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2017 윤영선 페스티벌 극단 백수광부의 윤영선 작 이성열 연출의 여행
- ​공연명 여행
- 공연단체 극단 백수광부
- 작가 윤영선
- 연출 이성열
- 공연기간 2017년 10월 12일~22일
- 공연장소 선돌극장
- 관람일시 10월 22일 오후 3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선돌극장에서 극단 백수광부의 윤영선 작, 이성열 연출의 <여행>을 관람했다.

윤영선(1955~2007)은 전라남도 해남군(海南郡) 출신이다. 출생지는 충청남도 보령(保寧)이다.

단국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한 뒤 뉴욕주립대학교(State University of New York) 대학원에서 연극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해대학교 전임강사로 재직하였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아카데미 연기연출 대표강사를 지냈다. 2000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교수를 지냈다.

사회 저변에 대한 관심을 녹여낸 연극으로 주목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였는데, 작품으로는 창작희곡 <사팔뜨기 선문답>‧ <우리 아버지 암에 걸리셨네>‧ <키스」‧ <맨하탄 일번지>‧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 <파티> 등을 남겼다.

또한 연출 작품으로 <목이 긴 두사람의 대화> ‧<아마조네스의 꿈>‧<도깨비 스톰> ‧<벚나무 동산> 등이 있다.

1994년 <사팔뜨기 선문답-난 나를 모르는데 왜 넌 너를 아니>를 발표하면서 작가, 연출가로 정식 등단한 윤영선은 연우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다. 1997년 창작희곡 <키스>를 통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연극베스트3’에 선정되었다. 2000년에는 창작희곡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가 ‘새로운 예술의 해 연극부문위원회 공식선정작’이 되었다.

2005년 발표한 <여행>은 그해 독일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 공식 초청작이 되며 여러 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임차인>으로 제8회 ‘김상열 연극상’을 수상하였다. 2007년 지병인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성열은 연세대 사학과에 입학해 연희극예술연구회에 들어가며 연극을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극단 목화(대표 오태석)에서 연기와 연출을 배우고, 제대를 해서는 극단 산울림(대표 임영웅)에서 연출을 익히며 산울림 소극장의 극장장을 맡기도 했다.

연극으로는 <아버지와 아들> <햄릿아비> <벚꽃동산> <과부들> <봄날> <여행> <그린 벤치> <자객열전> <미친극> <키스> <야메의사> <굿모닝? 체홉> <햄버거에 대한 명상>과 무용극은 <비천사신무> <두 도시 이야기> <유랑> <운수좋은 날>, 음악으로는 <톨스토이 IN Music> <드라마가 있는 음악회> <파가니니&리스트> ‘,죠르쥬>, 오페라는 <손탁호텔>(협력연출) 등을 연출했다.

1998 한국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굿모닝? 체홉>, 2005 서울연극제 “연출상” <Green Bench>, 2007 김상열 연극상 <물고기의 축제>, 2009 서울연극제 “연출상” <봄날>, 작품상으로는 199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키스>· 200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자객열전>· 2005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최우수작품상” <Green Bench> 서울연극제 “우수상” <Green Bench>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여행>, 2006 서울연극제 “우수상” <여행>, 2009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봄날> 2013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여행>은 윤영선의 대표작으로 2005년에 발표해 국내외에서 공연해 성공을 거두었고, 2012년에 재 공연되고, 금번 2017년 윤영선 페스티벌에 다시 공연되었다.

<여행>의 내용은 죽은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한 시골초등학교 동창들의 이야기다.

무대는 서울역 KTX 승강장입구와 중간역의 광장, 열차 내부, 그리고 상가(喪家) 장면과 화장터, 귀경길의 관광버스 안,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터미널이다.

간단한 장치와 배여행사 안내원 사진과 노숙자의 사진, 각선미가 좋은 여인좌상을 연기자들이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시킨다.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 기타 연주자가 앉아 장면전환과 극의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연주를 한다.

동창으로는 아직 한 편의 영화도 발표하지 못한 감독과 택시기사, 모피회사 사장, 신발가게 주인, 자수성가한 기업가 등이 서울역과 지방 역에서 합류해 해남인 듯싶은 고장으로 문상(問喪)을 떠난다. 그래도 가끔 연락이 닿았는지, 상대의 소식을 어느 정도 알고들 있고, 남자들이 모이면 으레 하는 여자관련 이야기를 떠벌이며 행선지로 향하는 정경이 펼쳐진다. 택시기사가 가장 다변으로 좌중을 웃긴다.

일행은 친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소문이 나쁜 한 동창을 떠올린다. 친구의 돈을 떼어먹고 행방을 감춰 생사를 알 수없는 사기꾼 같은 동창생의 이야기다. 그 동창에게 직접 당한 자수성가한 기업가는 증오심을 보이기도 한다.

다른 문상객이 보이지 않는 썰렁한 빈소(殯所)에서 모피회사를 하는 동창과 기업가 동창은 화토를 치고, 택시기사 동창은 개평을 뜯거나, 노름 밑천을 꾸려고 안달복달하는 광경이 객석의 폭소를 유발시킨다. 잠시 후 흰 상복차림의 고인의 여동생이 등장한다, 여동생은 동창생들 주변에 좌정하고 담배를 피워 무는 모습에서 지치고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동창들에게 그녀는 오빠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대한다.

빈소에서 할 일이라고는 노름과 음주 밖에 없지만 신발가게를 하는 친구가 대취해 들어온다, 죽었다는 소문의 동창과 술을 잔뜩 퍼마셨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수성가를 한 기업가뿐만 아니라 일행 모두가 충격을 받는다. 드디어 죽었다던 동창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등장한다.

동창들을 보고도 부끄럽다거나 미안해하는 표정도 없이, 문상 온 것이 당연하다는 듯 태연자약하다. 돈을 떼인 자수성가 기업가는 그의 철면피 같은 동작에 대로하여 그 동창의 멱살을 잡지만, 고인의 누이동생이 “오빠” 소리를 내며 나타나자 동창들은 자제를 하고 떨어져 앉는다. 누이동생은 늦게 나타난 동창에게도 다정하게 대한다.

장면이 바뀌면 화장터 대기실이다. 취기가 가신 동창들은 말을 잃은 듯 잠잠하다. 동창생들은 고인이 묘역에 안장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죽었다고 소문난 동창은 비로소 재기를 할 의지를 보이는 듯싶다. 화장이 끝나고 안장이 시작된다. 돌연 택시기사 동창이 유골이라도 만져보겠다며 해프닝을 벌이고, 모두들 저지하는 데서 장면전환이 된다.

귀경길 관광버스에서 만취해 노래를 부르고 옷을 벗어던지고 떠드는 일행의 모습이 가관이라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온다.

대단원은 비가 내리는 서울 버스터미널 장면이다. 우산을 준비한 동창도 있지만 택시기사 동창은 신문지를 머리에 뒤집어 쓴 모습으로 어정거린다. 일행이 작별을 고하려 하자 택시기사 동창은 바닥에 주저앉는다. 몸이 이상스럽고 꼭 죽을 것 같은 느낌이라며 움직이지를 않는다.

모피회사를 하는 동창이 택시비를 쥐어주자 냉큼 받는 모습에서 객석의 폭소가 재차 터져 나온다. 결국 동창들이 제 갈 길을 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연극 <여행>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내용과 장례식장에서 흔히 보게 되는 장면으로 구성되었으나, 이 연극에서는 관객 모두가 동창생이 되어 장례식장에 참석한 느낌의 공연이라, 공감대가 형성됨은 물론 도입부터 연극에 몰입해 관람하게 되는 그러한 작품이다.

장용철, 임태산, 이해성, 박수영, 강 일, 정만식, 김민선,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이 돋보이고, 김동욱의 기타연주 또한 극과 잘 어우러져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손호성의 무대, 조명 김창기, 의상 이수원, 작곡 김동욱, 조연출 김경희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백수광부의 윤영선 작, 이성열 연출의 <여행>을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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