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이봉열 李鳳烈 화백의 팔순기념 공간여정 空間旅程 전시회
- 전시회명 이봉열(李鳳烈) 화백의 공간여정(空間旅程)전
- 전시일정 2017년 10월 25일~11월 26일
- 전시장소 삼청동 입구 현대화랑
- 관람일시 10월 25일 오후 4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경복궁 옆 삼청동 입구 현대화랑에서 이봉열(李鳳烈) 화백의 공간여정(空間旅程) 전시회를 관람했다.

이봉열(李鳳烈, 1938~) 화백은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1951년 고향을 떠나 남한으로 내려왔다. 서울에 정착해 한성중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다녔다. 1961년 국전 문교부장관상, 1972년 국전 추천작가상을 잇달아 받았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재학1957~1963) 중 1961년 국전에서 수상하면서 당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72년 34세에 국전 추천작가상을 수상하고 국전 심사위원을 역임한 '스타 작가'였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대학교수 월급이 5만 원 쯤 했어요. 그런데 국전 추천작가상 수상 금이 60만원이었죠. 상을 받고는 바로 파리 유학을 결심했어요.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서요.“

1973년 프랑스 파리에 막 도착한 36살 유학생 이봉열은 눈앞의 신세계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서울 명동 뒷골목에서 구한 철 지난 일본 잡지 '미술수첩'이나 미국 영자지 등을 통해 접했던 서구 현대미술의 현장이 거기에 있었다.

"큰 충격을 받았어요. 정말 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실물로 대하니 좋았죠. 거기서 받은 자극 때문에 6개월 동안은 작업을 못 했어요."

그는 당시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68년 첫 개인전을 연 기성작가였다.

2년 반 남짓한 파리 유학은 이봉열 화백에게는 큰 전환점이 됐다.

흔히들 다른 화가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거나 모방을 하지만 황해도인 답 게 이봉열 화백은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 창조에 천착했다. 그리고는 바로 자신의 방의 창호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기하학적 분할을 기반으로 하는 ‘격자 구조’에 관심을 갖고 구성적 추상 작업을 시작했다. 방안의 벽이었지만, 이봉열 화백의 벽은 열린 공간이었고, 우주로 향하는 창창한 공간여정이 되어 작품 하나하나에서 엄숙하고 근엄하고 흡사 불교적 색채가 가미된 듯싶은 고품격 고수준의 독창적인 양식과 표현의 작품이 탄생되기 시작했다.

 

“화가는 자신의 그림이 변모되어 새로운 양상을 보일 땐 이를 발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적인 시각에서 모든 사물을 선으로 보고 모든 얘기들을 여기에 내포된 집약된 상태로 파악한다는 것. 또 그는 얘기를 끄집어내어 화면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절감된 상태로서의 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

1980년대부터는 점차 격자구조에서 벗어나 격자를 해체하는 형태가 나왔고, 1990년대부터 2000년대 그리고 2017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자를 완전히 벗어나 화면과 작가를 일체화하는 작업을 하며 예술혼을 이어왔다.

 

“현재 내가 원하는 것은 회화질서를 전체로 평면을 유지시키는 일이지 완전한 평면성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변모가 구조적이되 회화성을 최소한으로 잃지 않는 상태에서의 평면지향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모든 이야기는 선 안에 담겨있다.”는 것을 대명제로 삼기도 했지만, 현재 그는 “최근의 선 작업이 종래의 경직상태에서 풀어져 공간에 스며든 선이거나, 가냘픈 흔적으로만 있는 선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 선은 비록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의 힘처럼 화폭전체를 지탱한다.

금번 이봉열 화백 개인전이 <공간 여정(空間旅程)>의 타이틀로 서울 삼청로 현대화랑에서10월 25일부터 11월 26일까지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이봉열 화백이 현대화랑에서 27년만에 여는 전시로 7회 개인전이다. 1982년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인연이 이어져 1990년 4회 개인전을 연바 있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 현대화랑은 이 화백의 1970년대 격자구조 작품들과 1980년대의 서정적 기하추상 작품, 흔적을 화면에서 지워내는 1990년대 작품 이후 최근의 2017년대 작품까지 20여점을 전시한다.

 

특히 <공간여정(空間旅程)>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40여 년 간 공간에 대해 탐구를 평면회화로 표현해왔던 그는 "말하기 어려운 공간이 던져주는 이야기들이 있다"며 "드로잉 하듯 손가는 대로 마음에 들 때까지 표면을 다듬는다."고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 화백은 팔십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노(老) 화백은 '팔자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딱히 가족을 이루는 것에 대한 절실함도 없었고 그렇다고 풍류객으로 살아 온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게 흘러왔을 뿐"이라며 웃었다.

 

이봉열 화백은 과거 한국연극협회 윌리엄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기념공연의 포스터를 김의경 선배의 요청으로 그린 장본인이다.

삼청동 입구 현대화랑에서 전시되는 이봉열 화백의 <공간여정((空間旅程) 전시회에 많은 연극인들의 관람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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