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극단 그린피크 박상현 작 연출의 고발자들
- 공연명 고발자들
- 공연단체 극단 그린피크
- 작 연출 박상현
- 공연기간 2017년 9월 22일~10월 15일
- 공연장소 혜화동 나온씨어터
- 관람일시 9월 27일 오후 8시
- 혜화동 나온씨어터에서 극단 그린피크의 박상현 작 연출의 <고발자들>을 관람했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박상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극작가 겸 연출가다. <자객열전> <진과 준> <사이코패스> <모든 것을 가진 여자>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등을 쓰고 연출하고, <그림 같은 시절> <자객열전> <난 새에게 커피를 주었다> <추적>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추적> <임차인> <연변엄마> <데스데모나-웬 손수건에 관한 연극> <공포> <죽음의 집> <철수연대기> <조치원 해문이> 등을 연출했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연출로 2004 김상열 연극상, 2011 두산연강예술상, 2012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2013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했다.

얼마 전까지 ‘고발’보다 ‘고자질’이란 말을 써왔다. ‘고자질쟁이’라는 말까지 있다.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드러내 알리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단어다. 한국인은 남이 하는 고발에는 긍정적이고 고자질에는 부정적인 듯하다.

고자질이란 이음동의어를 가진 고발은 여전히 응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내부고발은 “진실을 말함으로써 사회를 위험으로부터 구하고자” 하는 행위. 특히 공직자에게는 타협해선 안 될 본분이다. 보호받고 당연시돼야 함에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은 전인격적 파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모험이자 선택사항이다.

육군 중위로 복무 중이던 한 장교는 1992년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고발했다가 구속돼, 이등병으로 파면 조처 등을 겪고 전역했다. 2004~2006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재직 중 출장비와 연구비 횡령을 제보했다가 해직된 인물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제재와 해직을 당한 33명의 내부 고발자가 경험한 책도 출판되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익제보는 2013년 기준 2876건으로 2년 새 985%나 증가했다. 그러나 대부분 ‘금전 피해, 가족 고통, 사회관계망 붕괴, 건강 상실 등 악재를 받았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보상 제도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있긴 하지만, 고발 건이 규정된 사례에 해당하는지 꼭 확인한 뒤 신고해야 할 만큼 보호 범위가 넓지 않다는 게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보복에 대한 법의 대처는 전무한 형편이고, 보복을 당했을 때 고발자가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데까지 법적 안전조처가 보완되어야 하겠다.

보도 지침(報道指針)은 제5공화국 당시 문화공보부가 신문사와 방송사에 은밀히 하달한 보도에 대한 지시 사항이다. 1985년 《한국일보》 기자가 잡지 《말》에 폭로하면서 이것의 존재가 알려졌다. 또 거대한 비자금 관리 장부를 발견한 대기업 임원, 목사의 부정축재와 성범죄를 알게 된 교회 집사, 혈액관리 부실로 희생자의 발생을 알게 된 적십자사 직원.... 그러나 고발자들에 대한 보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연극을 관람하면서 과연 고발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대는 정면에 여섯 개의 아치형의 통로가 있고 무대 좌우에도 등퇴장 로가 있다. 등받이 의자 여러 개를 배치하고 장면전환마다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사용한다. 정면 통로 위벽 오른쪽에 원형의 벽시계를 달아놓았고, 현재 시각과 일치해 움직인다. 1인 다 역을 하는 남녀출연자들의 의상도 흡사한 의상으로 통일된다. 두 개의 마이크를 무대 전면에 세우고, 무대 좌우 객석 가까운 벽에 의자를 배치해 남녀 출연자가 묵직하게 자리를 잡는다.

정나진, 최지연, 양동탁, 이동영, 김태훈, 황미영, 정양아, 김철진, 이장환, 박근영, 박하늘, 김청순, 최지연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마치 아귀지옥이나 한편의 지옥도를 창출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제작 윤한솔, 드라마터그 손원정, 무대 조명 남경식, 무대제작팀장 정우상 조환준 이종민, 조명팀 안미란 이건혁 강상민 정상훈, 영상 음향 윤민철, 영상팀디자인 임유정, 음악 민경현, 의상 박윤혜, 움직임지도 홍예원, 사진 박정근, 홍보영상 박영민, 그래픽 김우연, 무대감독 최문석, 조연출 구자윤, 조명오퍼 신예정, 영상음향오퍼 황지우, 티켓마스터 오진화 등 제작진과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그린피크의 박상현 작 연출의 <고발자들>을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서사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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