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 라이브 컨퍼런스 말말말

▲ '블레이드 러너 2049' 라이브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1982년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는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가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봉당시에는 혹평을 면치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블레이드 러너'를 향한 재평가가 이뤄졌고, 오늘날에는 영화 팬이라면 꼭 봐야할 1980년대 대표 SF영화로 꼽히고 있다.

이렇게 SF 고전명작으로 구전으로 전해져 왔던 '블레이드 러너'가 30년 만에 다시 눈을 떴다. 2012년 소니 픽쳐스가 리메이크가 아닌 속편이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리들리 스콧이 직접 참여한다는 소식에 '블레이드 러너'의 팬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어 '블레이드 러너'의 상징이었던 해리슨 포드의 재출연을 확정짓고, 새로운 인물로 라이언 고슬링, 그리고 드니 빌뇌브가 메가폰을 잡는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며 기대치는 높아만갔다. 

18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되었던 '블레이드 러너 2049' 라이브 컨퍼런스는 한국 언론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재 독일 베를린 프로모션 행사에 참석 중인 드니 빌뇌브 감독과 해리슨 포드, 그리고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했던 그 순간들을 지금부터 공개하고자 한다.

▲ '블레이드 러너 2049' 라이브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라이언, 당신은 '블레이드 러너'의 팬이라고 들었다. 캐스팅 확정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 라이언 고슬링 : 알다시피 나는 '블레이드 러너'의 큰 팬이다. 사실 이 영화에 참여한다는 자체도 기뻤다. 캐스팅되고 나서, '블레이드 러너'의 각본을 읽을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드니 빌뇌브 감독과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데 여러가지 감정이 오갔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새로운 개념들이 녹아든 영화이며, 그리고 해리슨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 그 자체였다.

그러면 해리슨에게 질문하겠다. 35년만에 인생캐릭터 중 하나인 '릭 데커드'를 맡아달라는 제의가 왔을 때, 소감을 말해달라.
└ 해리슨 포드 : 4년 전에 리들리 스콧 감독님으로부터 '블레이드 러너'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획하고 각본을 쓰고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나에게 참여 의사를 물어보셨다. 그래서 당연히 하겠다고 말했다. 새 각본이 극 중 관계나 인물을 확장하고, 이야기를 좀 더 깊게 풀어나가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K' 또한 라이언에게 굉장히 좋은 배역이고, 그가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해왔으며, 제작자들 또한 초창기부터 라이언이 참여하길 바랬다. 그리고 드니 빌뇌브 또한 뛰어난 영화들을 연출해왔던 감독이기에 이들과 같이 일할 수 있었다는게 영광이었다.

▲ '블레이드 러너 2049' 라이브 컨퍼런스에 해리슨 포드, 라이언 고슬링, 그리고 드니 빌뇌브 감독이 참석했다(왼쪽부터).

감독님께 질문하겠다. 트레일러 영상에서 데커드가 살고 있는 집 창문에 한글로 적힌 '행운'이 붙어있는 게 눈길을 끌었다. 
└ 드니 빌뇌브 :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동양 문화의 영향을 받았기에, 원작 느낌을 살리고자 한국이나 일본 등 동양스러운 느낌을 좀 더 포함시키고 싶었고, 그 외 동유럽이나 인도문화도 반영했다.

전편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세트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전편과 이번 영화 사이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도 나타내고 싶었다. 이번 영화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지만, 리들리가 만들었던 전편과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늘을 나는 장동차가 그 연장선상의 예다. 

이번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총감독이자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전달받았나?
└ 드니 빌뇌브 : 그의 팁은 '조심하라. 그리고 상당히 섬세하게 작업하라'였다. 왜냐하면 전편의 미스터리를 지속하고 유지한다는 게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셨다. 그리고 데커드라는 인물을 표현할 때, 그리고 전편에서 설정되었던 '모든 리플리컨트들이 식민지 행성에 산다'는 내용이 영화 자체가 유지하고 있어야 했기에 감독님은 그 미스터리함과 긴장감을 유지해야한다고 강조하셨다.

▲ '블레이드 러너 2049'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해리슨 포드(왼쪽)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해리슨, 당신은 리들리 스콧과 드니 빌뇌브라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두 거장과 함께 한 유일한 사람이다. 이들의 연출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려달라.
└ 해리슨 포드 : 음,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게 어렵다. 왜냐하면 정말 다른 성격을 가졌는데, 배우와 소통하는 방식이 다르기에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전편에서 함께 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은 나에게도 상당히 비밀이 많았던 분이다. 그는 '데커드가 리플리컨트'라는 생각을 하고 작업했었고,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드니 빌뇌브와 일하는 것 또한 즐거웠다. 배우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 또한 함께 일하기가 수월했다. 그는 훌륭한 감독임에 동시에 모두에게 자유를 보장하며 편안히 연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기에 진정한 협력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드니 빌뇌브 : 음, 그 분은 나보다 영어를 훨씬 더 잘하신다. (웃음)

해리슨 포드 : 그래도 말은 당신이 더 잘한다. (웃음)

▲ '블레이드 러너 2049'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라이언 고슬링(가운데)이 질문에 듣고 있다.

라이언, 당신이 맡은 K는 어떤 인물인가?
└ 라이언 고슬링 : '블레이드 러너'의 역할이 전편과 달라졌다는걸 볼 수 있다.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에서 도태되며 고립된 존재로 그려지는데 그림자 속에 살아간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속편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삶은 외롭고 거칠다.

내가 맡은 K는 그럼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고군분투하고, 모든 과정 속에서 연결성을 찾고자 하며, 사랑과 인간관계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렇기에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K를 흥미롭게 만들었으며, 연기하는 게 즐거웠다.

이번 편이 전작에 비해 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평이 있다.
└ 드니 빌뇌브 : 글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이번 편이 더 현실성 있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SF 영화를 연출·제작할 때, 항상 어떤 현실에 기반하여 영감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좀 더 어려운 방식으로 미래를 접근한다던지, 드라마보다 복잡할 수도 있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전편보다 더 현실성 있다곤 할 수 없다.

라이언, 당신은 '라라랜드'에서 좋은 춤을 선보였던 걸 기억한다. 이번 영화에선 액션을 보여줬는데 당신은 어느 쪽이 더 뛰어난가? (웃음)
└ 라이언 고슬링 : 음, '라라랜드'에선 춤추다가 주먹으로 덜 맞은 것 같다. (웃음)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대한 조그마한 스포일러를 하나 하자면 이번에 춤이나 노래를 하는 부분이 많다. 

▲ '블레이드 러너 2049' 라이브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해리슨 당신에게 물어보겠다. 당신이 봤을 때, 라이언은 어느 쪽을 더 잘하는가? (웃음)
└ 해리슨 포드 : '라라랜드'에서 그의 춤 뿐만 아니라 피아노 연주나 노래를 보면서 그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춤을 잘 배웠기에, 액션 또한 잘할 거라 생각했다. 라이언은 앞으로 가는 춤은 잘하는 것 같은데, 뒤로 가는걸 못하는 것 같다.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150회 정도 반복하기도 했다. (웃음)

이 이야기를 빼놓을 뻔 했다. 해리슨과 라이언, 촬영하는 동안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나?
└ 해리슨 포드 : 끔찍했고 불쾌했다. 이렇게 어려운 배우와 작업하긴 처음이다. (웃음) 농담이다. 굉장히 즐거웠다. 라이언은 항상 준비되어있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배우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즉흥적인 걸 좋아한다.

라이언 고슬링 : 해리슨이 촬영하는 동안 나에게 처음으로 칭찬한 것 같다. (웃음) 함께 했던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 그가 경험이 풍부한 배우이자 현존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 것을 안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며, 항상 인물과 스토리 중심을 잡고 임하는 배우다. 그래서 어떤 장면이든지 무엇이 중요한 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영화를 통해 기억할 수 있는 접근방식 등 작은부분에서부터  큰 부분까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 '블레이드 러너 2049'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오른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드니, 당신도 '블레이드 러너' 첫 편을 봤을 때, 당신은 데커드가 리플리컨트라고 생각했나?
└ 드니 빌뇌브 :  내가 처음 봤던 버전에서는 데커드는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인간인지 리플리컨트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것 같고, 두 종의 관계에 애매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이후 또 다른 버전으로 접했는데, 그 편에서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데커드가 인간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심어주었다. 영화 속편을 직접 제작할 때에는 원작 소설에 집중했는데, 데커드 또한 인간과 리플리컨트의 관계 때문에 그들 또한 정체성에 의구심을 가졌다고 나와있고, 이것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해리슨 포드 : 이 이야기에 덧붙인다면, 나 또한 이 영화의 '데커드가 과연 인간인가?'는 질문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데커드에 대해 어떻게 느낄 지 궁금하다. 보는 이들에 따라 데커드는 인간이다, 혹은 리플리컨트다는 의견이 갈리는데, 이와 별개로 이번 편 또한 전편처럼 느꼈으면 좋겠다. 속편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전개되기에 직접 보시는 분들이 자기 자신만의 해석을 해보는 것도 좋다.

예고편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장엄하고 우울한 느낌'이었다. 무엇에 염두해두었는지?
└ 드니 빌뇌브 :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과 원작의 뿌리를 유지하면서 전편의 오마주로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전편과 동일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색감도 유지했다. 그 위에 조금 더 신선한 시각을 입히고자 했다.

한편,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인간과 리플리컨트가 혼재된 2049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쫓는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가 리플리컨트와 자신을 둘러싼 비밀이 존재함을 깨닫고 오래 전 블레이드 러너로 활약했던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오는 10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syrano@mhns.co.kr 사진ⓒ 소니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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