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대종상영화제가 남긴 키워드 5가지 : #박열 #최희서 #시대극 #불참선언 #진행미숙

▲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한국에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 중 하나였던 대종상영화제, 하지만 사람들은 대종상을 '대충상'으로 불러왔을 정도로 그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시상식 중계마저 위태로웠고, 대부분 후보들이 불참선언을 하면서 존폐위기까지 겪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이를 타개하고자 대종상 조직위원회는 2017년 제54회 영화제 시상식을 기점으로 다시 바로잡겠다고 선언했고, 증명하는 자리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대종상영화제가 개최되었다. 감독상과 작품상을 비롯해 총 18개 부문에서 20개 영화가 각축전을 벌였고, 그 중 '박열'이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5개 부문을, '더 킹'이 남녀조연상까지 포함해 4개 부문, 올해 첫 천만 영화였던 '택시운전사'는 작품상과 기획상을 나눠가졌다.

부활을 부르짖었던 대종상영화제, 한마디로 정리하면 '절반의 성공'이었다. 나아지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돋보였지만, 그에 반해 여전히 개선해야할 점 또한 여실히 보였다. 그래서 대종상을 관통할 키워드로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박열

이번 대종상에서 가장 많은 12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서며 '더 킹'(12개 후보)과 '택시운전사'(11개 후보)와 자웅을 겨뤘던 '박열', 뚜껑을 열어보니 '박열'이 최종승자가 되었다. 사실 '박열'은 '더 킹'이나 '택시운전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아왔다. '더 킹'과 '택시운전사'는 공통적으로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을 되짚으면서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며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두 영화가 관객들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쳤는 지는 누적관객 수로 증명하였다. 

이에 반해 '박열'은 저예산영화였고 홍보나 다른 면에 있어서도 불리한 면이 많았다. 하지만, '박열'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 중 가장 실제역사에 누가 되지 않게 신중을 기하면서 고증해왔고, 과장이나 부족없이 있는 그대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부부의 행적을 기록해나갔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또한, '박열'의 주역인 이제훈과 최희서를 중심으로 주·조연 배우들의 부족함 없는 탄탄한 연기력이 한 몫 했으니, '박열'은 당당히 상을 받을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최희서

2017년 한국영화가 발굴한 최고의 원석을 꼽으라고 한다면, 최희서라는 이름 석 자를 자연스레 떠올릴 것이다. 2009년 '킹콩을 들다'로 데뷔한 이래 올해로서 벌써 8년을 채웠지만, '박열'에 주연으로서 이름을 올리기 전까지는 대부분 관객들은 그의 존재를 몰랐다. 그나마 전작인 '동주'를 통해 "아, 그 일본인처럼 일본어 연기 잘하는 배우?"로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었던 터였다.

이준익 감독과 함께 한 두 번째 작품 '박열'은 최희서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자, 그의 진가가 제대로 묻어나왔던 영화였다. 박열의 부인이자 국적과 성별, 신분을 초월해 국가권력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가네코 후미코를 가장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박열'을 본 관객들의 뇌리 속에 강하게 전달했다. 그 결과, 신인여우상과 여우주연상이라는 대종상 역사상 유례없는 2관왕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앞으로 최희서라는 배우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대극

제54회 대종상영화제는 시상식이 열리기 전부터 '박열'과 '더 킹', 그리고 '택시운전사'의 3파전으로 압축되었고, 가장 많은 후보군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렸다. 이 3개의 영화는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2017년 한국영화계의 주요 흐름을 의미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정치계와 언론, 그리고 재벌의 어두운 유대관계를 그렸던 '내부자들'이 탄력을 받았고, 그 결과 국내 영화계를 휩쓸었다. '더 킹'은 시대극과 '내부자들'의 성격을 절반씩 닮아있었고, '박열'과 '택시운전사'는 한국인들의 아픈 역사의 한 부분을 담아냈다. 이 3개의 영화 이외에 '군함도', '남한산성', '대립군' 등이 여러모로 주목받았던 점을 생각한다면 2017년 한국영화의 주류는 시대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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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참선언

이번 대종상의 좋은 점이 있다면, 나쁜 점 또한 존재했다. 지난 53회에 비해 불참율이 낮아지긴 했으나, 이번 대종상영화제를 앞두고도 몇몇 배우들이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한 예로 여우주연상 후보만 하더라도 최희서를 제외한 나머지 4명 공효진('미씽- 사라진 여자'), 김옥빈('악녀'), 염정아('장산범'), 천우희('어느날')가 각각 불참선언을 해 사실상 최희서가 여우주연상을 받는 게 아니냐며 예측까지 나왔다.

여우주연상 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불참자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촬영상과 기술상 2관왕을 달성한 '악녀'의 경우, 대리수상자가 없어 이날 대종상 진행을 봤던 배우 신현준이 나와 트로피를 전달하겠다는 웃지 못할 광경까지 연출되었다. 영화제를 우리가 지켜야한다던 그의 수상소감이 참 씁쓸하게 느껴졌다.

▲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진행미숙

이날 대종상영화제 진행을 맡은 배우 신현준-스테파니 리의 진행미숙 또한 이번 시상식에서 문제가 되었다. 신현준은 그동안 세 차례 대종상영화제 진행을 맡았지만, 너무나 웃기려는 데에만 치중되었을 뿐 후보자의 이름이나 작품 이름을 헷갈리는 등의 사전 지식 습득도 없이 막무가내로 진행한다는 혹평을 받았고 2015년 시상식 때 절정에 이르러 비난의 뭇매를 맞은 전례가 있다. 또한, 스테파니 리는 진행경험이 전무했기에 두 MC를 향한 걱정과 우려는 시작하기 전부터 쌓여만 갔다.

그 우려는 그대로 현실에서 벌어졌다. 대종상이 끝날 때까지, 두 명의 MC들은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너무나 버거워보일 정도로 불편했다. 신현준은 이전처럼 가라앉는 분위기를 띄우려는 데 급급해 김희원을 '최희원'이라 잘못 부르는 실수를 저지르는가 하면, 초짜인 스테파니 리는 어떻게 진행해야할 지 몰라 당황하기만 하다 끝났다. 최근 영화계에 가장 권위있는 상인 청룡영화상의 얼굴인 김혜수의 진행능력을 생각해본다면, 대종상은 미숙했다.

또한, 대종상영화제가 진행되는 도중 중계를 담당했던 TV조선의 막말논란까지 화두에 떠올랐다. 최희서가 수상소감을 말하는 도중, 제작진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파를 탔고, "그만합시다 좀", "아 진짜 돌겠다" "얘 누구냐" 등 짜증 섞인 말 등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현재 TV조선은 이 논란에 대해 그 어떠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라 대종상의 오점은 그대로 묻어있다. 

■ 제54회 대종상영화제 수상작·수상자 리스트

▶ 작품상 : '택시운전사'

▶ 감독상 : 이준익 '박열'

▶ 남우주연상 : 설경구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 여우주연상 : 최희서 '박열'

▶ 남우조연상 : 배성우 '더 킹'

▶ 여우조연상 : 김소진 '더 킹'

▶ 남우신인상 : 박서준 '청년경찰'

▶ 여우신인상 : 최희서 '박열'

▶ 신인감독상 : 엄태화 '가려진 시간'

▶ 시나리오상 : 한재림 '더 킹'

▶ 의상상 : '박열'

▶ 미술상 : '박열'

▶ 음악상 : '가려진 시간'

▶ 편집상 : '더 킹'

▶ 조명상 : '프리즌'

▶ 기획상 : '택시운전사'

▶ 촬영상 : '악녀'

▶ 기술상 : '악녀'

▶ 특별상 : 故 김영애 '판도라'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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