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MHN x 대학로문화축제 최가은] 제16회를 맞은 '2017 대학로문화축제'는 '대학생이 바라본 대학로'를 바탕으로 예술제가 펼쳐진다. 

 

이번 축제도 발전 가능성과 밝은 행보를 가진 젊은 아티스트들이 함께 축제를 채워간다.

오는 9월 23~24일 대학로를 수놓을 '대학로문화축제'에서 예술제 공연과 전시 콘텐츠의 아티스트 '유재현 감독'을 소개한다.

영화 ‘출사’와 본인 소개 부탁한다

ㄴ2015년과 2016년에 참 으쓱대며 뱉고 다니던 인사말이다. 출사를 연출한 유재현이다. 출사를 소개하자면, 개인적으로 저를 헛바람들게 만든 영화고, 상금의 맛을 알게 해준 영화이면서, 지금 쉽사리 영화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작품이다.

‘출사’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ㄴ<출사>은 2014년도 중앙대학교 3학년 워크숍 작품이다. 당시 원래 쓰던 다른 이야기가 있었다. 기숙학원에 보낸 딸이 사라져 강원도로 찾으러 가는 엄마의 이야기였는데 (정말 엄청난 반전이 숨겨져 있다) 그때 저는 이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단편 영화계를 뒤집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영화계의 과도한 혼란을 염려한 저는 4월 즈음 제작을 포기했고 그때부터 마구잡이로 땜빵용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의 가정을 방문하는 공포 시나리오를 갈겨쓰고,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달동네를 찾아다녔다. 사진 찍는 취미가 있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나는 자료조사 겸 수색을 하고 있어. 절대 놀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고!’라고 정당화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할머니가 건물 벽에 기대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누런 햇살 아래 쪼그린 할머니와 무너져가는 회색 벽. 마치 추석 엽서에 ‘그리운 그 시절’ 따위의 무성의한 문구와 함께 들어가면 어울릴 이미지. 무례하게도 몰래 쪼그려 카메라를 들이댔다. 몇 장을 찍다, 렌즈를 통해 할머니와 눈이 마주쳐서 얼른 카메라를 돌려 다른 곳을 찍는 척했다. 몰래 사람을 찍을 때 항상 쓰던 창피한 수법. 그날 밤, 밥을 먹고 누워있는데 그 순간이 떠오르더라.

그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자괴감 비슷한 것이 느껴졌고 부끄러웠다.  잠깐 더 누워있으면서 달동네에서 사진 찍는 사람 이야기를 쓰자고, 이왕이면 여배우가 나오는 게 좋다고 생각하여 달동네에서 사진 찍는 여대생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했다. 그게 4월 말이었을 거다.

영화를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ㄴ영화를 찍으면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결국은 영화 속 주인공이 사진을 찍는 것과 내가 여기서 영화를 찍는 행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건 아닐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대상화시키고, 삶의 터전을 소비해버리는 것은 나나 아영이나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고백하자면 영화 후반부의 스틸 컷들은 후반 작업 중 무단으로 찍은 컷들이다. 원래는 사물과 풍경들이었지만, 주제를 강화하기 위해 못된 짓을 저질렀다. 지금도 볼 때 마다 뜨끔하다. 분명히 잘못한 행동임에도 너무나도 부끄러워 고백하지 못했다. 만드는 사람의 윤리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고, 다음 작업 때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출사’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ㄴ아영은 가난한 마을의 사람들을 찍는다. 그녀의 말대로, 단순히 ‘예뻐서’ 아영은 그들의 가난을 찍는다. 어떤 나쁜 의도도 없다. 그러나 그 순진한 행위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는지 아영은 알지 못한다. 카메라를 든 자에 의해 판자촌은 사람들이 사는 공간에서 찍기 위한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들의 삶은 구경거리가 되어버린다. 찍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찍힌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시각은 동등하고 수평적인가? 아니면 일방적이고 수직적인가?

두 편의 영화를 제작하면서 애착이 가거나 신경을 더 쓴 작품이 있는지

ㄴ엄마와 아빠 중 더 좋은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ㄴ다음 주 회사 면접을 본다. 영화에서 멀어야 영화를 계속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직업으로 하지 말라고 하니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차기작으로 제작지원 세 개를 받아놓은 상황이다. 어떻게 될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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