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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아무도 입 밖으로 말하진 않지만 변하지 않는 세상의 법칙, '끼리끼리' 만나."

백설공주가 함께 살았던 난쟁이에게 자신의 첫인상을 묻는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나랑 하고 싶었어?". 그리고 신데렐라는 자신의 손에 끼워져있는 반지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남자 하나 후려쳐서 이거 받았잖니." 보통의 동화라면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할 공주의 입에서 속물적이고 심지어 대담한 말들이 쏟아진다. 이렇게 동화 속 주인공들을 유쾌하게 비튼 뮤지컬이 있으니, 바로 '난쟁이들'이다.

뮤지컬 '난쟁이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동화 내용을 비틀어 동화 나라 인물들의 숨겨진 속살 같은 이야기를 선보인다. 지난해 제3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이 작품은 "동화 이야기이지만 씁쓸한 현실을 웃음으로 풀어낸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란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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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탄광 마을에 사는 난쟁이 '찰리'가 동화책을 읽으면서 시작된다. 동화 속 영원한 사랑에 감동하는 찰리에게 아버지는 "사랑은 변하는 거야"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장은 되지 말아라"고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하얀 빵을 얻기 위해 매일같이 탄광에서 일해야 하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던 찰리는 동화 나라에서 무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는다. 찰리는 이번이 인생 역전의 기회라 생각하고 한때 백설공주와 함께 살았던 늙은 난쟁이 '빅'을 졸라 마녀를 찾아간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지났다는 마녀, 그럼에도 돈을 통한 마법으로 결국 왕자로 변신한 찰리와 빅, 서로를 험담하는 신데렐라와 백설공주까지. 동화에서 아름답게만 묘사됐던 장면들은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요소이자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백설공주다. 자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하고 싶었냐고 묻는 백설공주는 사랑을 제대로 모르는 인물이다. 그렇지 않다면 겨우 열 다섯 살이었던 자신을 본 빅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동안 공주였던 백설공주에게 욕망만을 앞세운 남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단 동화 속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떠나려는 찰리를 말리는 빅이 인간 세상을 말할 때 연금, 연말 정산을 언급하며 그 무서움을 설명한다. 우스꽝스러운 말투 때문에 웃기면서도 대사가 현실과 맞물려 씁쓸함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내용은 동화와 다를지라도 '난쟁이들'은 아기자기한 영상과 음악을 활용하여 동화 같은 장면들을 연출한다. 영상으로 찰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를 등장시키는 장면에선 어김없이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특히 난쟁이 찰리와 빅이 마법으로 9등신 왕자로 변신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배우의 실루엣만 보여주는 영상과 적절한 음악이 어우러진 이 장면은 배우들이 정말 9등신 왕자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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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난쟁이들'은 재밌고 특이한 홍보영상들 때문에 공연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었다. 아직 공연을 보기 전이라면 '끼리끼리' 뮤직비디오를 한 번 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극 중 왕자들이 사람들은 결국 끼리끼리 만나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넘버 '끼리끼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다. 그런데도 가사는 냉정한 현실을 담고 있다. 무표정하게 이 넘버를 부르는 공연 장면이 뮤직비디오 영상과 겹쳐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극이 후반부로 갈수록 진지해지면서 코믹 요소가 사라지는 점이 아쉽다. 관객들이 '빵' 터질 수 있게 하는 요소들이 전반부에만 배치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후반부는 지루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하이라이트하고 할 수 있는 극 마지막에 넣었음에도 전달 효과가 미비하다. 인어공주도 결국 너무 전형적인 캐릭터로 전락한 점도 '난쟁이들'만의 차별성을 반감시킨다. 이야기 전개와 메시지 전달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인물 표현이 너무 평면적이라 상대적으로 다른 인물들과 비교돼 답답하다.

어른이 뮤지컬을 표방하는 만큼 대사나 장면 묘사가 노골적인 점도 호불호 갈리게 할 듯하다. 본인이 동화 속 등장인물들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그리고 그 환상이 부서지길 원치 않는다면 '난쟁이들'은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난쟁이들'을 본다면 마치 한 편의 동화책을 읽은듯한 기분이 든다. 극 중 배우들이 호응을 유도하는 등 관객의 참여도 일부 있어서 극을 더 흥겹게 즐길 수 있다. 한바탕 웃고 싶다면 고민 없이 선택하길.
 

  * 뮤지컬 정보
   - 제목 : 난쟁이들
   - 공연날짜 : 2015. 02. 27. ~ 04. 26.
   - 공연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 작 : 이지현 / 연출 : 김동연
   - 출연 : 정동화, 조형균, 진선규, 최호중, 최유하 등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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