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저희보다 앞선 차가 고장으로 출발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점 양해바랍니다"

오전 8시 50분, 수원역 방향으로 가던 분당선 지하철이 매탄권선역에서 갑자기 멈췄다. 사유는 앞선 지하철이 고장났다는 것. 첫 안내방송은 마치 금방 해결될 것이라며 승객들을 안정시켰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분당선을 타고 있던 필자를 비롯한 승객들은 별 일 없겠지라 여겼다.

하지만, 20분이 지나도 분당선은 매탄권선역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내방송은 처음에 했던 말만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잠시 후, 안내방송의 멘트가 "앞선 차가 고장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래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소요시간은 20분 이상 소요될 것 같습니다. 혹시나 급하신 분들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로 바뀌었다. 하지만 안내방송에서 구체적으로 대선책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방송이 끝난 직후, 지하철은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몇몇 중고등학생은 그때서야 학교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해 지하철 고장으로 늦으니 잘 말해달라고 다급해졌고, 일부 직장인들은 시계를 보며 황급히 열차칸 밖으로 나갔다. 필자 또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차 부산행 기차를 타야하는데 놓치게 생겼다.

지하철 고장으로 매탄권선역에서 강제하차한 일부 승객들은 안내센터를 향해 거칠게 항의했다. 지하철 고장에 대한 미비한 대응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분당선을 관리하는 한국철도공사 측은 사건발생과 승객들의 항의에 당황하기만 했고, 미승차 확인증을 끊어주며 그제서야 환불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이 나비효과로 매탄권선역 일대에는 택시를 잡는 승객들로 붐볐다. 당연히 없던 택시가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등장하는 것도 아니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 때문에 역 근처 도로는 정체가 되어 제 속력을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대부분 승객들은 예상 목적지에 제시각에 가지 못할까 애만 태우고 있었다.

 

결국, 필자 또한 예정되었던 오전 10시 30분 용산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어떻게든 제시간에 타기 위해 택시에 몸을 실었으나, 교통 체증은 그 어떤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했다. 결국 분당선 고장 나비효과로 결국 해당기차를 놓쳐 10시 49분 수원에서 출발하는 KTX 열차로 대체해야만 했다.

분당선 고장과 한국철도공사 측의 프로답지 못한 대응으로 금전적 손해만 105,800원이며 이를 미승차 확인증으로 맞바꾸는 웃지 못할 경험을 했다. 시간손해까지 합산한다면 이보다 더 큰 피해다. 열차 고장으로 피해를 입은 승객들의 시간 손해는 누가 보상해줄 수 있는가. 아마 한국철도공사는 해주지 못할 것이다.

syrano@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