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20년 만에 첫 우승으로 뒤풀이 방법 아무도 몰라

▲ 이 한 장의 사진을 얻을 때까지 야탑고 김성용 감독은 두 번이나 헹가래를 받아야 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2008년 11월부터 뒤늦게 이 일을 시작, 2009년부터 본격으로 그라운드에 나섰습니다.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도 좋았지만,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만나는 것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리고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국대회 결승전 등을 통하여 많은 선수들의 웃고 우는 모습을 지켜봤고, 프로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을 털어 놓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8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프로야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던 아마야구의 뒷이야기들, '김현희의 야구돌 시트콤'에서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3편은 창단 20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야탑고 야구부와의 재미있는 일화를 털어놓고자 합니다. 시간을 잠시 봉황대기 결승전으로 돌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너희들 왜 이리 우왕좌왕해? 우승 처음 해 봐?"
야탑고 일동, "네, 처음 해 보는데요?", "그래 미안하다!"

지난 9월 1일, 목동 야구장에서는 야탑고와 충암고의 봉황대기 고교야구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마운드는 야탑고가, 타선은 충암고가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양 팀은 결승전다운 명품 투수전을 선보이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결국 승부는 초반에 갈려졌습니다. 1회 말 공격에서 3번 김태원과 6번 길지석의 적시타로 두 점을 낸 것이 결과적으로 결승점이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충암고는 상대 투수 폭투에 힘입어 한 점을 만회했을 뿐, 이승관-안인산-신민혁의 완벽 계투작전을 앞세운 야탑고 마운드의 높이를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경기가 2-1, 야탑고의 승리로 종료되자 선수단은 누구랄 것도 없이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 들어가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열린 3개 대회 우승 때와는 조금 다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선수단 스스로 기쁨을 나눈 이후 바로 김성용 감독님을 마운드로 인도한 이후 헹가래를 친 것이었습니다. 보통 헹가래는 시상식이 모두 끝난 이후 우승기+우승 트로피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야탑고 선수단은 우승의 기쁨을 스승과 함께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이후 시상식을 위해 선수단이 정렬했는데, 야탑고 선수들이 서 있는 모습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그랬습니다. 이 친구들, 결승전 시상식 경험도 없어 아예 일렬로 줄을 섰던 것입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본 기자는 선수단을 향해 (당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필자 : "어이! 너희들 왜 이리 우왕좌왕해? 왜 일렬로 서 있는데? 우승 처음 해 봤어?"
선수단 : "(일동 크게 웃으면서) 네, 저희 우승 처음인데요?"
필자 : "아 그래 미안하다(웃음). 시상식 때는 한 줄이 아니라, 두 줄로 서야 하는 거야."

그제야 선수단도 일사불란하게 두 줄로 다시 정렬했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라운드 한 편에 서 계셨던 김성용 감독님께도 시상식 이후 장면을 설명드렸습니다.

"아이고, 감독님! 우승 처음이라 어떻게 하시는 줄 모르시는 것 같아요. 일단, 우승기 우측에 배치하고, 트로피랑 개인 시상 받은 것 정 중앙에 놓고 헹가래 받는 사진 찍으셔야 해요. 감독님 다음엔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 다음으로는 코치님들, 그리고 다음에는 자율적으로 헹가래 쳐 주고 싶은 분들 모셔서 해 주시면 됩니다."

그러자 김성용 감독님도 알았다고 하시면서 "어휴, 그럼 헹가래를 또 받아야 해요?"라고 말씀하시면서도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창단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무대 우승을 차지했던 만큼, 큰 대회 이후 뒤풀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경험을 못했던 것이 매우 당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김성용 감독님께서는 "우승의 맛이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는 더 자주 맛보고 싶네요."라며, 내심 내년 시즌도 욕심을 내겠다는 속내를 내비치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본 기자도 지난 8년간 적지 않은 우승의 순간을 함께 했던 만큼, 야탑고 선수단에 우승 뒤풀이 조언을 했던 경험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내년에는 어떠한 학교가 "우승 처음 해 봤어?"라는 본 기자의 질문을 받을 수 있을까요?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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