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사랑은 다시 이어 붙일 수 있을까?

[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이미 한 번 깨어진 연인 관계는 과연 다시 이어 붙일 수 있을까? 영화 '연애의 온도'는 이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려 한다. 아니, 답을 보여주기보다는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영화는 주인공 '동희'와 '영', 둘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비밀리에 사내 연애를 해왔지만 결국 이별하기로 한 두 사람은, '맞지 않으면 일찍이 헤어지고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좋죠, 안 맞아서 헤어졌는데 시원하지 왜 슬퍼요?'라며 쿨하게 이야기하지만, 이내 이와는 상반되는 홀로 있을 때의 모습이 비춰지며 슬픈 웃음을 자아낸다. 보통의 이별에 사내 연애라는 특성이 가미되면서, 주변인의 입을 통해 상대를 깎아내리고 그 이야기가 서로에게 전달되어 마음이 상하고, 옛 연인이 다른 이성과 엮일 것 같은 상황이 되자, 상대의 SNS에 로그인해 새로운 연애의 흔적을 찾고, 몰래 따라다니며, 훼방을 놓는 이들의 모습은 그저 바라보며 웃기에는 너무 처절하리만큼 찌질하다. 상대에게 배신당했다고 여기며 속상한 마음을 서로를 할퀴고 엿 먹이는 데 쏟아 붇는 이들을 보며, '영'의 대사처럼 바라보는 우리도 이들이 서로 좋아한 적은 있나 싶어진다.

   
 

헤어진다는 것. 그리고 다시 만난다는 것. 그 힘겨운 일련의 과정에서 이 연인이 보이는 모습은 꽤 극단적이다. 이런 경험을 해 본 적 없는 이는 뭐 저렇게까지 하는지 정신병자에 가까워 보이는 이들을 이해하기 어렵겠고,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자신과 상대의 바닥을 본 적 있는 이들은 그 언젠가를 떠올리며 공감하거나, 혹은 징글맞아하며 고개를 내저을지 모른다.

그렇게 서로가 징글맞아 헤어졌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다시 시작한 연인의 관계가 매끄럽게 진행되기 어려운 건 왜일까.

싸움의 발단이 되고, 결국 연인을 헤어지게 하는 원인은 나중에 떠올리면 잘 기억나지도 않는 사소한 것인 경우가 허다하다. '고작 그걸로 헤어져?' 싶지만, 사실 그 이전에 애써 덮어두었던, 이 관계의 문제라는 것을 이미 자각했으면서도 지금 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스스로 합리화하고, 자꾸만 모른척하며 꾹꾹 속에 눌러두었던 부분이 자극되고 터져 나오는 것이라는 걸 깨닫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고 기억이 더욱 흐려지며 '우리가 왜 그런 사소한 일로 헤어졌지?' 반성하고 다시 시작하는 둘은, 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 이미 깨어져 버린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가족도 무엇도 아니지만,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 연인에게는 그 마음을 신뢰할 수 있는지가 어쩌면 그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가장 중요한 것이 된다. 그런데 한 차례 이별을 경험했다는 것은, 지금 내 곁에서 손을 잡고 있는 그가 언제든 나를 떠나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겪게 한다. 연인이 곁에 있는 것을 너무 당연스레 여기는 것도 기피해야 할 태도이지만, 언제고 떠나버릴 상대가 두려워, 해야 할 말도 서로 꺼내지 못하고, 상대가 무언가를 숨기고 불편해한다는 것이 감지되어 결국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지고 마는 최악의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다시 만난 '동희'와 '영'이 다투는 장면이 그러하다. '서운해. 이렇게 내가 노력하고 있잖아. 근데 너는 대체 왜 그대로인 거야.'라고 보채며 하소연하는 여자와, 그런 여자의 기대와 불만이 부담스럽고,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타박만을 하는 그녀로 인해 지쳐가는 남자의 모습은 안쓰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를 만나기엔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크게 자리하고 있고, 이 관계를 놓고 싶지 않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연애도, 사랑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행복해야만 한다는, 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정말로 끝나버릴지 모른다는 심리적인 중압감에 짓눌려버려서는 이 관계의 답을 찾을 수 없다.

결국, 재결합에 다시금 실패한 '동희'와 '영'이, 다시 한 번 엮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 유쾌하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분명 있지 싶다. 하지만, 몇 번이고 벽에 부딪히고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다시 한 번 시작해 보려는, 그리고 서로 그 마음이 일치한 이 둘에게 나는 파이팅을 외쳐주고 싶다. 적어도 그 순간에 그들은, 처음 재결합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다를 거야, 마냥 좋을지 몰라' 그런 순진한 순간의 감정에 빠져 허황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던 순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상대의 모습, 나와는 다른 부분, 그리고 그 결함까지도 끌어안기로 마음먹은 걸 테니 말이다.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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