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는 유럽 축구의 '엘도라도(황금의 땅)'로 불렸다. 유럽 프로 축구 리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거 배출했고, 유럽 축구의 중심으로 거듭나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각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모인 탓에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했던 세리에A.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구단들의 재정 상태 악화와 이탈리아 내부 사정과 겹치면서 3대 리그에서 밀려나 어느덧 4대 리그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세리에A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인터 밀란과 AC 밀란의 부진 그리고 유벤투스의 독주 체제는 아쉽지만 로마와 나폴리 그리고 라치오와 피오렌티나에 '돌풍의 주역' 아탈란타까지. 볼거리는 여전하다. '명가' 인테르는 중국 자본을 무기로 다시 한번 비상을 그리고 밀란 역시 새로운 주인과 함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매월 5일. <이탈리아 칼치오 톡>을 통해 다시 한번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는 이탈리아 축구를 재조명하겠다.

▲ 이승우 ⓒ 헬라스 베로나 공식 홈페이지

[문화뉴스 MHN 박문수 기자] 유난히 분주했던 지난 여름 이적시장, 축구 팬들의 이목을 끈 최고의 뉴스 중 하나는 이승우의 세리에A 입성이었다.

이승우는 떡잎부터 다른 유망주였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하면서 대표팀 축구의 미래로 꼽힌 그는 지난 여름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 대회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축구 팬들을 사로 잡았다. 그리고 이번 여름 바르셀로나와 결별한 이승우는 이탈리아 세리에A 승격팀 베로나행을 택했다.

최근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이승우는 "프랑스와 독일 등 여러 클럽의 제의를 받았지만 베로나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 만큼 소속팀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이승우의 남다른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아시아 선수들에게는 불모지와 다름 없다. 논이유 제도 탓에 EU(유럽연합) 외 선수들의 영입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팀별로 두 장씩 주어지는 논이유 카드를 사용하기에 아시아 선수들의 영입은 도박에 가깝다. 같은 값이면, 남미 출신 혹은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더욱 매력적일 것이다.

아시아 출신 선수에 인색한 이탈리아 리그 팀들이지만 일본 선수와의 인연은 비교적 잦은 편이었다. 

대표 주자는 전 일본 대표팀 미드필더 나카타 히데요시가 일순위다. 나카타는 박지성 이전 유럽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아시아 선수로 꼽혔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만큼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의 아시아 선수로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카타는 1998년 페루자로 이적하며 이탈리아 세리에A 입성에 성공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페루자에 빠르게 녹아들며 팀 핵심 자원으로 우뚝 섰고, 덕분에 로마로 이적할 수 있었다. 토티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지만 나카타의 활약상은 여전했다. 이후 나카타는 파르마를 거쳐 볼로냐와 피오렌티나에서 뛰며 이탈리아 세리에A와의 연을 이어갔다.
 

그 다음 선수는 나가토모 유토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체세나에 입성한 나가토모는 반 시즌 만의 인터 밀란으로 이적하며 빅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팀의 확고한 주전은 아니었지만 로테이션 자원으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현재까지도 인테르에서 뛰고 있다. 물론 최근 몇 시즌 동안 보여준 활약상은 기대 이하였지만.

이외에도 혼다 케이스케는 2014년 1월 이적시장을 통해 밀란으로 입성했고, 등번호 10번의 주인공이 됐다. 밀란 역대 최악의 10번이라는 혹평을 받았지만 네덜란드와 러시아를 거쳐 이탈리아 최고 명문팀 중 하나인 밀란 입성은 여러모로 극적이었다. 혼다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밀란과 결별했고 멕시코로 둥지를 옮겼다.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는 안정환이 이승우 이전 유일하게 세리에A에서 활약한 선수였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평소 괴짜로 소문난 가우치 전 구단주의 막말 파문으로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페루자와 결별하게 됐고, 안정환의 이탈리아 드림 역시 2시즌 만의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이런 점에서 이승우의 세리에A 입성은 여러모로 고무적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리그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리거는 즐비했지만 유난히 세리에A에서 활약한 코리안리거는 드물었다. 이승우는 2000년대 초반 안정환에 이어 두 번째로 이탈리아 무대에 진출한 한국 선수다.
 

무엇보다 이승우는 베로나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켜 줄 자원이다. 아시아 시장 공략과는 무관해 보인다. 승격팀 베로나는 1부 리그 승격이 목표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할 팀은 아니다. 

다만 현재보다는 미래를 두고 봐야 한다. 7라운드를 치른 현재 이승우는 베로나 소속으로 단 한 경기만을 치렀다. 6라운드 라치오전에서 교체 출전했고 한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며 주전 경쟁을 예고했다. 부드러웠고 적극적이었다. 이승우 투입으로 베로나 공격진 역시 날개를 달았다. 팀 패배로 빛을 발했지만 라치오전에서 보여준 이승우의 경기력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7라운드 토리노전에서는 동료의 부상으로 교체 카드 두 장을 사용하면서 출전이 좌절됐지만, A매치 이후 치를 베네벤토전부터는 본격적으로 기회를 받을 전망이다.

pmsuzuki@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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