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 공연메모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작 연출의 인간을 보라
- 공연명 인간을 보라
- 공연단체 극발전소 301
- 작 연출 정범철
- 공연기간 2017년 9월 5일~10일
- 공연장소 동양예술극장 3관
- 관람일시 9월 8일 오후 8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작 연출의 <인간을 보라>를 관람했다.

정범철(1976~)은 경기대학교 무역학과와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극 발전소 301 대표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다.

2006 옥랑희곡상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로 등단, 2006 옥랑희곡상, 2007 제4회 파크 희곡상, 2009 AYAF 차세대 예술인력 집중육성지원 1기 선정, 2011 차세대 희곡작가 인큐베이팅 선정, 2014 제34회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 희곡상, 연출상, 대상 <만리향>, 2015 제35회 서울연극제 연출상 <돌아온다> 등을 수상했다.

<서울테러> <논두렁연가>를 발표했고, 연출작은 <점> <도로시의 귀환> <총각네 야채가게>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만리향> <돌아온다> <인간을 보라> <그날이 올텐데> <아일랜드 행 소포> <액션스타 이성용> <주먹쥐고 치삼> <너 때문에 발그레>등을 집필 또는 연출했다.

<인간을 보라>는 신의 시각과 바퀴벌레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 그리고 외계인이 바라본 인간이 극의 주제다. 우주복장과 모자를 쓴 여성 해설자가 등장해, 신이 보는 인간, 바퀴벌레가 보는 시각, 외계인의 등장으로 인한 인간의 멸종 등이 주제가 된다.

신(神)은 신성하거나 성스러움으로 간주되는 자연적 혹은 초자연적 존재(a natural or supernatural being considered divine or sacred)다. 신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절대적 존재로 설명되고 주로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다. 또한 신은 인간의 탄생이나 사후의 운명 등을 결정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신은 여러 종교와 민간 신앙에서 숭배되며, 많은 경우 인간과 유사한 인격, 의식, 지성, 감정 등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기독교에서는 '아버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신을 남성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인식의 불균형이 있고, 이런 경향성에 반기를 들어 여성신학이 등장했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여러 민족들은 산, 강, 마을 터, 나무 등에도 주관하는 신(神)이 있다고 여겼으며, 이들에 대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동양철학에서는 신은 중요한 철학 주제가 아니었다. 동양철학에서는 윤리학과 정치철학 및 형이상학이 주류를 이루었던 반면, 서양에서는 윤리학, 형이상학 등에 못지않게 신에 관한 문제가 매우 중요했다. 특히 중세시대에는 신, 그 중에서도 기독교의 신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제기하고, 특히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 힘을 쓰며, 근대사회에까지 존재론적 증명, 우주론적 증명 등 다양한 증명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대철학에서도 신의 존재는 증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수 천 년 동안 인간이 각종 신을 무수히 만들고 또 인간의 모습을 닮은 신까지 창조해 낸 것이기에, 인간이 멸종하지 않는 한 신은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은 불멸의 진리다.

무대는 백색의 긴 띠 같은 천 수백 개를 3면 벽 앞에 천정에서부터 늘어뜨려 놓았다.

그 앞으로 긴 봉을 수평으로 매달아, 장면변화에 따라 넓은 폭의 글씨 쓴 천을 늘어뜨리기도 한다. 무대바닥에는 검은 색의 입체로 된 정사각의 조형물 여러 개를 놓아두고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시킨다. 백색 의상에 천사의 날개를 달고 두 명의 남녀 신이 등장을 하고, 바퀴벌레 탈과 의상을 입고 등장을 하는가 하면, 검은색 우주복을 입은 외계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아름답고 감미로운 음악이 깔리고, 안개로 무대를 감싸는가 하면, 절단한 종이 입자를 무대 위에 뿌리면서 축제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첫 번째로 남녀 신이 등장해 인간이 서로 따뜻하게 감싸기보다는 격렬하게 싸우고 대립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종말이 도래하고 있음을 서글픈 눈초리로 바라본다.

두 번째는 바퀴벌레 두 마리의 등장이다. 바퀴벌레는 곤충강(Insecta) 바퀴목(Dictyoptera) 바퀴아목(Blattodea)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 '바퀴' 또는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두 단어 모두 표준어다. 사투리로 '강구'라고도 한다.

핵전쟁 이후에는 바퀴벌레만 살아남는다는 설이 있다. 인간은 피폭을 당할 경우 죽지만 반면에 바퀴벌레의 반수치사량은 인간의 10배가 넘기에 반드시 살아남는다. 바퀴벌레 말고도 다양한 곤충, 무척추동물, 포유류, 파충류, 조류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커다란 생물들을 포함해서 수많은 동식물들이 별 타격을 받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다

영화 공포의 촉수(The Nest , 1988) 에서는 바퀴벌레가 식인곤충이 되어서 짐승이나 사람을 잡아먹는다. 공포의 촉수 외에 바퀴벌레를 소재로 한 영화로는 아라크네의 비밀이 있다.

원래 인간보다 바퀴벌레가 먼저 존재했고, 핵전쟁 이후에도 바퀴벌레는 반드시 살아남기에 이 연극에 등장하는 두 마리의 바퀴벌레는 세계를 지배하기로 약속한다.

세 번째는 외계인의 도래다. 지구보다 환경이 월등한 별은 무수히 많다. 당연히 외계인은 존재한다. 콜럼버스가 미주대륙을 발견했듯이 외계인이 지구를 발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쩌면 한 때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이 원주민을 노예로 삼았듯이 외계인이 인간을 노예로 삼거나 바퀴벌레를 박멸하듯 인간의 씨를 말릴 수도 있다는 것이 연극의 내용이다. 물론 요즘 개봉되는 외국영화가 대부분 SF영화이기에 이 내용에 신뢰가 가기도 한다.

연극 <인간을 보라>는 외국에서 공연을 해도 좋으리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도창선, 박복안, 박다미, 이새날, 장은총, 이소라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명디자인 배대두, 의상디자인 양재영, 조연출 권용원, 조명오퍼 이성민, 음향오퍼 유시우, 무대감독 김재형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드러나,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작 연출의 <인간을 보라>를 세계시장에 내보일만한 창의력이 감지되는 한편의 SF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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