서 '살인자의 기억법'을 구매했다. 그래서 이번 편은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와 소설을 접한 관점에서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보고자 한다.

※ 주의 : 해당 기사는 '살인자의 기억법'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70대 김병수 vs 50대 김병수, 무엇이 다른가?
영화나 소설에서나 '살인자의 기억법'의 주인공 '김병수(설경구)'는 과거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은퇴한 이후 조용히 살던 어느날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하루가 지나갈 수록 기억에 잃어가는 인물이다. 그의 딸인 '은희(설현)'와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태주(김남길)'를 경계하면서 예전 살인자로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을 모으게끔 한다.

기본적인 틀은 같지만, 병수를 향한 소설과 영화의 관점은 차이가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50대의 병수는 살인을 '청소'라고 칭하며 사회에 악이 되는 이들을 죽인다는 명분과 정당성을 부여해왔다. 하지만 소설 속 70대의 병수는 살인을 마치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처럼 여겼다. 소설 내용 중 시를 빗대어 살인을 표현하는 병수의 생각, 그리고 소설과 영화에서 병수의 상반된 결말이 그 예다.

 

2. '조연 박주태'에서 '주연 민태주'로 바뀌다
영화에서 병수의 대척점에 서서 평행을 이루는 민태주는 극 중에선 '박주태'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병수는 태주(혹은 주태)를 본능적으로 연쇄살인범으로 인식하고 그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재창조되었다 싶을 정도로 병수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사실 소설 속에서 병수가 박주태를 끊임없이 언급하지만 정작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원신연 감독은 "원작에서 조연이지만 영화화면서 중심을 담당하는 두 개의 축을 만들어야 했기에 민태주의 비중이 중요할 수 밖에 없었다. 민태주 자체로서도 존재하지만 내 나름대로 구성하면서 이 모습 자체가 김병수라는 인물의 또다른 자아 혹은 그의 과거라고 생각해봤다. 그렇기에 정교하게 살을 붙여 가공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3. 병수, 그리고 병수의 딸 은희 사이의 진실
극 중에서 민태주의 비중이 눈에 띄게 커짐에 반대로 은희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영화에서 은희와 병수는 강한 유대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아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을 맴돌던 태주에 대해 병수는 태주로부터 은희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심정으로 그를 경계하면서 살인의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하지만 소설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전혀 다르다. 은희는 어렸을 적 혈액검사를 통해 병수가 친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고, 이 사건으로 은희는 학창시절에 왕따와 갖가지 소문에 시달렸다. 그 이후, 병수와 은희는 부모자식간 사랑보다는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다. 병수가 주태로부터 은희를 지키고자 하는건, 은희를 향한 애정보다는 주태가 자신으로부터 무언가를 빼앗으려고 하는 병수의 위기감이 더 강했다.

 

4. '살인자의 기억법', 소설과 영화 각자만의 매력
소설의 기본 틀을 가져와서 영화를 만들었지만, 원신연 감독이 "소설에 가까우면서 먼 영화"라고 한 말을 증명하듯, 연출 방식 또한 소설과 달랐다. 소설은 전적으로 병수의 일기를 주로 하며 철저하게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기억을 잃어버림으로써 세계가 무너지는 한 사람의 공포를 생동감있게 다룸과 동시에 김영하 작가의 감각적인 문구와 구절들이 인상깊다.

영화 또한 소설의 방식과 느낌을 그대로 가져오고자 했지만, 판타지적 요소를 살리고자 김병수의 독백에서 김병수와 민태주의 대립구도로 변형되어 좀 더 스릴러 영화에 맞게 탈바꿈했다. 또한 영화에서 사용된 나레이션 또한 1인칭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기억을 잊지 말자'는 병수의 의지를 더욱 드러나게 했으며, 동시에 관객들이 병수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게끔 유도했다.

 

5. 오로지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인물들?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앞서 설명했듯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70대 남성 김병수의 일기를 토대로 써내려간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로지 이야기는 병수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병수의 생각이 대부분 반영되어있다. 그래서 소설 속 등장 인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원신연 감독은 영화화 작업을 거치면서 소설에서 비중이 없거나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인물들을 추가했다. 병수의 오랜 친구이자 파출소 소장 '병만(오달수)'과 병수와 함께 문화센터 동료 수강생인 '연주(황석정)'는 소설 속에서 '오 형사'와 '이름없는 수강생'으로, 병수의 누나이자 수녀인 '마리아(길해연)'는 오로지 영화에서만 등장한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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