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 프레스콜 현장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예측할 수 없는 작품이 찾아왔다.

지난 21일 오후 CKL스테이지에서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 프레스콜이 열렸다.

오는 30일까지 공연되는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은 김연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해 예술감독에 최종실, 각색, 작사에 오세혁, 연출에 오루피나, 작, 편곡에 23(A.K.A. 김성수), 안무에 예효승이 참여하며 이외에도 여신동 무대디자이너, 최보윤 조명디자이너, 김필수 음향디자이너, 김보슬 영상 디자이너, 백은경 의상디자이너, 김경희 분장디자이너, 정민지, 김린아 소품디자이너, 박정일 무대 감독이 참여한 작품이다.

 

배우로는 이상 역에 최정수, 김호영, 김용한이 맡았다. 셋은 트리플 캐스트가 아니라 각자 이상의 신체, 감각, 정신을 맡는다. 또 서혁민 역 고석진, 피터주 역 이기완, 금홍 역 박혜정, 변동림 역 김성연, 권순옥 역 이혜수, 김기림 역 형남의, 박태원 역 정지만, 옥희 역 송문선, 조우식 역 임재혁, 길진섭 역 강상준, 김환기 역 유승현, 김유정 역 신상언, 최승희 역 최예솔이 출연한다.

 

평소 주요 배역, 주요 창작진들만 조명받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는 이상을 제외한 배우들의 역할이 동등하다고 볼 수 있다. 스태프 역시 마찬가지로 오세혁 작가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작품을 처음 예술단에서 제안받았을 때 부탁받은 게 예술단 단원이 가진 역량이 무대에서 동등하게 빛낫으면 좋겠다고 했다. 뮤지컬이라면 연기하고 노래하는 배우, 나머지가 춤을 추고 무용극이라면 춤이 중심이고 연극이 중심이라면 배우의 말 등등이 중심이고 음악 등이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데 저 이야기를 듣고 나니 배우들의 역량이 동등하고 디자이너, 스태프 분들의 역량도 동등하게 하나의 배우처럼 발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작품의 각색 의도를 밝혔다.

그는 또 무대화되는 과정에서 바라는 점을 묻자 "무대 위의 배우들이 땀을 흘렸으면 좋겠다. 정지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뛰고 날것의 움직임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무대를 보니 정말 땀을 많이 흘리셔서 너무 좋았다"고 답변했다.

 

이번 작품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우들과 창작진, 제작진이 하나로 모여서 만들었다.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의 미스테리를 다룬 원작 소설을 빛으로 가득찬 객석과 경계 없는 무대, 몸과 노래와 나레이션, 대사가 뒤엉킨 혼란스러운 작품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작품의 분위기에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밝히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서울예술단과 창작진의 의지는 굳건했다.

▲ 최종실 예술감독, 오세혁 작가, 김연수 원작 작가
▲ 오루피나 연출, 23(김성수) 음악감독, 예효승 안무가

최종실 예술감독은 인사말에서 "서울예술단은 김연수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이상이란 천재시인의 일대기가 아니라 평범한 삶을 거부한 이상 자체에 접근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무대와 객석을 허무는 새로운 형식의 실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공예술단체로서 민간예술영역에서 시도하기 쉽지 않은 예술적 실험을 통해 예술의 공공성을 높이고자 기획한 작품이다. 꾿빠이, 이상은 서울예술단이 선보인 작품들 중 가장 핵심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꼽힐 것이다."라며 언급했고 김덕희 서울예술단 공연기획팀장 역시 "서울예술단은 '윤동주, 달을 쏘다. '신과 함께' 등 웰메이드 작업을 지속적으로 했다. 국립예술단체로서 실험적인 공연을 한다는 건 리스크가 분명히 있고 익숙하지 않은 걸 관객들이 안 좋아한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저희는 공공단체기 때문에 민간에서 이런 판을 벌이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저희가 판을 깔아주는 거다. 어떤 관객은 싫어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이해는 안 되지만, 에너지를 매력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이게 완성이 아니어도 다음 단계의 것을 열어주는 게 단체의 역할이고 불호가 있을 수도 있지만, 국립의 공공성이란 게 실패를 하더라도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 또 다른 웰메이드 작품은 '칠서'가 11월에 하니까 기대해달라(웃음)"며 이번 작품이 대중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국립예술단체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시도임을 숨기지 않았다.

 

김연수 작가는 "제가 생각하는 이상의 삶이라는 것은 그가 감추고 있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장애물이 있는 인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제 소설은 좀 다른 관점에서 이상문학의 본질을 바로 들어가보자 생각해서 썼다. 그런 원작의 의도를 무척 잘 표현해주셔서 저는 좀 충격을 받았다"며 '꾿빠이, 이상'에 대한 긍정적인 평을 내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상의 문학이 그가 죽은 뒤 문학의 밤을 거치며 '부활'한 문학이란 점에서 작품의 첫 장면을 좋은 장면으로 꼽았고 작품 전반적으로 이상의 시를 소리내서 읽어 시로써 가지는 리듬감을 부각한 지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각색을 맡은 오세혁 작가는 "제가 소설을 읽고 많은 위안을 받았다"며 "데드마스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과연 진짜 얼굴이 뭐가 중요한가. 각자가 알고 있는 얼굴이 진짜 얼굴 아닌가 생각했다. 어떻게 이상을 표현할까 했는데 대본에서 형식, 질서를 만들면 그 안에서 답을 찾는데 갇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상이 다시 세상에 돌아와 자기 얼굴을 보고 싶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그의 심정을 독백으로 죽 써봤다. 이후 제작진과 이야기해서 노래, 몸의 말, 빛, 무대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배우들도 각자의 성격이 다르기에 동등하게 연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점에서 (만들어진 작품에)감사했다. 무척 행복했고 제가 제일 적은 몫을 한 것 같다"며 무대화된 '꾿빠이, 이상'에게 공을 돌렸다.

 

"저희가 의도한대로 느끼시기 보다는 각자 보이는 방향 그대로를 느끼고 들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한 오루피나 연출은 관객이 마스크를 쓰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 하면 관객이 참여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뭔가를 하려하지 않고 마스크를 씀으로써 관객이 이상이 찾는 얼굴 중 하나가 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23(김성수) 음악감독 역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좀 피하려고 했다. 이상이 왜 규칙, 내러티브를 깨면서 시를 썼는지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저희는 '낯설고 불안정하기'에서 시작했다. 입장하고 5분안에 관객이 다 나가고 싶게 만들자고 했다. 그렇게 하면 감정적으로 저희가 (관객보다)우위를 잡고 갈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 그런 불안정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관객의)편견이 극대화될 수도 무방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음악적 의도를 밝혔다.

 

관념, 추상, 판타지적인 안무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온 예효승 안무가는 공연이 끝나는 시점까지 계속 새로운 이상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며 "단원들이 워낙 열정이 있고 움직임에 대한 자유로움, 창의력이 있다보니까 계속 욕심이 생긴다. 지금 이 순간도 어떻게 하면 이 시나리오와 함께 단원들이 흡수할 수 있는 안무를 업그레이드해볼까 생각한다"고 서울예술단 단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이상이 분명 시를 쓸 때 글을 쓸 때 이런 몸짓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됐다"고 말하며 "이상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하나의 움직임, 앙상블 속에 개인의 성향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출연진이 너무 개성있게 안무해주셔서 저도 지금은 배우들에게 말씀드리는 건 서로 몸조심해서 하자는 거다(웃음)"라고 전했다.

 

최정수 배우는 "지금 현대인들에게 (이상이)무척 필요한 부분이 있지 않나. 내가 무엇인지 헷갈려하며 살고 있지 않나 싶다"며 "이상 시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다르고 그건 곧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각이 다르겠다. 무엇이 정답이거나 나를 규정지을 수 있지 않겠구나 싶어서 나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할 수 있어서 행복한 공연이었다"란 소감을 전했다.

▲ 최정수, 김호영, 김용한 배우

김용한 배우는 "선배님들과 즐겁게 하고 있는데 이상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요절한 천재, 그리고 저랑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라서 제게 더 집중하는 방법을 느끼고 배우는 것 같다. 계속 작품에서 나는 누구인가? 하지 않나. 저도 스스로를 봤는데 잘 안다고 생각들진 않았다. 그래서 더 그런 질문에 의문을 던지며 이상의 얼굴을 찾지 않아도 좋지만, 한 번 찾아보면서 스스로도 찾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작품의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배우는 김호영이었다. 본인을 스스로 "고정관념과 편견의 아이콘"이었다고 밝힌 그는 유일한 객원 배우로서 "도전과 성공의 아이콘으로 발돋움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꾿빠이, 이상'을 만나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형식과 메시지가 무척 도전적인 공연이기에 저 역시 너무 기쁘게 참여했다. 앞서 최정수 배우가 말했지만 이 극 안에서는 이상이란 인물이 내가 누군가. 내 얼굴은 어디에 있나. 누가 가져갔나? 묻는데 우리가 곧 이상이고 내가 곧 이상이다.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모두 이상이다. 그의 모습을 통해서 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거울같은 공연이 됐길 바라며 '꾿빠이, 이상' 시즌2에서 또 저를 찾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 "제 SNS에 이 작품 포스터, 공연에 대한 것을 올려놧을 때 주변 분들도 좀 다가가기 어려워보인다고 하더라. 일단 이상의 시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기에 공연도 어렵지 않을까 하더라. 그래서 '꾿빠이, 이상'을 꼭 공연을 보러 간다고 느끼기보단 이상의 시를 전시한 갤러리에 온다고 생각해라. 작가의 의도가 있겠지만, 결국 갤러리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느낌은 관객의 몫이다. 의도를 다 캐치 못할수도 있지만, 그게 틀린 것도 아니기에 관객께서 나도 내 안에 또다른 모습이 많은데 진짜 이 모습은 뭐지? 과연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한다면 좋겠고 또 그걸 강요하지 않겠다. 이상 역시 모든 이들이 공감하게끔 자신의 시를 쓰려한 것 같진 않다. 있는 그대로를 각자의 몫으로 느끼시면 좋겠다"며 작품을 대하는 관객에게 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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