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순 연출(가장 왼쪽)을 비롯한 뮤지컬 '무한동력'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개막 전부터 화제가 많았던 뮤지컬이었다.

영화 '용의자', '의뢰인'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박희순 배우가 첫 연출을 맡았던 작품이었고, 고3 수험생인 '한수자'를 연기한 함연지는 연예인 주식부자 5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프리뷰 기간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기도 했다.

이렇게 화제에 오른 작품은 주호민 작가의 웹툰인 '무한동력'이다. 무한동력기관을 만드는 괴짜 발명가 '한원식'의 하숙집으로 모여둔 청춘들이 녹록하지 못한 현실을 유쾌하지만,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어찌 본다면 판타지이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과 꿈에 대한 이야기로 주변에 있을 만한 캐릭터가 곳곳에 등장한다.

프리뷰 공연을 마치고 내년 1월 3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막이 올리는 가운데, 17일 오후 프레스콜 행사가 열렸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박희순 연출과 이지혜 작/작곡, 취업준비생 '장선재'를 맡은 박영수, 이상이, 박정원, 철물점 주인인 '한원식'을 연기한 김태한, 이한밀, 말로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진기한' 역의 허규, 이강욱, 유제윤, '한원식'의 딸이자 고3 수험생인 '한수자'를 연기한 박란주, 함연지, 4차원 미인 '김솔'을 맡은 안은진, 김다혜, '한원식'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들 '한수동'을 맡은 김지웅과 김경록이 참석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 현장으로 초대한다.
 

   
▲ 박희순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본인 뜻대로 공연이 잘 올려졌나?
ㄴ 박희순 : 첫 연출이고, 창작극이다 보니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뮤지컬 장르도 처음 하다 보니 공연이 올라가면 수정하는 절차도 복잡하고 어려웠다. 공연을 올려놓고 보니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으나, 처음이다 보니 아쉽고 고치고 싶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도 배우들이 잘 메꿔줬고, 원작도 탄탄하고, 음악도 좋아서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재공연 등의 형태를 통해 보완될 것 같다.

'무한동력' 무대가 공개됐다. 의미를 설명한다면?
ㄴ 박희순 : 오필영 무대감독님께서 디자인하셨다. 녹슨 철재 구조물은 현재를 상징하고 있고, 팍팍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무한동력' 장치는 꿈과 미래를 상징하고 있으므로, 놀이동산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미래이기 때문에 밝은 청사진을 갖고 있지만, 기계는 불투명한 형태다.

'주식부자'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점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떤가?
ㄴ 함연지 : 일단 '무한동력'을 하는 것이 굉장히 감사하고 좋다. 열심히 하고 있다. (웃음)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ㄴ 함연지 : 가족들이 다 보고 좋아하셨고, 재밌게 봤다. 처음에 아빠랑 공연 대본을 같이 읽었다. 초기 대본엔 "아빠, 사랑해요"라는 대사가 있었다. 그걸 보시더니 아빠가 엄청나게 좋아하면서 "이 뮤지컬, 참 좋은 뮤지컬"이라고 말씀하신 적 있다. (웃음)
 

   
▲ 배우 함연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어떤 음악들을 사용했나?

ㄴ 이지혜 : 소극장이다 보니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 음악 장르는 매우 다양하다. 동시대에 들을 수 있는 매우 많은 스타일을 섞으려 했다. 가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시적인 가사보다 즉각적으로 반응이 올 수 있는 현실 반영한 가사를 쓰려고 노력했다.

어려운 청춘들의 꿈을 이야기하는데, 배우들이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ㄴ 이지혜 : 결례일 수 있는데, 초스타 배우가 없는 공연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배우에 애정을 갖고 캐스팅했고, 저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노래를 제가 너무 어렵게 써서 배우들에게 부담을 준 것 같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공연을 저는 모두에게 위로를 주고 싶어서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남을 위로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내가 교만한 것이 아닌지, 사람들에게 와 닿을 수 있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어 창작자로 겸손해지고 있다. 배우들은 최선을 다하고 계시고, 관객들 반응을 보고 생각 중이다.

주호민 웹툰 작가인 '신과 함께_저승편'에 이어 '무한동력'에 출연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
ㄴ 박영수 : 작품의 후반부에 있는 넘버에 '멈추지 말아요'라는 넘버가 있는데, 젊은 청춘들에 생각이 있다면 멈추지 말고 끝까지 밀고 가라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장선재'와 닮은 점이 있다면?
ㄴ 박정원 : 공연을 하고 대본을 보면서, 닮았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다. 닮은 것은 소심하고 세심한 점이고, 닮고 싶은 마음은 작품의 마지막에 꿈에 대한 마음을 다시 가졌을 때, 끊임없이 달려나갈 힘을 닮고 싶다.
 

   
▲ (앞줄 왼쪽부터) 박영수, 박정원, 이상이가 '무한동력'에서 취업준비생 '장선재'를 연기한다.


'장선재'를 연기하면서 어떤 느낌을 주고 싶었나?
ㄴ 이상이 : 먼저 '진기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무한동력' 내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데, 저는 남을 웃기는 재주가 별로 없어서 주로 놀림을 먼저 당하는 편이다. (웃음) 그래서 웃음을 유발하는 '진기한'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 평범한 '장선재'를 표현하기 위해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 까불거나 그런 게 없고 담백하거나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느낌을 받았다. 꿈에 대한 이야기지만, 어느 순간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이 많았다. '한원식'이 기계는 고장 났지만 고치면 된다는 말처럼, 꿈을 좇는 세대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하고 있다.

'진기한'을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ㄴ 허규 : 제가 보는 '무한동력'은 쇼적인 것보다 드라마가 굉장히 강한 작품이라 봤다. 어느 한 부분에 부릅뜨고 보기보다, 전체적으로 드라마를 따라가면 좋을 것 같다. '진기한'의 아픈 과거를 회상하는 '아스카'라는 곡이 있는데, 그 장면이 가장 재밌게 볼 수 있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이강욱 : '혼수상태'라는 넘버가 있다. 두 눈과 귀를 부릅뜨고, 부릅떠 여시고 들으시면 노래가 더 놓을 것 같다. 가사도 감동적이고 배우들이 노래도 잘해서 그 넘버를 추천해 드리고 싶다.

유제윤 : 영수 형님이 방금 말했던 '멈추지 말아요'라는 부분이 하이라이트라고 본다. 우리 공연팀이 하고 싶은 말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 '에너지' 넘버를 부르고 있는 김태한(왼쪽)과 박란주(오른쪽).


괴짜 발명가인 '한원식'에게 무한동력 기계는 어떤 의미인가?
ㄴ 김태한 : 공연에서 보이는 '무한동력' 장치는 살아갈 수 있는, 살아가야 하는 힘의 의미를 부여하는 매개체다. 무한동력 기관이 저희가 이야기하는 꿈과 직결하고 있다. 꿈을 안고 살아가는 '한원식'에겐 소중한 기계다.

이한밀 : 꿈이라는 것을 쉽게 꾸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 앞에서 '한원식'이 만들어내는 무한동력은 무모한 꿈일 수 있다. 그 꿈을 끊임없이 어떻게든 돌려내려는 시도가 꿈이라는 것을 꾸지 못하게 하는 현실과 대치된다. 현실과 꿈이라는 것이 동시에 가야 하는 것인데 대치되는 현실 앞에 무모하지만 꾸준하고 성실한 행동들이 관객들에게 울림을 줬으면 좋겠다.

'김솔'을 연기한 소감을 듣고 싶다.
ㄴ 김다혜 : 제 캐릭터가 그냥 제 모습이다. 연출님도 저를 의식했는지 "너대로 해"라고 했는데, 메소드 연기가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웃음) 자기화시켜서 열심히 재밌고, 즐겁게 관객들에게 힘을 드리고 있다.

안은진 : 언제나 웃기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연출님이 재미없다고 그렇게 말이 많으셔서 열심히 공부해나가고 있다. (웃음) 공연이 끝나면 재미난 사람이고, 연출 선생님도 재밌다고 해주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다.
 

   
▲ 김지웅(왼쪽)과 김경록(오른쪽)은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에 데뷔한다.


'수동'으로 뮤지컬 첫 데뷔를 했다.
ㄴ 김경록 : 뮤지컬 첫 데뷔를 하게 됐는데, 첫 공연 때 되게 떨렸다. 공연하면서도 떨렸다. 제가 공연을 하면서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너무 뼈저리게 느꼈다. 형, 누나들의 충고와 조언, 지웅의 '수동'이 역할을 보며 많이 배웠고,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다.

김지웅 : 무대라는 공간 자체가 처음이고 입시를 지난해에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한테 형, 누나, 연출님, 작곡가님 속이 많이 썩였을 텐데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꿈꿔왔던 무대를 멋있는 분들과 함께 해서 너무나 행복하다. 누 끼치지 않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되뇌고 있다.

'수동'의 넘버를 보면 욕을 찰지게 한다. 부담은 없었나?
ㄴ 김경록 : 저도 고등학교 있을 때, 욕도 하고 그래서 큰 무리는 없었다. (웃음) 물론 자랑은 아니다. 욕을 할 때 중2병 걸린 아이처럼 맛깔나게 하는 것이 힘들어서 중2병 소재의 작품도 봤다.

김지웅 : 저도 욕을 난무하는 건 아니고 할 때도 있는데, 교복을 입고 욕을 하면 그 자체가 중2병 스럽게 보일 것 같아 욕에 대해 큰 생각은 한 적이 없다.

'한수자'는 극 중 면접에서 아버지를 부정하게 된다. 본인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ㄴ 함연지 : 실제로 '한수자'가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그렇게 몰아세우면 당황해서 '수자' 같은 말을 할 것 같다.

박란주 : 지금 현재의 저라면 '수자'처럼 타협을 해서 말할 것 같다. 지금이라면 분위기와 앞으로의 내 미래를 생각해 마음이 없는 '무한동력' 기관의 작동이 불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하겠지만, 19살의 저를 돌이켜보면 더 발끈해서 작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떵떵 치지 않았을까 한다.

   
▲ '면접관'(오른쪽, 이한밀)의 질문에 '한수자'(왼쪽, 박란주)는 자신의 생각이 아닌 말을 하게 된다.

하숙집 공간이라는 것이 생소할 것 같다. 어떻게 준비했나?
ㄴ 박란주 :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덧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소녀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고민했다. 다행히 연지 배우의 발랄함과 상큼한 에너지를 받아서 나름 귀엽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수자'는 반대로 생각했을 때, 성숙하게 식구들을 안아줄 수 있는 어른스러운 '수자'를 표현할 것 같아 엄마 같은 마음의 '수자'로 접근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채워나가려 한다.

함연지 : 하숙집에 대해선 요즘 이웃들과 사는 것보다 수자네 하숙집이 훨씬 가깝고 가족 같이 도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여기 언니, 오빠, 배우님들과 단시간 내에 친해졌다. 그 분위기가 연기하는데 굉장히 도움되는 것 같다. '수자'는 란주 언니가 상당히 도와주셨다. "여기는 어떤 감정인지 생각해와 봐"라고 하나하나 지도해주신 것이 많았는데, 같이 만든 것 같아서 되게 좋았다. 경험 많고 따뜻한 언니와 같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진기한'의 넘버 '가늘고 길게'를 보면 상당히 저질스러운 연기를 한다.
ㄴ 유제윤 : 저질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진기한'으로 해야 할 몫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습실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다. 연출님께서 제안하신 것도 있고, 수정되거나 보완된 것도 있는데 상당히 '웃픈' 장면 같다.

이런 '웃프다'라는 정서가 전체 연출의 포인트인 것 같다.
ㄴ 박희순 : '웃프다'라는 표현이 요즘 신조어 같은데, 그 표현이 좋았다. 웃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저희 공연에 그런 면이 많은 것 같다. 비극적이고 아픈 일이지만, 웃음과 같이 공존한다면 새로운 생각을 할 것 같다. 요즘 무대예술을 보면 개그적인 것들이 발전해서 그런지, 무대예술이 자존심을 잃는 것 같기도 했다. 개그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경계선이 모호한 것 같았다. 배우들에게 웃기지 않더라도 말장난이나 개그적인 쇼를 배제하자고 했다. 호흡이나 상황적인 것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무대예술의 소중함과 존귀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봐주시면 고마울 것 같고, 계속 그렇게 하려고 한다.

   
▲ '진기한'을 맡은 허규가 '가늘고 길게' 넘버를 부르고 있다.

배우로 활동하다 연출로 후배들도 봤는데, 이번 작품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ㄴ 박희순 : 연출님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출이 되다 보니 연출들이 왜 배우들에게 어떤 요구를 하는지 알게 됐다. 제 배우 생활을 되돌아본 시간이 됐다. 배우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므로 그대로 도와주고 싶지만, 배우 대 배우로 생각하는 것이 달라서 도와주는 것이 월권이 되지 않을까 고민도 했다. 자기가 잘하는 걸 써먹기보다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을 때, 악조건 속에서도 자기 연기를 보여준다면 더 좋은 배우가 될 것으로 생각해 그런 상황을 만든 것 같다. 그게 다 프로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다들 잘해줘서 고맙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