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화도 다시보자 '명화참고서'…'블레이드 러너'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오는 10월 12일, SF 영화계의 한 획을 그었던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리들리 스콧과 드니 빌뇌브의 합작으로 드디어 선보이게 된다. 1982년 개봉 이후, 무려 35년 만에 속편이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게다가, '블레이드 러너'의 상징인 '릭 데커드' 역의 해리슨 포드와 '라라랜드'를 통해 극찬을 받았던 라이언 고슬링이 등장해 기대감을 한층 더했다.

오늘날에는 '블레이드 러너'가 SF 영화계보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영화이자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영화로 언급되고 있지만, 이 영화가 처음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던 1982년에는 비관적인 결말과 주인공 때문에 전문가들과 관객들로부터 혹평세례를 받았다. 그래서 '블레이드 러너'는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별칭 또한 가지고 있다.

 

개봉 당시에는 흥행참패를 겪었던 '블레이드 러너'였으나, 리들리 스콧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극장판을 비롯해 감독판, 최종판까지 무려 세 가지 버전의 '블레이드 러너'를 선보였으며 이 때문에 관객들과 전문가들 입으로 쉴새 없이 오르내렸다. '블레이드 러너'를 접하지 않은 이들에겐 다소 이해되지 않겠지만, 영화를 보게 된다면 다들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 영화가 끌어당기는 '마성의 매력'은 강했기 때문이다.

필립 K. 딕의 SF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를 영화화한 '블레이드 러너'는 1980년대에 좀처럼 보기 힘든 디스토피아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독특했다. 물론, 리들리 스콧이 남들보다 한발 앞서 '에일리언'으로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지만, '블레이드 러너'는 또 달랐다. 특히, 화창함의 대명사인 LA가 런던 형 스모그로 가득 차 어두운 분위기가 되었다. 부자가 지구를 피해 우주로 이민 가고, 끝없이 높은 마천루 밑에 동양인과 히스패닉이 살고 있다는 설정은 훗날 일본 애니메이션인 '아키라'나 '공각기동대'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요 설정이자 극의 주요 내용인 인간, 그리고 인조인간 '리플리컨트'의 관계는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처음에는 인간과 '수명 4년'이라는 족쇄를 가진 리플리컨트가 명확하게 구분되었으나, 지명수배가 걸린 리플리컨트 4인방('로이 베티', '레온', '조라', '프리스')을 뒤쫓는 과정에서 여느 인간과 다르지 않으며 인간들처럼 똑같이 살길 바라는 리플리컨트들의 모습을 보며 데커드는 혼란을 겪게 된다. 데커드 또한 리플리컨트가 아니냐는 숱한 논쟁이 이어져왔지만, 극 중 30년 후인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데커드가 등장한다는 소식과 함께 종식되었다.

데커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또 다른 리플리컨트 '레이첼'과 데커드를 살려주며 굵은 빗방울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로이 베티의 모습은, 발전하고 있는 문명 속에 차갑게 식어버린 암울한 미래사회를 살아가며 기본적인 감정들이 메말라버린 인간들과 대조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그동안 우리가 인간다움을 잊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지며 되돌아보게 했다.

 

당시엔 거의 사장되어 두 번 다시 나올 것 같지 않았던 영화이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조명되다 35 년만에 후속작이 등장했다는 건, '저주받은 걸작'보단 '축복받은 명작'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박진감 넘치는 여타 SF 영화와 달리, 단순한 줄거리로 인간성과 미래사회를 향해 복잡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블레이드 러너', '블레이드 러너 2049'를 관람하려는 관객이라면 반드시 '블레이드 러너'부터 볼 것을 강력추천한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 15세 관람가, SF, 
1시간 57분, 평점 : 4.0 / 5.0(왓챠 기준)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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