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배우A 성폭력 사건 언론보도행태 "디스패치에 따르면" 고발' 긴급토론회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뉴스는 팩트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을 소유한 사람에게만 보장된다"

이 문구만큼 언론에 있어 자기합리화하기 가장 적절한 말은 없고, 온라인 언론매체인 디스패치가 자신들이 취하는 모든 취재방식에 그럴싸한 사유로 꺼내는 말이기도 하다.

오늘날 '남의 기사를 베껴 쓴 기사'로 90% 이상 차지하는 타 매체들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 단독으로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발굴하는 디스패치의 역량은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위근우 전 아이즈 취재팀장이 언급했듯, 단독으로 발굴하는 역량이 그대로 언론으로서 자질과 비례하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No"다.

지난 10월 24일 오전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이 열렸다. '남배우A'로 알려진 배우 조덕제는 지난 2015년 4월 영화 촬영 중 '여배우B'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지난 13일 열린 2심에선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뒤인 25일 디스패치는 '조덕제 사건, 메이킹 단독 입수…겁탈 장면 행동 분석'이라는 제목이라는 단독 기사를 보도했고, 이에 다른 언론사들은 '디스패치에 따르면'이라는 출처를 남기면서 2차 생산했다. 이 때문에 여론은 한순간에 뒤바뀌며 가해자였던 조덕제는 피해자로 둔갑하였고, 피해자 여배우B의 신상이 본인의 동의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어 2차 가해가 우려되고 있는 시점이다.

사건의 쟁점이 변질되어가자, 27일 금요일 오후 같은 장소인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빌딩 조영래홀에서 '남배우A 성폭력 사건 언론보도행태 "디스패치에 따르면" 고발' 긴급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위근우 전 아이즈 취재팀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정혜선 법무법인 이산 변호사,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이수연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과 여성인권팀장,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소장 등이 토론회의 패널로 참석했다.

이 긴급토론회의 쟁점은 디스패치의 보도가 과연 그들이 주장하는 '팩트주의'도 아니라는 점, 그리고 언론의 역량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점을 맹렬하게 꼬집었다.

▲ ⓒ 디스패치

팩트 1 : '메이킹 필름'? 용어부터 틀렸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디스패치가 '메이킹 필름'이라고 스스로 규정지은 영상이다. 엄밀히 말하면, '메이킹 필름'이라는 단어도 정확하지 않다. 여배우B와 함께 2심 공판에 동석했던 대리인의 증언에 따르면, 이는 제작사 공식이 아닌 한 스태프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찍은 영상과 쟁점이 되는 여배우B와 조덕제의 사건영상이 결합한 것이다.

이미 2017년 6월과 7월, 재판부는 피해자인 여배우B, 영상을 촬영했던 영상기사, 분석전문가, 그리고 피고인 조덕제가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두 차례 비공개심의를 통해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조덕제의 법적 방어권은 최대한 보장되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영상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피고인이 연기수준을 넘어 저질렀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디스패치 측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비공개 심의에서 공개된 영상과 차이점이 있다. 대리인 측은, "시간 순서로는 피해자가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과 스태프 한 명과 함께 감독이 디렉팅을 준 게 먼저고, 이어 피해자와의 삼자대면에서는 세 사람 모두 피해자가 인지한 대로 리허설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재판부가 인정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피의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영상을 뺀 것"이라고 지적했다.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팩트 2 : '메이킹 필름'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 발언, 이것도 왜곡
디스패치는 해당 사건에 대한 영상에 대해 윤용인 영상공학박사와 황인구 법영상분석연구소장에게 분석을 의뢰했고, 그들의 발언이 기사에 인용되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디스패치가 재판부에서 공개된 영상 전부를 보여준 게 아니었다.

디스패치가 단독기사로 보도하던 날에, 같은 소재를 취재했던 또 다른 기자는 토론회에서 "디스패치의 영상분석 기사에 인용된 설명이 맥락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실제 인용된 당사자 두 전문가에게 연락을 취했고, 여기서 디스패치가 자의적인 편집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소장은 '공개된 영상만으로 행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피해자의 표정 등을 보았을 때, 추행을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발언했으나, 그 소견도 일부가 생략되었다. 그리고 윤 박사는 디스패치 측이 공개한 영상 중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던 4분짜리 영상만 프레임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결국, 디스패치는 전문가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편집했다"고 덧붙였다.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팩트 3 : '뉴스는 팩트를 기반한다'? 그래서 디스패치는 팩트를 지켰나?
언론은 사회적 공익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고, 기사에 담긴 현상과 정보가 독자에게 공개되었을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세상에 도움이 될 때, 비로소 자기 역할을 한다. 즉, 짧은 기사나 공인의 사생활을 보도할 때도 공적 이익이 있다는 걸 입증해야하고, 무엇이 공익이고 기준에 부합하나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디스패치는 '언론의 자유', 그리고 '독자의 알 권리'라는 두 가지 요소를 방패삼아 그동안 연예인들의 열애설을 당당하게 공개해왔다.

26일 본지에서 [문화파일] '조덕제 디스패치' 보도가 '스튜핏'인 이유라고 보도했듯, 디스패치는 이미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1년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을 위반했다. 그리고 디스패치가 주장한 공익적 목적인 '남배우의 무고함을 증명하겠다' 또한, '영상을 통해 유추할 수 있지만 단정 짓지 못한다'고 스스로 물러섰고, 사법부와 피해자 측 입장이 잘못되었다고 입증하지 못하며 2차 가해라는 것 또한 인정했다.

위근우 취재팀장은 "디스패치는 책임이 부족하면서도 '팩트주의'를 내세운다. 과거 한 인물의 나체사진 기사를 보도할 때도, 그를 유추하게 만들고 2차 피해로 이어지게 했다. 이 사건 또한 조덕제를 '성추행배우의 멍에', '낙인찍혔다'고 표현하고, '억울한 판결'이라고 전제를 깔며 '증거 없는 증언싸움' 식으로 2심 법원이 인정한 피해자의 진술을 무시하는 효과를 낸다. 가해자에게 유리한 보도이자 2차 피해와 폭력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팩트 4 : 디스패치, 그리고 언론이 범한 법적 위반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정혜선 변호사는 디스패치의 25일 보도가 법적인 측면에서 무엇을 위반하고 있는 지 조목조목 짚었다. 먼저, 정 변호사는 "성폭력성폭력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 제24조에 피해자 신원공개 관련 처벌 규정이 있다. 하지만 디스패치는 여배우B의 얼굴만 모자이크 한 채, 극 중 이름과 목소리 등을 그대로 노출시키며 위반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사실 자체를 공개적으로 알려지면 명예훼손이 된다. 특정범죄 피해자 중 성폭행은 공개되지 않고, 이 사건을 알린다는 게 공익적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대중의 호기심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면죄부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이전 판례에서도 인격권과 언론의 보도가 충돌해왔을 때, 대부분 언론의 잘못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디스패치는 '피해자가 불리하자 진술을 번복했다'는 식으로 묘사했으며, 결코 중립적 관점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윤정주 소장은 "디스패치가 공개한 성폭력피해영상은 2차, 3차로 재가공되어 일파만파 보도되고 있다. 범죄임에도 언론이 돈벌이로 수단삼은 건 비윤리적인 행태이며, 이 사건을 가쉽성으로 다루며 해당 사건이 호기심거리로 전락시켰다"며 "최근 연예계에 성피해 문제가 만연한데 언론이 오히려 나서서 희화화시키며 중요하지 않은 범죄로 만들어가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며 피력했다.

한편, '남배우A 성폭력 사건 언론보도행태 "디스패치에 따르면" 고발' 긴급토론회 측은 디스패치의 보도에 대해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syrano@mhnew.com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