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차태현, 김유정, 서현진 주연의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에 추석특선영화로 출격한다. 4일 오후 11시 10분 MBC를 통해 방영되는 '사랑하기 때문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타인의 몸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이형(차태현)'이 여고생부터 치매 할머니까지 몸을 갈아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영화 제목이 1987년에 타계한 가수 유재하의 노래 '사랑하기 때문에'를 주제삼아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주지홍 감독은 "유재하의 음악을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힐링 될 수 있는 스토리에 담아내고 싶었다"라며 "유재하는 죽은 게 아니라 아직도 살아서 사람들의 사랑을 이어주고 있다"는 극 중 대사처럼 유재하의 음악으로 영화 속 인물들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만듦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진한 감성을 전했다.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가 추석특선영화로 방영되면서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모티브가 된 가수 유재하를 향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1962년에 태어난 유재하는 서울 대일고를 거쳐 한양대학교 음대 작곡과로 진학했다. 한양대를 재학하던 중, 유재하는 1982년 '가왕' 조용필의 밴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 키보드로 합류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때 조용필은 훗날 유재하의 솔로앨범에 실리게 되는 '사랑하기 때문에'를 자신의 7집 앨범에 수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선 대중음반 분야의 아르바이트는 허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유재하의 활동은 2달 만에 종료되었다.

이후, 유재하는 1986년 친구인 김종진이 속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에 키보드 객원 멤버로 들어갔고, 그는 리더인 김현식에게 자신의 앨범에 수록될 전곡을 주기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과 추구하는 음악의 지향점이 달랐기에 6개월만에 밴드를 나오게 되었다.

▲ ⓒ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그 후, 유재하는 1987년 8월 자신의 첫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매했다. 하지만 "음정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심의에서 반려되었고, 평론가들로부터 "노래가 이상하다" 등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왜냐하면 유재하는 기존 대중 가요와 달리 클래식 음악의 화성학과 갖가지 악기들의 음색을 녹여내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재하는 방송 심의를 위해 PD들 앞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나 퇴짜맞았다. 그의 대부분 노래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엇박자로 시작되는데, PD들은 박자도 못맞추는 가수로 여겼기 때문. 하지만 이 반응은 그가 일본의 야마다 가요제에 출품했던 수록곡 '지난날'이 전파를 타면서 반전되었고, '사랑했기 때문에' 앨범 또한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재하의 앨범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1987년 11월 1일 새벽, 유재하는 서울 강변북로 부근에서 승용차를 타고 가다 중앙선을 침범해 건너편에서 마주오던 택시와 정면 충돌했고, 유재하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불과 25세의 나이였다.

이를 기리고자, 유재하의 아버지는 아들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고자, 음반수익과 성금을 기탁해 '유재하 음악장학회'를 설립하였다. 장학회 주관으로 1989년부터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매년 개최했고, 한국 대중음악의 수많은 인재를 발굴하기도 했다. 초대 수상자인 조규찬을 비롯해, 유희열, 방시혁, 김연우, 정지찬, 스윗소로우, 박원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의 주연배우로 출연한 차태현은 "대본을 봤을 때 영화는 느낌이 괜찮았는데 나는 좀 걸렸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유재하 노래로 채워진다는 게 좋아서였다"고 밝혔다. 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유재하를 향한 향수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아직도 우리 곁을 떠나간 사실이 믿기지 않은 그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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