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극장운영부 장계환 부장, 이찬우 배우, 경기도립극단 윤봉구 단장, 경기도문화의전당 정재훈 사장, 경기도립극단 윤봉구 단장, 허안 음악감독, 이오진 작가, 이대웅 연출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공동기획한 공연이 대학로에서 열린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윤이상; 상처입은 용'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29일까지 열리는 연극 '윤이상; 상처입은 용'은 경기도문화의전당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기획한 공연으로, 지난 7월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초연된 바 있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경기도문화의전당 정재훈 사장, 경기도립극단 윤봉구 단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극장운영부 장계환 부장, 이대웅 연출, 이오진 작가, 허안 음악감독, 이찬우 배우가 참석했다.

윤이상은 서양음악의 전통을 완벽하게 흡수한 바탕 위에 동양의 철학적 사상과 국악의 음향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인류 음악사에 길이 업적을 남겼다는 평을 받는 훌륭한 작곡가다. 그러나 1967년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인 '동백림 사건'으로 기소되며 정치적 사건에 휘말린다. 이오진 작가는 "이번 공연이 윤이상 삶의 궤적을 좇지만, 이념, 정치적 견해에 관련된 부분은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다"라는 평에 대해 "우리가 만든 연극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말로 일축했다. 윤이상의 역사적 증언이나 모든 정보를 무대에 올릴 수 없었기에 선택이 필요했다는 의미였다.

▲ 이오진 작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또한, 이오진 작가는 "윤이상이 북한에 가서 실제로 북한의 체제에 일부 긍정한 적 있다고 해서, 그가 예술가로서 윤리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인 것인가, 라는 물음이 주어진다면, 작가 이오진으로서 '잘 모르겠다'고 답하겠다"며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이 작가는 "윤이상이 영웅 혹은 시대의 희생자 등의 극단적인 신화화의 재료가 되지 않길 바란다"라는 생각을 전하며, "그를 비윤리적인 인물이라거나, 연극 무대에 올라가면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다"는 의견을 남겼다.

관객들이 이번 연극에서 어떤 것을 얻어갔으면 좋겠는지 묻자 이대웅 연출가는 "훌륭한 음악가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사람 윤이상의 모습들에 주목했다"라며, "우리 연극을 통해 뛰어난 음악가, 정치적 이데올로기 쟁점에 놓인 사람으로 생각하기보다 '윤이상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해소하며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나길 바란다"는 의도를 전했다.

이대웅 연출은 이번 작업에서 특히 공감됐던 장면으로 폭력에 굴복했다는 부분을 꼽았다. 그는 "실제로 윤이상이라는 사람은 독특한 경계선에 있다. 음악인, 정치인 등 여러 경계에 놓여있다"라며, "그는 결국 고문에 굴복해 스스로 공산당임을 발표한다. 우리는 윤이상이 살았던 시대를 떠올리면, 윤동주, 안중근처럼 초인적 힘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을 떠올리곤 하는데, 내가 윤이상과 같은 시대에서 고문을 당했다면 그렇게 내 신념을 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을 솔직하게 와닿았으며, 21세기에서 생각해볼 대목이 아닐까 했다"고 밝혔다.

▲ 이대웅 연출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윤이상의 일생을 다룬 연극의 음악감독을 맡은 허안은 '작곡가 윤이상'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허안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윤이상의 곡을 한 곡만 사용하며, 나머지는 직접 작곡한 음악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윤이상 선생님은 음악인들한텐 유명한 분이지만, 일반 관객들은 알기 쉽지 않은 인물이다. 그래서 쉽게 다가가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며 "윤이상 선생님의 곡은 음악인들도 어려워한다. 듣기도 어렵고, 철학적이기 때문에 분석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안 음악감독은 "듣는 이에게 음악이란 굉장히 감성적인 것이지만, 음악인들은 음악 쓰는 과정을 굉장히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진행한다"라는 사실을 짚으며 악기 구성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허안 음악감독은 "이번 공연서 악기 편성은 피아노, 첼로, 거문고, 타악으로 구성됐다. 첼로는 윤이상 선생님의 자아를 대변하는 악기이며, 거문고는 윤이상의 캐릭터, 성격, 인물, 내면을 대변하는 악기였다"라면서, "예부터 거문고는 선비의 악기다. 우직하고, 고집이 세고, 신념이 강하고,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이미지의 악기가 거문고이기 때문에 윤이상 선생님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 말했다.

▲ '윤이상; 상처입은 용'의 첫 장면.

'윤이상'을 연기한 이찬우 배우는 "이 작품은 '윤이상'을 그린 작품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연극 작품"이라면서, "윤이상이 중요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나가는 관객이 '이 연극 재밌다'라고 느끼고 나갔으면 그걸로 만족이다. 그리고 그 이상의 내가 모르고 있던 윤이상이 이런 사람이라는 걸 느끼면 플러스알파라고 생각한다. 일단 연극이 재밌어야 그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작품이 지루하면 오히려 윤이상에 대해 안 좋게 영향 끼칠 수 있으니, 연기자로 그 인물이 어떻게 객석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찬우 배우는 "우리가 작품을 하면서 연출과 배우가 끊임없이 소통한다"라면서, "우리는 윤이상 선생님이 '동백림 사건'과 연루됐을 때,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려고 만든 게 아니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을 때 인간으로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갈등과 고민을 했을까, 어떻게 견뎌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동백림 사건'을 내 눈으로 본 적도 없다"라고 언급했다.

▲ 이찬우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끝으로 이 배우는 "그런 엄청난 사건을 겪을 때 예술을 하는 사람이 어떤 갈등과 고민으로 그걸 이겨내며 죽을 때까지 버텼을까를 연기자로서 많이 고민했다"라면서, "윤이상 선생님도 음악하면서 몇십 년을 살았고 나도 연극을 하면서 몇 십 년을 살았다. 같은 예술가로 그분은 어떤 힘으로 그 힘든 예술의 길을 겪어왔을까 생각했다. 그분과 내가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지 찾았다"라면서 연기에 중점을 둔 사항을 이야기했다.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극장운영부 장계환 부장은 "경기도문화의전당과 경기도립극단에서 윤이상에 대한 연극을 만든다는 것을 접한 건 올해초였다"라면서, "탄생 100주년이라는 이벤트는 대단한 일이다. 윤이상은 한국이 낳은 20세기 위대한 작곡가다. 이런 분의 삶이 연극으로 조명된다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경기도립극단과 경기도문화의전당이 먼저했다는 것에 감사히 생각한다. 대학로가 많은 시민, 국민,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데, 이런 곳에서 위대한 예술가 윤이상 삶의 일정 부분이라도 소개해드리고 싶었다"라고 참여 계기를 전했다.

mir@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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