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키위컴퍼니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대한민국 영화계 신스틸러'라고 하면 수많은 배우들이 저마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 중 일부는 주연급으로 도약한 이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조진웅이 있다. 조진웅은 어떤 역할이든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능숙하게 소화해내며 대중에게 호평을 받아왔다.

그렇게 매 영화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한국 역사의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인 백범 김구, 아니 청년 김창수에 도전했다. 조진웅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대장 김창수'는 치하포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들어간 김창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동안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을 다룬 영화라 여러모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인 10월 중순, 서울 중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조진웅을 만났다. 그가 전하는 김창수와, '대장 김창수' 촬영 중 숨겨진 이야기들을 듣는 데 한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재밌었다. 지금부터 조진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 키위컴퍼니

'대장 김창수'를 본 소감은?
└ 이 영화를 세 번 봤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많이 본 영화가 거의 없다. 나에게는 대단히 기록적인 영화다. (웃음)

어쩌다가 세 번씩이나 보게 되었나?
└ 평소 현장에서는 현장 촬영본을 잘 보지 않고, 감독님의 컷 사인에 따라 움직였다. 배우 입장에서는 감독님이 연출 의도에만 따라가면 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감독님이 나에게 이 작품에 참여자로서 음향이나 CG 등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무편집 영상을 보고 아쉬운 장면이나 피드백해줄 수 있겠냐고 하시는데, 그 부분은 감독의 권한이라서 안 보겠다고 했다. 그래도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감독님이 권해서 무편집 본을 처음 보게 했다. 이후에 스태프들과 함께 보는 기술시사회에서 두 번째로 관람하고, 언론시사회까지 세 번 봤다.

▲ 영화 '대장 김창수' 스틸컷

세 번씩이나 봤을 정도면, 영화가 남들과 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은데?
└ 처음 볼 때는 무편집 본임을 고려하고 봤다. 두 번째인 기술시사회 때 각 분야 스태프들과 본 후, 분야별로 느낀 점에 대해 서로 피드백이 오갔다. 재촬영은 할 수 없었지만, 음향이나 색 보정 같은 편집으로 수정할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 첫 번째 시사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완성작을 언론시사회에 선보이는데, 솔직히 말해 너무 부담스러웠다. 작업할 때는 못 느꼈는데, 시사회 기간이 다가오면 마치 청문회를 앞둔 사람처럼 온갖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성적표 받는 기분이라 항상 긴장된다. 그래서 전문가들 앞에서 선보이는 시사회는 하되, 나는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었다. (웃음) 기자분들이 좋은 말씀을 하는 걸 알고 있음에도 무겁게 다가와 괜히 위축됐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시사회 이후에 하는 GV나 인터뷰가 좋다. 못했던 이야기들을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친한 지인들이 많이 참석하는 VIP 시사회도 편하다. 그들에게 "너도 조만간 이 자리 선다" 식으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웃음)

▲ ⓒ 키위컴퍼니

기자회견 때 '대장 김창수'를 수차례 고사했다고 말했는데,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 극 중에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해"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젠 내 차례구나' 생각했다. 심지어 최초 제목은 '사형수'였는데 누가 하고 싶었을까. (웃음) 영화가 주는 의미 전달이 좋지만, 기꺼이 자기가 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며, 그 때문에 몇 차례 고사했다. 감독님은 나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다고 하셨다.

대본을 봤는데, '김창수'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고 느꼈고, 더 깊게 들어가 보니 김창수라는 사람은 외골수처럼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김창수는 동학농민운동 등을 겪으면서 일종의 막중한 사명감을 지고 있는 듯했다.

중요한 건, 사명감과 울분이 차 있는 상황에서 사형수가 되어 감옥에 왔다. 말하자면 곧 죽을 사람이자 내일이 없기에 보이는 게 없는 상태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었다. 그 앞이 깜깜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고, 현 시점에서도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았다.

현재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 자체가 힘들어서 누군가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김창수는 그렇게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고, 이로 인해 김창수가 김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구는 대중이 너무나도 잘 알지만, 김구가 되는 과정은 나를 포함해 대부분이 잘 몰랐을 것이다.

▲ ⓒ 키위컴퍼니

대본 작업 때부터 김구가 숨겨져 있었나?
└ 나는 이 이야기가 김구 선생 이야기라는 걸 알고서도 봤는데도, 자꾸 까먹게 되더라. 그래서 굳이 스포일러라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의 스타일리스트는 이 영화가 김구 선생의 이야기라는 걸 알고 봤음에도 좋다고 말했고, 다른 스태프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읽고 놀랐다고 했다. '대장 김창수'라고 하면 "어떤 장군인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김구 선생 이름이 왜 김창수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반응들이 오히려 흥미를 유발할 것이다.

실존인물을 다루는 영화이다보니 철저하게 준비 필요했을 것 같은데, 인물분석이나 따로 준비한 건 있는지?
└ 오히려 분석할 게 없었다. 대본대로 연기하기 전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 내가 인지해야 할 것은 백범일지에 나와 있는 말을 대사로 인용한 것이기에, 이에 도달하기 위해 배우 조진웅이 어떻게 표현하고 내가 하는 말처럼 말할 수 있는 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내가 김구 선생이 아니었기에 이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기에 바빴다. 감독님이 옆에서 도움을 주시는데도 잘 안 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래서 연기하기가 두려웠고 겁났다. 실제로 김창수는 이 사건을 겪을 당시에 겨우 스무 살 밖에 되지 않았다. 곱절이나 나이가 많은데도 두려워하고, 대사를 하는 것에 부끄러워하는 내 모습이 창피했다.

▲ 영화 '대장 김창수' 스틸컷

그래도 교수형 장면은 뇌리에 박힐 만큼 인상적이었다.
└ 당시 현장에 까마득한 후배도 나와서 지켜보고 있는데 어떤 생각으로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잊지 마라!"라는 대사를 해야 하는데 막상 말이 안 나오고 겁도 났다. 실제로 내가 교수형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교수형 장면을 연기하는 것인데도, 도저히 안 되더라.

그래도 내가 대사를 해야 이 장면이 끝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해야만 했다. 그 강단을 갖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았고, 감독님이 옆에서 계속 잘하고 있다며 독려해주셨다. 이 장면을 찍으면서, 그 시대 상황을 직접 겪지 못했지만 내가 그 말을 꼭 해야만 한다는 이유나 '앞으로 그처럼 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에 '암살'이 개봉했을 당시, 독립운동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장 김창수'로 인해 '난 할 수 있다'고 완전히 바뀌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었고, 100% 바뀌었다.

[문화 人] '대장 김창수' 조진웅 "김창수 인생은 '9회말 투아웃'이다" ②로 이어집니다.

syrano@mhnew.com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