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을 2018년 2월 18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에 결성된 건축 집단의 활동'을 통해 한국 현대건축의 흐름을 살펴보는 전시이다. 87체제 30년, 러시아혁명 100주년 등 국내외 중요한 사회적 변혁을 성찰하는 현시점에서 이 전시는 최근 문화예술계 전반에 파고든 1990년대에 대한 비평적 성찰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콘크리트'가 민주화 이후 건설과 소비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폭발적인 성장과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시장 개방, 그리고 IMF로 이어진 짧은 영화의 급속한 붕괴를 상징한다면, '종이'는 그에 대응한 우리 건축계의 각성과 이를 토대로 한 건축운동이 남긴 결과물이자 건축 집단이 추구했던 이념을 뜻한다.

▲ 전시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이 건축가 개인전이나 파빌리온 설치가 아닌 한국 건축의 역사를 주제로 기획한 전시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라며 "건축을 연구/수집하는 전문 시각예술기관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의 건축 아카이브 연구와 향후 건축 전시의 방향을 점검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 전시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

정다영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가 아카이브에서 그치지 않고 시각적으로 재생산하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번 전시를 위해 30여 개의 단체, 개인들에게 자료를 모았다"면서, "그 과정에서 자료의 축적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카이브로서 끝날 수 있는 전시가 많은 영상, 그리고 마지막에는 원하는 자료를 복사해서 가져갈 수 있는 체험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구성되었다.

▲ 전시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은 한국 현대건축의 역사적 전환기로 교육을 비롯한 건축의 여러 제도적 틀을 확립하기 위한 자양분을 형성한 시기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민주화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태동한 '청년건축인협의회'(1987-1991), '건축운동연구회'(1989-1993), '민족건축인협의회'(1992-), '4.3그룹'(1990-1994), '건축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1993-2000), '서울건축학교'(1995-2002), 그리고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1995-2006) 등 10여 개의 건축 집단이 소개된다. 주택 200만 호 건설, 신도시 공급 등 건축시장이 가장 풍요로웠던 시절 등장한 이 집단들은 당대 상황을 비판적으로 성찰했지만, 그 활동이 10년 넘게 지속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각 집단의 활동들은 한국 현대건축의 담론 지형을 그리는 지표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한국 건축이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 전시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진보적인 건축운동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청년건축인협회(청건협)는 진보적인 역사이론을 전파하며 도시 재개발 문제, 도심지 소필지 개발, 용산공원화 사업 등 오늘날에도 유효한 도시건축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청건협 활동과 이들이 남긴 연구 자료가 최초로 공개된다. 그리고 승효상, 조성룡, 김인철 등 당시 30-40대 젊은 건축가 14인으로 조직된 4.3그룹은 이후 서울건축학교,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 등 교육 단체로 활동 범위를 옮겼고, 파주출판도시 등 2000년대 초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건축가로 성장했다.

▲ 전시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

이들의 움직임은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질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을 설계하고 짓는 내부적 문제의 향상을 추구하고자 했다. 한편 서로 다른 입장과 태도를 지녔던 건축 집단들은 결과적으로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건축 교육 개선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이렇듯 1990년대는 건축인들이 건축 내 외부 경계를 넘나드는 지적 토대를 쌓고자 분투한 시기였으며, 한국에서 '현대건축'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는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전시는 '콘크리트'의 세계에 대응하고자 했던 '종이'가 남긴 유산과 만나는 공간이자 한국 현대건축을 둘러싼 다층적인 맥락과 지평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전시 전경 ⓒ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한편, 12월 9일에는 한국건축역사학회와 서울관 멀티프로젝터홀에서 공동주최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또한, 전시 기간 동안 제3전시실 내에서 건축운동에 참여한 주요 관계자들을 초대하여 7차례 포럼을 진행한다. 전시장 공간은 포럼이 열릴 때마다 테이블이 이동되는 등 주제에 맞게 재배치되어 공간의 새로운 분위기를 전달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할 예정이다.

▲ 전시 전경 ⓒ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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