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금천예술공장이 국내 미디어아트 분야 신진예술가들의 데뷔 무대이자 국제 미디어아트의 현재를 체험할 수 있는 아트X테크놀로지 페스티벌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7 : 언캐니 밸리?'를 20일부터 11월 5일까지 연다.
 
금천예술공장은 지난 8년 동안 미디어아트 창작지원사업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에서 신진예술가의 아이디어를 선발해 창작, 기술, 전시, 기업과 협업,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해왔다. 2014년부터는 미디어아트의 세계적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로 확대해 해외작가 초청, 강연, 퍼포먼스와 콘서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주제인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는 지난 1970년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의 이론을 인용한 것이다. 모리의 이론에 따르면, 로봇이 점점 더 사람의 모습과 흡사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로봇의 외모와 행동이 인간과 거의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호감도는 다시 증가해 인간이 인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수준까지 접근하게 된다. 이때 '인간과 흡사한' 로봇과 '인간과 거의 똑같은' 로봇 사이에 존재하는 로봇의 모습과 행동 때문에 느껴지는 거부감이 존재하는 영역을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고 한다.
 
예술감독인 최두은 아트센터 나비 총괄 큐레이터는 "로보틱스뿐 아니라 인공지능, 증강현실, 합성 바이올로지, 스페이스 테크놀로지 등의 발달로 인간의 삶이 증강(augumented)되고 인간과 기계의 구별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라며, "아직은 인간과 기계를 구분할 수 있는 '언캐니 밸리'의 마지막 지점에서 이 페스티벌을 통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 테크놀로지에 의해 증강될 가까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인간다움'을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페르노' 작품을 바탕으로 한 포스터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7'을 재미있게 관람할 포인트 여섯 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로봇에 통제되는 인간을 보여주는 로보틱 퍼포먼스 '인페르노(INFERNO)'다. 이번 페스티벌의 백미는 관객 참여형 로보틱 퍼포먼스인 '인페르노'다. 예술가 루이 필립 데메르는 "이 퍼포먼스는 단테의 '신곡'과 자신을 기계라고 여기는 소년이 등장하는 논문 '조이: 기계 소년(Joey: The Mechanical Boy)'에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총 12개의 로봇으로 구성된 이 퍼포먼스에서 참여자는 20kg이 넘는 로봇을 어깨에 착용한 채 움직임을 제어 당하며 춤을 추게 된다. 인간의 신체는 외부의 힘에 통제받으며, 신체는 무한 반복 움직이게 강제된다는 설정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지옥'을 떠올리게 한다. 개막인 20일 오후 6시부터 30분간 '인페르노'의 화려한 특별 퍼포먼스가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린다. 개막일을 아쉽게 놓쳤다면, 21일 오후 6시와 오후 8시에 사전접수를 통해 각 1시간의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다. 21일의 경우, 관객이 로봇을 입고 직접 퍼포먼스에 참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가상현실을 통해 타인의 신체에 침입해보는 '미의 세 여신'이다. 관객이 오큘러스(가상현실 체험용 VR기기)를 쓰면 눈앞에 라파엘로의 작품 '미의 세 여신'에서 모티브를 딴 세 여자가 어깨동무를 한 채 나타난다. 관객은 조이스틱을 움직여서 세 여자 사이에 개입할 수 있는데, 여성들의 포즈를 관객이 조이스틱을 움직여 바꿀 수 있고, 어깨동무하며 얽혀있는 여자들을 무리에서 빼낼 수도 있다.

예술가 JF말루앵은 가상현실 속 타인의 신체를 '건드리는' 행위를 통해 타인의 영역(territory)에 침입을 생각해보게 하며, 그리고 가상현실을 통해 서로 간섭하는 실재 신체와 가상현실 속 신체를 통해 몸의 경계(frontier)에 관해 말하고 있다.

▲ '임팍트(IMPAKT)'

    
세 번째는 가상현실을 통한 충격의 확장과 폭력의 숭고미 '임팍트(IMPAKT)'다. 금천예술공장 야외무대에서 예술가 허만 콜겐의 발사 장치가 7m 길이의 대형 스크린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면서 시작된다. 발사체는 스크린에 등장하며, SF영화 혹은 게임에서 본 듯한 기괴한 외모와 신체의 가상 인물의 신체를 타격한다. 실재의 탄환에 맞은 가상의 인물은 엄청난 충격에 반응하며 무중력 상태와 같은 허공에 부유한다. 탄환에 맞아 부유하는 가상의 신체는 잔인함과 연민보다는 시적 우아함을 드러낸다. 예술가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잔인한 충격을 관객의 눈앞에서 확장하고, 폭력을 통한 숭고미를 구현한다.

네 번째는 로봇이 된 관객이 자신의 몸을 경험하게 하는 '에테리얼(Ethereal)'이다. 이 작품은 오큘러스 고글과 3미터 크기의 등신상 로봇으로 구성됐다. 관객이 방에 들어가 오큘러스 고글을 쓰면, 관객은 로봇으로 변신하여 현재 자신의 뒷모습을 내려다보게 된다. 고글 속 영상을 통해 로봇이 된 관객이 자신의 팔을 움직이면, 관객 뒤 설치된 3미터 크기의 로봇의 팔도 똑같이 움직이게 된다.

관객의 팔 동작에 연동하여 움직이는 로봇이 만지는 것은 다름 아닌 관객 자신이다. 예술가 이성은과 이성민은 "우리의 신체란 타자의 시선을 통해서 인지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 인지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다섯 번째는 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가 작품을 만든다는 의미의 '스페이스 아트', '이너 텔레스코프'다. '이너 텔레스코프'는 예술가 에두아르도 카츠가 프랑스 우주인 토마 페스케에게 지시하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무중력상태를 고려해 구상됐으며, 우주정거장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했다.

▲ '이너 텔레스코프'

우리가 지구에서 만나는 보통의 작품과 달리, 위아래와 앞뒤가 없는데 그 형태는 프랑스어 'Moi'(나 자신이라는 뜻)로 보이기도 하고 다른 각도에선 탯줄이 잘린 인간의 형상으로도 보인다. 잘린 탯줄을 통해 인간이 중력의 한계에서 해방됨을 은유하는 이 작품은 '스페이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한국에서 소개되는 첫 사례다.
    
여섯 번째는 과학자와 예술가, 기계공학자들이 말하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다. '페스티벌 나잇'의 둘째 날인 21일에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3개의 강연이 열린다. 특히 TED 강연을 통해 널리 알려진 과학자 탈 다니노의 발제 '리빙 박테리아 : 합성 바이오아트의 새로운 미디엄'이 주목된다. 그는 생물학과 공학의 새로운 교차점을 탐구했으며, 이번 발표에서 자신이 연구해온 '암 치료를 위한 미생물의 프로그래밍' 그리고 예술가로서 박테리아의 증식 패턴을 제어하여 인쇄용 잉크로 사용한 사례 등을 소개한다.

또 다른 발제자 빌 본과 루이 필립 데메르는 '인간이 만든 기계 '인페르노'의 퍼포먼스 : 복종과 해방을 넘어선 역설'을 주제로 자신이 수년간 추구해온 로보틱 퍼포먼스를 통해 예술을 통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조망한다. '2016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에 선정된 8인의 예술가 중 한 명인 팀보이드(teamVOID)는 로봇 쿠카(KUKA)를 통해 산업용 로봇으로 예술적 퍼포먼스를 구현하면서 인간과 같은 개성을 획득한 로봇을 설정해왔다. 이들은 '로봇의 자아 획득 그리고 인간'이란 주제로 발표한다.

한편, 20일과 21일인 이틀간의 페스티벌 나잇은 10일부터 사전 참가신청을 받고 있다. 사전 참가신청은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7'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선착순 300명에게는 에코백을 증정한다. 이 밖에 페스티벌 나잇 현장을 찾는 관람객에게는 음료 쿠폰, 네온 팔찌, 스티커, 뱃지 등 선물패키지도 증정한다.

mir@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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