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J 엔터테인먼트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남한산성' 이병헌 "뜨거운 김윤석, 고생한 박해일" ①에서 이어집니다.

최명길이라는 인물이 정치가로서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인간적인 모습은 이시백과 술잔 나누는 면만 나왔다. 좀 더 인간적인 면을 더 보이고 싶지 않았는지?
└ 각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김상헌은 인조와 최명길 앞에서 올곧게 정치적인 소신을 밝히기도 했지만, 천민인 '날쇠'와 일을 도모하면서 쌓았던 우정, '나루'를 통해 드러난 아버지 같은 따뜻한 모습은 여러 가지 결로 연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고, 좋은 것일 수도 있다.

반면 최명길은 동문인 이시백과 만나면서 드러난 사적인 모습 이외에는 긴장을 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상대적으로 인간적이지 않다 느낄 수도 있지만, 적진에 유일하게 들어가 홀로 담판 짓는 조선인이다. 그런 면에서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하는 연기였기에 최명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모습이면 재미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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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실제로 최명길의 입장이라면 그 선택을 했을 것인가?
└ 정치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내 목숨 하나를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도 힘든데 만인의 목숨을 두고 이익과 피해를 볼 수 있는 위험천만한 결정을 내려야한다는 입장에선 여간 보통 일이 아니겠구나 느꼈다. 게다가 인조가 우유부단한데 책임감을 어깨에 지고 "이게 맞다"고 설득시키고 이끌고 가는 모습을 보면 대단한 사람이다.

이병헌이 생각하는 최명길은 어떤 인물이었다고 생각하는가?
└ 영화를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최명길은, 내면에 있는 자기 생각과 소신, 논리는 명확하지만, 밖으로 표현할 때는 매우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상황에 따라 멋스럽게 한다고 생각한다.

김상헌과 치열하게 왕 앞에서 피를 토할 만큼 설전을 벌이면서도, 밖에서 김상헌에게 존경심이 느껴질 정도로 예의를 갖춰서 대한다. 심지어 환궁을 앞두고 왕 앞에서 "절대로 김상헌을 버리지 마십시오. 이 궁에서 유일한 충신입니다"라고 말할 정도였지 않은가.

이렇게 보면, 최명길이 신사적이고 따뜻한 사람일 것 같지만, 그의 대사를 보면 한편으로는 상당히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의견만을 가지고 핏대를 세우는 게 아닌, 좀 더 객관적으로 자신과 김상헌을 바라볼 줄 아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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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한 거울이 되었음 한다'고 했는데, 이병헌 본인이 생각하는 공감대는?
└ '남한산성'의 원작소설을 집필하신 김훈 작가님이나 이 영화를 기획했던 분들도 이를 예측한 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우리가 맞닥뜨린 현재 상황과 맞아떨어졌다. 누구나 지금 정세를 생각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그렇게 살아왔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 항상 가운데 껴있고,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행동지침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도 있었고, 계속 강한 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우리를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인 이민정이 '남한산성'을 보고 울었다고 했는데, 그만큼 영화에 포인트를 준 게 있었나?
└ 슬프지 않았을까 싶었던 포인트가 3가지 있었다. 날쇠가 자기 동생의 싸늘한 주검을 바라봤을 때, 김상헌이 나루한테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때, 인조가 삼배구고두례할 때였다.

▲ 영화 '남한산성' 스틸컷

'남한산성'의 처음과 끝을 장식했는데, 상당히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 처음 영화의 시작은 그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폐허가 된 행궁을 비추면서 긴박한 신하들의 목소리와 왕의 소리, 청나라에 의해 곳곳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난리 통의 소리가 뒤덮이며 시작되는 것이었는데 편집과정에서 삭제되고 나의 모습이 첫 장면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내 어깨로 시작해서 끝났다. 마지막 장면 또한 오랫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문이 닫히기 전에 뒤돌아보는 명길의 눈빛은 어떤 감정이었을 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감독님도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47일간 지옥 같았던 시간을 떠올리면서 영혼은 이미 빠져나간 것 같은 눈빛이지만 명길은 "대의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살아남고 난 상태에서 대의명분 아니냐. 새롭게 도모하려면 일단 살아야 하지 않느냐"라고 주장했을 때에는 하나둘씩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착잡한 뭔가가 빠져나간 듯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뒤돌아서서 다시 들어가는데 의도치 않게 어깨 쪽으로 햇빛을 받았는데 좋게 나왔다.

촬영이 끝나고, 아쉬웠던 점은 없었는지?
└ 매 촬영할 때마다 아쉬운 것은 생기지만, 그렇다고 다시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옛날 같으면 다시 한번 하겠다고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힘들다. (웃음)

촬영 영상을 보니까 보기만 해도 엄청 추웠던 것 같았는데, 어땠나?
└ 그게 영화의 주요포인트였다. 실제 그 47일이 가장 추웠던 시기였고, 산꼭대기에 있어 난방도 되지 않는 남한산성에서 고생했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방법 중 하나가 입김이었다. 신하나 왕이 내뿜는 입김, 그리고 왕의 수라상도 그렇게 조촐할 수 없었다.

▲ 영화 '남한산성' 스틸컷

그렇게 왕까지 고생하면서 지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한 번은 한 장면을 여러 번 촬영했었는데, 하나는 배우들의 연기가 좋게 나왔던 반면, 다른 하나는 입김이 더 생생하게 담겨 감독님이 갈등하셨다. 그 정도로 혹독한 추위 속에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병헌을 향한 대중의 평가는 "이병헌은 천부적인 연기력을 지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배우를 계속해야겠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나?
└ 이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 맞는지, 혹은 평생 해야 할 것 같다고 여겼던 순간이 많았다. 나는 여전히 연기를 배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삶을 잠깐 사는데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연기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연기를 잘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가르침이 필요하지만, 그 이후는 자기 몫이다.

과거에 학교 때부터 기초를 탄탄하게 배웠던 배우들에게 열등감 비슷한 걸 느꼈던 적도 있었다. 옛날에 KBS에 공채로 처음 들어갔을 때, 연영과 출신 혹은 연극무대 등을 밟고 들어온 동료들을 보면서 '쟤네들은 학교에서 뭘 배웠을까?'라며 궁금증을 가지면서 열등감과 부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래서 연극영화과 수업이 궁금해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으로 연극영화과로 진학했다. 그런데 정작 궁금했던 실기가 아닌, 학문적으로 연극영화과 수업에 접근하고 상당히 어려운 이론들을 배우는 것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차라리 연극영화과 학부로 가서 실습을 배우면서 현장을 체험했어야 했던 게 아닐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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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의 차기작 '미스터 선샤인'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 동서양이 공존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조선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서구문물이 한참 들어오는 시대를 그리는 작품들이 많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다. 조상경 영화 미술감독님도 이번에 참여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

파트너로 등장하는 김태리와 나이 차가 상당히 많이 나는데, 본인의 생각은? (웃음)
└ 나도 그 정도로 차이 날 줄 몰랐고, 괜찮나 싶은 생각도 했다. (웃음) 이 부분에서는 내 영역이 아닌 감독님이나 작가님의 영역이니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김태리가 출연했던 '아가씨'를 봤는데,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난해 시상식장에서 각각 '내부자들'과 '아가씨'로 자주 봐서 그런지 벌써 친해진 것 같다. 그리고 지난해 시상식에서 손예진과 박정민도 자주 마주쳐서 그런지 이렇게 넷이 함께 영화를 찍은 듯한 느낌이다. (웃음)

추석 때 계획은?
└ 영화홍보차 무대인사를 할 계획이며, 추석 이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방문할 예정이다. 그래도 연휴 기간에 4일 정도는 가족들과 함께 지낼 것 같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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