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대한민국의 현대무용이 발전하는 속도는,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LDP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푸른 눈의 이방인. 하지만, 청국장에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이 남자는 독일에서 건너온 무용가 미샤 푸루커(Micha puruker)다. 한국에 넘어온 지 횟수로 이번이 17번째라고 하니 우리와는 보통 인연이 아닐터. 우리와의 첫 인연 역시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모습이 아직 낯설던 1991년이었다고 하니, 우리와는 이만하면 오래된 막연지간이라고 할 사이다.

미샤는 모다페의 전신인 국제현대무용제의 초청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나고 LDP 초대단장인 무용수 신창호와의 인연으로 LDP 무용단의 해외예술감독을 역임하면서 우리 현대무용계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LDP 창단공연과 SIDance, 뮌헨 i-camp, Mufatalle theater, Hannover Festival, Manheim Festival 공연을 진행했다.

미샤는 태어난 지 15년이 된, 우리 나이로 치면 꽤 훌륭하게 성장한 '중학교 2학년' 즈음의 LDP 무용단에게 최근 꽤 골치 아픈 숙제를 선사했다. 알게 모르게 기존의 패턴에 익숙해진 LDP에게
'기존의 LDP를 뛰어넘는 LDP를 창조'하라고 한 것이다. 이날 통역을 맡은 LDP의 전 대표이자 간판무용수로 활약중인 신창호는 "선생님 역시 만만치 않은 미션에 도전하신 셈"이라면서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품는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13명의 LDP 단원들 중에 어떤 무용수가 가장 잘 따라오고 있느냐는 질문에 미샤는 "모든 멤버들이 기대 이상으로 해주고 있다"고 흡족해하면서, "그간 실험적인 도전으로 그 존재감을 증명해왔던 LDP무용단이 새롭게 태어날 이번 공연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미샤 푸루커와 무용수 신창호. LDP로 더 끈끈해진 두 남자. 지금까지 가까운 사제지간이다.

미샤는 본인 스스로 무용계의 판을 흔들어 온 사람이다. 독일 뮌헨의 'Tanztendenz' 창립 멤버로, 1985년부터 2000년까지 이름부터 눈길이 가는 'Dance Energy' 예술감독을 역임한 미샤는 1987년 당시 발레풍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현대무용계의 정숙한 판에 에너지 넘치는 댄스로 획을 그었다. 본인 스스로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회상하지만, 그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새로운 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한국의 현대무용에 대해서 그는 "한국의 댄서들은 선 대화, 후 연습이 아니라 먼저 부지런히 연습을 하고 자신의 무용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 점이 유럽과는 다르다면서, 외국 댄서들은 자기 고집이 굉장히 강하지만, 한국의 댄서들은 좋게 말해서 피드백인 '지적'에 굉장히 유연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장점+장점이 더해져서 굉장히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미샤는 다만, 유럽사람들은 고집이 세지만 장르+장르의 결합에 대해서는 유연하다면서, 한국의 예술 역시 지금보다는 더 다양하게 '문화적 결합' 현상이 일어났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공연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미샤는 "예술적이며 공식화된 리서치의 시작점인 '불분명한 경계와 출현(indistinction and emergence)'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중국 학자 프랑소와 줄리앙( francois jullien)의 책들과 화가이자 작가인 볼스(Wols)의 작품과 관련,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유사한 양식으로 제 2차 세계대전후 번성한 유럽의 회화운동 'informel' 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 새로운 의미, 이미지, 제스처 안에서의 '혼돈'의 동양과 서양의 이상을 용해하고자 한다" 덧붙였다. (-편집자주 : 아래 인터뷰를 보면 위 텍스트가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됩니다-)

어느덧 한국 현대무용계의 한 축이 돼버린 LDP 무용단은 4일(금)부터 6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총 5회의 특별한 공연을 펼친다. 창단 15주년의 의미를 부여해 공연 명을 '리익스플로어 엘디피(RE-Explore LDP)'로 정했다고 한다.

LDP 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는 하나로 정하기가 어렵다. 폭발하는 에너지, 질주하는 패기, 강하고 아름다운 테크닉, 속도감 넘치는 무대… 여기에 이번에 LDP와 대한민국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는 미샤의 신선한 영감이 더해진다니 절로 공연이 기대된다. 늦여름과 초가을의 애매한 경계 사이에서 달력을 보며 처져있는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공연이길 바란다.

문화뉴스 이우람 기자 pd@munhwa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