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관악극회 윤완석 제작총괄 이순재 예술감독 아리엘 도프프만 작 김알리사 역 이건용 작곡 오종우 연출의 과부들
- 공연명 과부들
- 공연단체 관악극회
- 예술감독 이순재
-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
- 번역 김알리사
- 작곡 이건용
- 연출 오종우
- 공연기간 2017년 10월 6일~17일
- 공연장소 이해랑예술극장
- 관람일시 10월 6일 오후 3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관악극회의 윤완석 제작총괄, 이순재 예술감독,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작, 김알리사 역, 이건용 작곡, 오종우 연출의 <과부들>을 관람했다.

오종우(1945~)는 대전출신으로 군의관시절 증평에서 근무할 때,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탐정과 조각가>로 당선되었고, 예편 후 여의도에 “맨션치과”를 개원하고, 극단 연우무대를 창단하고 극단대표를 맡았으며, <칠수와 만수> <지하도>등을 집필하고, <뉴욕 안티고네> <세일즈맨의 죽음> <다우트> <인형의 집>을 연출하고, 1999년에는 덴탈씨어터를 창단했다. 현재 치과의사직과 희곡 집필, 그리고 연출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치과의사 연극인이다.

이건용(1947~)은 평안남도 대동군 출신으로 서울예술고등학교와 단국대, 서울대 음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음대에서 공부하고 서울대 교수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4대 총장을 역임하였고 서울시 오페라단 단장을 역임했다. 신춘문예에 소설도 등단한 적이 있고, 오태석 작가 겸 연출가와 회로무대에서 연극공연을 함께 했다.

이 연극은 군사 쿠데타로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를 무너뜨리고 17년간 집권한 피노체트 군사독재정부시절이 배경이다.

피노체트는 1915년 칠레의 발파라이소에서 태어나 1936년 산티아고에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직업군인이 되어 육군사관학교 부 교장을 지냈다. 1956년 미국 주재 대사관 무관에 이어 제6사단장, 1969년 육군참모장, 1973년 8월 대장으로 육군총사령관이 되었다. 같은 해 9월 육군·해군·공군 및 경찰군 총사령관으로 군사평의회를 결성,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정권을 전복하고 군사평의회 의장에 취임하였다.

1974년 12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1980년 9월 국민투표로 장기집권을 노린 신헌법을 통과시켜 1981년 3월 신헌법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 후 계속되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시한 채 독재정권을 계속하다가 1986년 극좌단체에 의한 암살미수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1988년 10월 대통령 집권연장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패배하여 1989년 12월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파트리시오 아일윈이 당선된 뒤 1990년 3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피노체트가 17년간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공식 보고된 숫자로만 3197명이 정치적 이유로 살해되었고, 수천 명이 불법 감금된 채 고문당하고 강제 추방되었으며, 1000여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로 남아 있는 등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다.

이로 인하여 1998년 10월 런던에서 영국 사법당국에 의하여 체포되었으나 2000년 3월 건강을 이유로 석방된 뒤 칠레로 귀국하였다. 귀국 후 가택연금 상태에서 인권유린 등의 혐의로 300여 건의 기소를 당하였으나 형사처벌을 받기 전에 2006년 12월 사망하였다.

장례는 피노체트 정권하에서 고문으로 아버지를 잃은 바첼레트 대통령의 거부로 국장(國葬)으로 치러지지 못하고 군장(軍葬)으로 치러졌으며, 피해자들에 의하여 훼손될 것을 두려워한 피노체트의 유언에 따라 시신은 화장되었다.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1942~)은 유태계 아르헨티나 작가로 칠레로 이주해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에 종사하다가, 군사 쿠데타로 피노체트가 집권하자 미국으로 망명해 30년간 미국에 머물며 반 군부 활동을 벌였다. 미국의 9 11테러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고, 피노체트가 물러나자 귀국한 후에는 집필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의 작품 <죽음과 소녀>와 <경계선>이 1990년대와 2000년대 극단 미추에 의해 공연되기도 했다.

이 연극은 군 주둔지역에서 남성이 모두 차출되어 가거나, 강제 연행된 자의 아낙들이 강가에서 지아비나 동생 또는 자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엮어가는 내용이다.

무대 오른쪽에 여러 개의 단으로 언덕을 조성하고, 무대 중앙 좌측에서 전면으로 강이 흐르는 것으로 설정했다. 나무로 된 구름다리가 강 너머로 연결되고, 배경에는 먼 곳에서 강이 흘러오는 풍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무대 좌측 상단에 천정에 닿을 듯싶은 높은 소초가 있고, 여기저기 원형의 나무 밑둥이가 배치되고, 장면변화에 따라 의자를 배치한다.

강 언덕에는 의자나 나무 밑 둥을 가져다 놓고 앉아 남편이나 자식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망부석 같은 기다림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빨래터로 그녀들의 일상이 묘사되기도 한다. 장면이 바뀌면 언덕은 성당의 고해소(告解所)가 되는가 하면, 인질 구금(拘禁)장소가 되기도 한다. 대단원에는 여인들이 의자를 잔뜩 가져다 놓고 강 언덕위에 쌓아놓다. 시체는 인체조형물로 처리된다. 장면변화마다 펼쳐지는 음악이 극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연극은 도입에 주인공 과부가 강가에 앉아 남편을 기다리는 장면에 시작된다. 과부들이 떼 지어 등장하고, 과부들은 모녀(母女)도 있고, 고부(姑婦)간이기도 하고, 동서(同棲)지간이거나 자매(姉妹)관계거나 친척(親戚) 또는 친구, 그리고 이웃들이다.

과부들의 한결같은 염원은 부친 또는 남편이나 아들을 비롯해 남성가족들이 돌아오는 것이다. 이 연극에서는 남자들이 장기간 억류되고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묘사가 되니, 엄밀히 따진다면 <과부들>이라는 제목은 맞지가 않다.

시체가 한구가 강물에 떠내려 오면 주인공 과부는 자신의 남편이라는 주장을 하고, 주둔군 장교에게 시체의 장사를 지내겠다는 탄원을 한다. 주둔군은 주민의 뜻을 이해하려는 화합 형 대위와 묵살하는 강경파 중위로 대립을 한다.

그러나 주둔군은 죽음의 원인을 두고 자신들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이 불편해, 주인공의 탄원을 거절하고 강경파인 중위는 시체를 가져다 불태워버린다.

시체가 또 떠내려 오고, 과부들이 떼 지어 몰려와 저마다 자신의 남편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번에는 주둔군 대위가 연고자를 가려내고 대위의 인정 하에 과부들이 직접 시체를 거두고 매장토록 한다. 이로 인해 주둔군 대위와 중위와의 갈등이 증폭된다. 향 후 대위는 시체매장을 군주도하에 거행하기로 결정한다.

주둔군 중 한 병사와 미모의 젊은 과부와의 치정행각이 벌어진다. 젊은 여인의 끓어오르는 욕정이 도덕심을 극복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여인은 후반부에 강물에 빠져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다.

시체가 또 떠내려 오고, 또 과부들이 몰려드니, 군은 성당의 신부까지 불러들여 증언을 하도록 한다. 그러나 신부인들 부패한 망자의 신원을 어찌 구별하랴? 결국 시체는 군에서 끌어다 처리하고, 이로 인해 과부들은 강가에서 등불시위를 벌인다.

억류되었던 남자들 중에 폐인이 되다시피 한 인물이 군의 배려로 귀가한다.

그러나 송장과 다름없는 남자가 어찌 남자구실을 하랴?

과부들의 기다림이 계속되고 이를 저지하려는 주둔군과의 마찰과 갈등이 이어지면서 대단원에서 수레 수레에 의자를 싣고 와 주인공 여인처럼 강둑에 앉아 기다리려는 여인들의 의지는, 상부의 지령을 받는 주둔군의 집단 사살행위의 위협으로 나타나지만. 대단원에서 첫 장면에서처럼 망부석인양 기다리는 한결 같은 노모의 모습과 그 시어머니를 집으로 모셔가려는 며느리의 애절함, 그리고 손녀의 모습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나호숙, 박혜성, 리다해, 윤소연, 이상진, 장익준, 박연하, 장재원, 임은자, 맹주원, 해다, 정혜자, 김숙향, 박우열, 류근욱, 박재민, 김태영, 임세찬, 이동찬, 박민유, 김인수, 어은영, 김태진, 등 출연자 전원의 혼신의 열정을 다한 열연과 호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제작총괄 윤완석, 기획총괄 조인경, 조연출 하종운 김태영, 무대감독 문원섭, 무대디자인 김혜지, 조명디자인 김용호, 조명프로그래머 문동민, 조명오퍼 김지은, 분장감독 지병국, 분장 김학영, 음악감독 박상철, 사운드디자인 전광표, 사운드어시스트 이만정, 의상디자인 박정원, 의상 하경희 조인경, 소품디자인 김혜지, 소품 윤정민, 안무 홍세정 정소연, 촬영감독 김창수, 사진 박영태 김 솔, 인쇄제작 시화넷 등 스탭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관악극회의 윤완석 제작총괄, 이순재 예술감독,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작, 김알리사 역, 이건용 작곡, 오종우 연출의 <과부들>을 연출가와 작곡가 그리고 출연자의 기량이 어우러진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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