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철, <신촌 풍경>, 1991, 목판화, 실크스크린, 60x92cm, 131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한국현대판화의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층과 사이' 전시를 2018년 4월 29일까지 과천관에서 개최한다.

'층과 사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판화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판화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 제목에서의 '층'은 판화에서 작가의 화폭이 되는 판(plate)을, '사이'는 판 위에 새겨지거나 남겨진 틈, 즉 판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틈새들을 상징하고 있다. 전시는 판화의 가장 중요한 두 요소를 축으로 고유한 특성을 살펴보고, 이것을 각각 '겹침(Layers)'과 '중간지대(Spaces)'라는 개념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전체 참여 국내 작가 50여 명의 15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통해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독립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작가들의 끈질긴 매체 탐구와 그것이 예술가의 태도로서 발전하는 과정을 확인해본다.

▲ 정규, <노란 새>, 미상, 목판화, 41×3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크게 4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섹션은 '1950s~70s: 한국현대판화의 태동과 전개'로 한국 현대판화의 출발과 확장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색이 한정되어 있으나, 칼의 흔적과 판의 흔들림에서 작품의 과정과 작가의 정신이 나타난다.

▲ 한묵, <검은 회전>, 1973, 에칭, 55×45cm, EA,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1980s: 판법의 발달과 민중 목판화 운동' 섹션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의 연이은 판화 전공 신설로 체계적인 작가 배출이 가능해졌고, 이와 함께 4대 판법인 목판화, 석판화, 동판화, 실크스크린의 발전을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민중미술에서 목판화가 구심점 역할을 하며 그 정신을 극대화하는 예술로 자리매김한 발자취도 찾아볼 수 있다.

▲ 백금남, <글자-86151>, 1986, 실크스크린, 72x51cm, 112,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1990s~현재: 미디어 시대에 나타난 판화의 독창성'은 판화의 실험적 성향을 읽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 애니메이션의 접목, 알루미늄이나 점토 캐스팅과 같은 타 매체와의 만남을 통해 판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법을 찾아가는 작가들을 만나 본다. 디지털프린트조차 판화로서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 배남경, <테오의 밀롱가-리아와 제이(색)>, 2010, 목판화, 161×122cm, 12, 작가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마지막 섹션인  '판화와 판화적인 태도 사이에서'에서 동시대 미술 안에서 6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국현대판화의 위치를 고찰해 본다. 배남경, 이윤엽, 윤세희의 작업으로 전통 판화와 민중 판화의 두 흐름을 만나보고, 전통 판화는 아니지만 '판화적' 특성을 간직한 김동기, 노상호, 박정혜의 작품을 통해 판화의 확장 가능성을 알아 볼 수 있다. 또한, 전시실에 판화 스튜디오, 판화 디지털 돋보기를 구성해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 경험하여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판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윤세희, <기억의 시선>(작품 일부), 2011, 드라이포인트, 60x270cm, 작가 소장 ⓒ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2007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대규모 판화전으로 한국 현대판화의 역사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동시대 작가들이 어떻게 판화의 기법과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발전시키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시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판화라는 매체에 대해 다시금 상기시키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번 기획이 뜻깊은 이유다.

▲ 이윤엽 작품 전경 ⓒ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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