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누구나 어렸을 적 서커스에 대한 환상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유연성을 자랑하며 우리를 놀라게도 하고, 손과 도구가 실은 붙어있는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자유자재로 묘기를 선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이다. 물론 상상만 하던 서커스를 실제로 보고 실망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재미는 조금 부족했을지라도 소중한 이들과 함께한 고마운 시간이라는 덴 변함이 없다.

서커스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태양의서커스(Cirque du Soleil)'. 태양의 서커스는 198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곡예자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 te)를 중심으로 20명의 길거리 공연자들이 모여 시작한 공연으로, 1억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들의 공연을 관람했다. 그리고 그중 최고로 꼽히는 '퀴담(Quidam)'은 국내에서도 2007년 첫 내한 당시 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 Dominique Lemieux © 2011 Cirque du Soleil

하루에도 수백 개의 공연이 진행된다지만 가족과 함께 보기에는 자극적이거나 민망한 공연이 대다수다. 영화 관람같이 언제나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닌,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가족들이 선뜻 공연을 예매하기 힘든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퀴담'이 8년 만에 다시 내한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특히 다가오는 추석 연휴, 꽉 막힌 고속도로 대신 문화생활을 선택한 가족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태양의 서커스 '퀴담'은 '익명의 행인'이란 뜻의 라틴어로, 익명성의 사회와 소외된 세상에 따뜻한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단순히 공연자들의 묘기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통적 서커스에 이야기, 라이브 음악, 무용 등을 구성해 하나의 예술 공연을 선보인다. 무관심한 부모를 둔 어린 소녀 '조'가 상상 속 세계 퀴담에서 그녀의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는 캐릭터들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퀴담'은 각자의 삶이 바빠 가족에게 신경 쓰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줄 듯하다.

아이들에게는 꿈의 세계를,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 상상으로 가득했던 추억의 세계를 선사할 '퀴담'. 온전히 공연만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특별히 '선행학습'을 추천한다. '퀴담'이 20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전 세계 관객들과 영원한 작별 중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이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공연을 200% 즐기기 위해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최대한 '스포'를 자제하고 꼽아봤다.
 

   
 

▶ 상상의 세계로 데려다줄 '빅탑'
'퀴담'은 공연장을 대관해 그곳에 무대를 설치하는 다른 공연과 달리 자기들만의 공연장을 가지고 있다. 바로 빅탑이다. 그랑 샤피또라고도 불리는 빅탑은 '움직이는 마을'이라 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며 공연장을 비롯한 각종 시설을 갖춘 태양의서커스 전용 복합 시설이다. 기계나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인력으로 세워지는 빅탑은 60여 명의 스텝이 4.8 미터 길이의 철제 기둥 120여 개를 차례로 올리는 과정을 통해 세워진다. 10일 동안 이루어지는 작업에 동원되는 총 인력만 550명 남짓이다.

별것 있겠냐는 생각에 공연 시간에 맞게 도착하는 것보다 빅탑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도록 여유롭게 오는 것을 추천한다. 빅탑은 단순히 공연장의 의미를 넘어 상상의 세계로 데려다줄 관문과도 같기 때문이다. 우선 빅탑 위에 세워진 네 개의 깃발을 확인한 후, 그 안으로 들어가 프로그램북과 티셔츠 등을 파는 기념품 판매장과 천막 아래 펼쳐진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그 분위기에 젖어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잠실종합운동장이 생소한 사람이라면 길을 헤맬 수 있으니 가는 길을 미리 확인해보자.)
 

   
▲ Dominique Lemieux © Cirque du Soleil

▶ 보고, 듣고, 맛보고 오감 만족 서커스
영화 하면 자동으로 생각나는 게 바로 팝콘이다. 가만히 앉아 영화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팝콘을 먹으며 눈과 입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도 큰 재미다. '퀴담'에서도 마찬가지다. 객석 내부로 음식물 반입이 가능하고, 실제로 먹으면서 관람까지 할 수 있어서 보는 재미에 맛까지 더한 공연이다. 공연 시간에 맞추기 위해 급히 공연장에 도착한 사람이라면 빅탑 내에 커피와 팝콘, 핫도그 등을 팔고 있으니 굶주린 배를 외면하지 말자. 단, 먹는 것보다 보는 것이 우선인 공연장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을 먹는 비매너는 금물.

또 하나 '퀴담'만의 재미. 공연 시작 전 공연자가 나와 무대에 서성일 때 무심코 큰 환호를 보냈다가는 잡혀갈 수도 있다. 무슨 짓이냐고? 열렬한 박수를 보내준 당신에게 '퀴담'만의 환영 인사를 해주는 거다. 눈만 빼꼼히 드러낸 공연자들처럼 옷을 갈아입게 하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기쁨(?)도 누리게 해준다. 공연 중간에도 관객들을 무대 위로 데려가 진정한 관객 참여형 무대를 선보인다. 나가기 힘든 곳에 앉아있다고 방심하지 말자. '클라운'은 매의 눈으로 관객을 콕 집어내 무대까지 직접 에스코트해준다.
 

   
▲ Dominique Lemieux © 2011 Cirque du Soleil

▶ 사람인데 가능해? 사람이라 가능해!
사은품이 아무리 화려해도 본 제품이 볼품없으면 실망하는 게 사람의 당연한 마음이다. '퀴담' 공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언급하려 한다. (하나의 단어로 단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 한 장면만을 꼽기 어려웠다.)

'STATUE'는 두 명의 아티스트가 완벽한 균형감각을 선보인다. 보고 있으면서도 '저게 가능해?'란 생각이 들 정도다. 두 팔로 두 사람의 무게를 온전히 지탱하는 등 강인함과 유연성 하나라도 부족하면 불가능한 자세들이 이어진다. 흔들림 없이 예술적 감성을 선사하는 아티스트들을 보며 관객들은 숨죽여 무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근육의 움직임이 적나라하게 보여 인체의 아름다움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물론 개인의 취향은 다르다. 앞서 언급한 장면 말고도 서커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줄타기처럼 화려한 곡예들도 가득하다. 내 취향에 맞는 서커스는 무엇일지 기대하며 선행학습을 마치면 '퀴담'과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해보자. 태양의서커스 '퀴담'은 11월 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주요기사
공연 최신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