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쇼박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9월 6일, 소설가 김영하의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이 마침내 영화화하여 개봉하였다. 대중에게 널리 인정받았던 작품을 새롭게 창조된다는 것은 항상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원작과 숱하게 비교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개봉 3일차인 9월 8일 기준 현재 누적 관객 수 474,692명을 기록하고 있어 순항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단연 주연배우인 설경구였다. 지난 5월에 개봉했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새로운 연기스타일을 선보이며 전문가들과 관객들로 하여금 호평을 이끌어내었고, 이번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도 "설경구 연기력 칭찬해" 등의 극찬을 받고 있다. 필자는 지난 8월 말,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설경구를 다시 만났다. 5월에 있었던 '불한당' 때 이후 거진 석 달 만이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에 대한 설경구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루시드 드림', '불한당', 그리고 이번에 개봉하는 '살인자의 기억법'까지 올해에만 벌써 3번째로 관객들에게 인사하게 되었다. 개봉 앞둔 소감은 어떠한가?
└ 여전히 긴장된다.

자신의 영화를 본 소감은?
└ 이번에도 내가 연기하는 모습만 뒤쫓느라 영화 전체를 보질 못했다. 생각보다 순서는 굉장히 속도감 있게 흘러갔다고 느꼈는데, 생각보단 천천히 갔다.

이번에도 연기하는 데 아쉬움을 느꼈나?
└ 항상 작품을 끝나면, 나만 사소한 아쉬움이 남는다. 저 장면에서 목소리를 왜 저렇게 냈을까, 머리가 왜 저렇게 비친 것일까 등 외형적인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잡티 등은 분사하는 분장인데, 괜히 신경이 쓰여서 2시간 동안 나 자신을 괴롭혔다. 촬영장에선 내 모습이 괜찮았는데, 스크린에선 낯설었다.

▲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

그렇다면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본인의 연기력을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인가?
└ 어려운 질문이다. 한 70점? (웃음)

스스로한테 70점이면 후한 것 아닌가? (웃음) '살인자의 기억법'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사실 원작소설을 읽기에 앞서 원신연 감독님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데도 같이 하기로 했고, 그 이후 대본과 원작소설을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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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책이 영화화했을 때 원작 팬들이 영화를 향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는지?
└ 소설이 많은 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고, 나 역시도 감명 깊게 읽었다. 하지만 나보다 감독님이 부담감을 더 많이 느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설의 양이 많지 않았고, 소설 그대로 가져와 영화화하기엔 등장인물들 자체가 입체적이지 않았다.

게다가 소설에선 '병수'의 일기형식으로 내용이 이어지고 있기에 배우 입장에선 인물을 연기하는 데 일정 부분은 상상해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첫 대본에서 수정 대본으로 넘어오는 과정, 그리고 수정 대본에서 촬영하는 동안 내용이 변형되고 재창조되었다.

설경구가 생각하기에 원작소설보다 영화가 더 나은 점이 있다면?
└ '민태주(소설에서는 '박주태')'의 존재감이 다르다. 병수와 필연적으로 대결 구도로 갈 수밖에 없었기에 비중이 커졌다. 김병수는 살인에 대한 자기만의 당위성을 '청소'로 표현했고, '은희'를 향한 부성애까지 같이 묶여 표현되었다. 파출소장 '안병만'이라는 인물도 사실 소설에선 존재감 없었다.

극 중 인물 구도 및 배치 면에선 원작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재창조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신·구 연쇄살인범 대결은 대부분 상업영화의 미덕으로 봐주면 안 될까? (웃음) 그리고 원신연 감독 영화인데, 액션 없으면 섭섭하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액션 장면이 더 있었지만 편집됐다.

그중 한 장면에서 극 중에서 은희에게 맥주 심부름을 시킨 사이에 주삿바늘을 들고 상상 속에서 결투하는 장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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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이 체중감량이었는데, 왜 이를 선택한 것인가?
└ '나의 독재자' 이후, 특수분장이 자칫 부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배제했고, 대신 "제가 늙을게요"라고 감독님께 말하고 살을 빼는 방법을 택했다.

살 빼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 전부터 '이 인물이 어떤 얼굴로 살았을까?', '머리부터 옷까지 어떤 외형으로 살았을까?' 그 인생을 살지 않았지만, 단시간 내 그 인물의 외형으로 만들어보자고 관심을 가졌다. 살을 빼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0kg 이상 체중감량하면서, 줄넘기를 꾸준히 했다고 들었다 
└ '오아시스' 할 때부터 줄넘기를 꾸준히 해왔다. 낯선 환경에서 뛰어다닐 수도 없고, 추울 때는 뛰어도 큰 효과를 못 봤다. 반면에 줄넘기는 많은 공간이 필요 없어 시작하게 되었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 칸이나 토론토 영화제에 참석했을 때도, 그리고 인터뷰하는 오늘도 하고 왔다.

그러면 하루에 줄넘기를 몇 개씩 하는지 궁금하다
└ 어떤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체중 감량을 했고,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하루에 만 개씩 하게 되었다. 그리고 촬영 시각이 매번 다르기에 역순으로 계산해서 줄넘기했다.

예를 들어, 새벽 5시 촬영이 있었을 때는 숙소에서 현장까지 4, 50분 거리여서 1시에 줄넘기를 한 적도 있다. 그 시각에 밖은 깜깜하고, 유리에 비친 모습을 보니 살짝 공허함이 오더라.

▲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

새벽 1시 같이 피곤한 시간대면 하루 정도는 거를 수 있지 않나?
└ 아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해왔다.

그리고 극 중 병수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기에 연기하는 데 꽤나 고민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 다행히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병수의 모습은 태주와 마지막에 맞붙기 전에 오줌을 지리는 장면 이외에는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기억이 조금씩 날아가는 것이었기에 큰 걱정은 안 했다. '병수가 기억을 잃어가는구나'하고 느끼면 병수의 기억이 잃어버림과 동시에 새로운 장면으로 바뀌었다. 엔딩에서 노환성 치매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감독님과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었고, 치매 환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또한 참고했다.

체중감량을 했다면 후반부 액션 장면을 찍을 때, 힘들진 않았는지?
└ 3, 4일가량 찍었다. 상대방과 계속 붙어서 찍는 것이었기에 크게 다치거나 힘들진 않았다. 다만, 목 조르기를 당했을 때, 공포를 느꼈다. 태주가 병수의 일기를 고치는 장면을 찍을 때, 목 졸려서 기절 직전까지 갔었다. 그 때문에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때부터 무서웠다. 하지만 살인자 역이기에 안 조르려니 또 가짜 같았고, 목에 어느 정도 강도를 줘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황석정 씨는 목을 더 졸라보라고 말했는데, 그것도 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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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기억을 잃는 설정이 상당히 강렬했다. 이 설정에는 어떻게 잡게 된 건지?
└ 대본에만 반영되어 있었다. 사실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은 언제인지 누가 봐도 잘 모른다. 그래도 관객한테 주는 약속의 의미가 필요했다. 그래서 사고로 인해 뇌를 다쳐서 그게 세게 자극받아 얼굴에 경련이 생기는 설정을 집어넣게 되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한 번 질문해본다. 설경구가 생각하는 살인자의 얼굴은 어느 느낌인가?
└ 뭔가 기름기 없는, 차갑고 건조하고 쾡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에서 병수가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그런 모습을 가지고 오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려면 살 빼는 건 기본이다. 그리고 분장 중에서 단발머리가 어울리겠다 싶었다.

[문화 人]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 "'불한당'·'살인자의 기억법' 통해 얼굴 관심 생겨" ② 로 이어집니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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