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빌딩 조영래홀에서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25일 연예매체인 디스패치가 '남배우A'로 알려진 조덕제 배우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당시 촬영 중인 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단독입수해 보도했다.

입수된 메이킹 필름엔 조덕제 배우를 향해 감독의 디렉션이 적나라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문제의 '여배우B'를 향한 겁탈 장면에 관한 디렉션으로, 윤용인 영상공학박사와 황인구 법영상분석연구소장의 분석 코멘트도 함께 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영화의 제목이 '노출 아닌 노출'됐고, 감독의 이름 역시 포함됐기 때문에, 이 보도를 통해 '여배우B'에 대한 '신상정보'가 공개될 위기에 처했다. 취재 중 포털 메인에 있는 해당 '여배우'를 짐작게 하는 이름이 삭제조치된 것을 확인했다.

이미 2심 유죄 판결을 위해 '메이킹 영상'은 사용됐다. 지난 24일 오전 열린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에서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은 "메이킹 영상 속에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상황이 담겨있다"라며, "메이킹 영상은 현장 전체가 아니라, 메이킹 기사가 선택해서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 감독과 스태프들이 메이킹 영상 밖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황보다는 현장 상황이 어땠는지 알기 위해 참고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백재호 운영위원은 "주목할 점은 13번 장면을 촬영할 때 메이킹 기사가 촬영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 노출이 예정되어 있을 때는 메이킹을 찍지 않는다. 하지만 13번 장면의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에도 메이킹 기사가 촬영감독 뒤에서 메이킹을 찍고 있었다. 메이킹과 촬영 영상에 따르면, 촬영 전 리허설을 제외하고, 총 세 번의 본 촬영이 있었다. 두 번의 NG 후, 세 번째 촬영에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앞선 두 번의 촬영과 세 번째 촬영은 분명히 달랐다. 우리는 가해자가 제출한 영상들을 받아 분석하고, 재판부에 메이킹 영상과 실제 촬영 영상이 가해자의 무죄 근거로 쓰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상반신, 얼굴 위주의 촬영이라 하반신이 직접 찍히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벽을 바라보고 서 있고 가해자가 등 뒤에 있는 상황에서 접촉이 없었다면 물리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피해자의 움직임과 노출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팔을 내려 하반신을 방어하는 것을 보아, 아무런 접촉이 없었거나 어쩔 수 없이 스치기만 했다는 가해자 측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라면서, 백 운영위원은 "촬영 영상에 담겨 있는 합의되지 않은 가해자의 폭력이나 피해자의 상체를 노출 시킨 행위만으로도 범죄다. 상호 합의되지 않은 행위가 연기라는 명목의 업무상 행위로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피해를 입은 '여배우B'는 이날 서면을 통해 "항소심 첫 공판부터 재판부는 '피해와 관련된 사실관계 파악에 집중하겠다'라고 선언하였기에, 저는 고통스럽지만, 가해행위가 고스란히 담긴 사고영상을 보면서 하나하나 다시 분석했다"라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연기에 몰입하다 발생하는 부수적인 피해나 과실'이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라고 한국의 사법 시스템이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디스패치'의 보도는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1년 제정한 '인권보도준칙' 중 '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을 벗어났다. 실천 요강 1번 '언론은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의 2차 피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신상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와 3번 '언론은 가해자 중심적 성 관념에 입각한 용어 사용이나 피해자와 시민에게 공포감과 불쾌감을 주고 불필요한 성적인 상상을 유발하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9번 '언론은 사진과 영상 보도에서도 피해자 등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한다'가 이에 해당한다.

▲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소장은 "지난 13일 남배우A 사건의 2심 재판 결과가 나온 직후부터 지금까지 가해자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놓고 억울하다는 인터뷰를 지속해서 하고 있다"라면서,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가해자의 처지를 대변하는 기사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1심의 관련 기사는 채 30건도 되지 않지만, 현재 포털에서는 이와 관련된 기사가 500건이 훌쩍 넘고 있다"라고 전했다.

윤 소장은 "이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릴 때는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가해자가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면서, "내용 또한 문제다. 가해자가 영화 이름, 피해자가 극 중 이름을 여과 없이 인터뷰했다고 해도 언론은 성폭력 보도준칙에 따라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도록 여과해서 보도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들은 이를 아무 고민 없이 보도해 피해자들의 신상이 드러나게 하는 등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윤 소장은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라면서, "가해자의 인성이 좋다. 가해자는 성가대 활동을 했다. 가해자는 욕도 못한다 등 성폭력 사건과 관계없는 가해자의 인성을 운운하면서 그의 무죄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다. 인권위에서 제정한 성폭력 보도준칙에는 피해 사실을 자세하게 보도하지 말 것을 언론에 요구한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에서 심지어 한 방송사는 여성의 상의가 찢겨 검정 브래지어가 드러나는 장면을 일러스트로 그려서 내보내는 등 선정적 보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소설 같은 보도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문제를 더욱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면서, 윤 소장은 "이제 가해자의 거짓된 입장만을 대변하는 보도는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영화 현장에서, 연예 현장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이를 어떻게 근절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기대한다. 또한, 영화계, 나아가 연예계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성폭력이 더는 발붙일 수 없도록 함께 노력해 주시길 간곡하게 당부한다"라고 발언을 끝낸 바 있다.

▲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빌딩 조영래홀에서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편,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성범죄가 사회적, 경제적, 신체적으로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반인권적 범죄 행위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면서, "언론은 성범죄의 원인으로 개인의 정신질환이나 억제할 수 없는 성욕 등의 문제만 부각하지 말고 그 근본 원인이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에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디스패치' 보도는 단지 '디스패치'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런 현상을 이용하는 전체 언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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