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발매

 ⓒ 안테나뮤직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루시드폴'의 음악에서는 손 끝이 보인다. 흙 냄새, 바람 냄새, 풀 냄새가 난다.

몇 년전 제주로 귀농해 귤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이자 아티스트 루시드폴. 그의 목소리는 작고, 나긋나긋하다. 보컬의 사운드가 작을 수록 관객은 그에게 집중한다. 온화한 얼굴의 루시드폴은 자신을 꼭 닮은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작고 온화한 삶 안에, 사람을 이끄는 큰 힘이 있다. 그런 그가 에세이를 담은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들고 돌아왔다.

지난 24일 서울시 강남구 안테나뮤직에서 루시드폴의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발매 기념 라운딩 인터뷰가 진행됐다.이날 현장에서는 루시드폴의 라이브 무대도 볼 수 있었다. '은하철도의 밤'을 시작으로 이날 행사가 시작됐다. 라이브 무대가 끝나고,  2년만에 내는 첫 에세이이자 정규 8집인 앨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전해졌다. 

아래 루시드폴 인터뷰

책을 보니까 가사를 원고지에 적었다. 처음부터 가사를 원고지에 적은 것인가?

└  가사는 다시 원고지에 정리한 거다. 요즘은 가사가 떠오르면 바로 스마트 폰으로도 쓰지 않나. 나는 아직 옛날 사람이라 노트나 에이포 용지에 계속 쓴다. 멋있어 보이려고 한 건 아니고 사실은 목 디스트가 있다. 그래서 컴퓨더로 작업을 많이 하면 목이랑 어깨가 뭉친다. 안 좋다. 그래서 이번엔 책을 노트북으로 쓸 자신이 안나더라 그래서 손으로 쓰는 걸 선택했다. 평소엔 펜 쓸일이 별로 없다. 예전에 팬들이 만년필을 선물로 많이 줬는데, 그동안 죄송하게도 한번도 안써봤다. 하나씩 쥐어보니 손과 맞는 펜이 있더라 그래서 400자 원고지, 800자 원고지, 1600자 원고지를 각각 시켜서 써보고 작업을 하게 됐다. 그러고 나서 가사는 녹음하기 직전까지 계속 바뀌었다. 한번 정리를 하고 싶기도 해서 곡이 완성된 날짜랑 가사를 원고지로 적은 것을 출판사에서 책으로 써주셨다. 

보도 자료 설명을 보니 스튜디오를 직접 지었다. 정말 집을 지으신 건가? 노동을 통해서 구현하고자 했던 가치는 뭔가? 

└ 뮤직비디오가 다 실화다. 나는 건축가도 아니고, 집을 짓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간이 필요했다. 과수원에 창고가 없다. 내가 4년차, 5년차 넘어가는 농부다. 첫 해 두 해 때는 다른 밭을 빌려서 농사를 지었다. 땅 살 돈도 없었다. 집에서도 멀고 거기도 창고가 없는 곳이었다. 농수도 잘 안나왔다. 다음에 내 밭이 생기면 창고는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과수원이 내 것이 되었을 때도 창고가 없었다. 창고를 짓긴 해야하는데 '어떻게 하지?' 하다가 마침 제주도에 내려가서 알게 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같이 하면 간단한 창고는 한 달이면 짓겠더라. 그 분들은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 내가 도움을 받았다. 

겨우 공간을 찾은게 4평정도 였다. 창고는 크면 클수록 좋다. 친환경으로 농사짓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나무를 해칠 수는 없지는 않나. 4 평 짜리 창고를 짓고 그 위에 8,9평짜리 공간을 올려서 지었다. 그러면서 '어차피 짓는 거니 2층은 녹음을 실제로 할 수 있는 곳이 좋겠다' 싶어서 만들게 됐다.  특별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싶었다. 스튜디오처럼 완벽한 공간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 거기서 글도 쓰고 녹음하고 작업을 다 했다. 어떤 곡을 들어보면 벌레소리도 들리고 그렇다. 의도와는 다르다. 

CD에 들어있는 9번 트랙을 보면 특이한 지점이 있다. 농사를 짓다보면 7월, 8월 쯤에 24시간동안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우리 밭 옆만 넘어가면 풀벌레 소리가 안들린다. 그 소리가 예뻐서 마이크를 켜놓고 녹음을 했다. 음반을 사시는 분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 같아서. 내 노래, 풀벌레 소리, 피아노 소리만 들어간 곡이 있다.

오두막 이름이 '노래하는 집'이다. 내가 지은 공간에서 노래하는 기분이 어땠는지 설명해달라.

└ 거의 정확하게 작년 이맘 떄 시작을 했다. 육체적으로는 더이상 힘들 수가 없는 일이었다. 목수 일도 힘들고 위험하다. 나무를 피해서 건물을 올려야 한다. 나무도 다치면 안되고 목수도 다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 일도 아침 8시부터 지금까지 풀타임으로 일했다. 우리의 원칙은 비가 안 오면 매일 일 한다. 비가 5일 동안 연속으로 안오면 5일 일하고 쉰다. 그런 법칙이 있었다. 작년에 귤 수확 시즌인데 귤이 많이 열렸다. 12월엔 공연도 있었다. 그 일이 1월까지 계속됐는데 눈꺼풀이 막 떨리더라. 병원에 갔더니 마그네슘을 먹으라고 해서 먹었더니 낫지도 않더라. 친구들이 같이 너무 열심히 해줬다. 같이 그렇게 뭔가를 했다는게 행복했다. 

집은 잘 지어져도 마지막에 해야할일이 많더라. 3월까지 했다. 3월도 사실은 추웠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보통 밤에 작업을 한다. 그런데 당장 농장일을 해야해서 고민이 많았다. 낮에는 작업이 안된다. 9시, 10시쯤 되면 그 이상 작업이 안된다. 트랙터 소리 들리고. 밤을 새서 곡 작업을 마무리하고 낮에는 낮 일하고,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일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평소에 밤에 작업하던걸 따지면 곡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전 처럼 줄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지도 못하고 멀쩡한 정신에서 해본 건 음악 시작한 이후로 처음이다. 힘들었다. ' 내가 이렇게 음반 만들 수 있을까?' 걱정도됐다. 곡을 다 쓰고 나서도 사람들이 좋아할까 싶어서 걱정이 됐다. 음악의 결을 잘 모르겠더라

 ⓒ 안테나뮤직

녹음도 문제였다. 처음해보는 녹음이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보통 스튜디오는 흡음제로 마감이 되어있어서 소리가 반사음이 없다. 어떤 악기는 소리가 크고 작고 하니까. 내 작업실의 경우 나무집이고 창고가 높고 하니까 울림이 적당히 있고, 기타와 노래를 녹음하기에 나는 좋았다. 그래서 그것도 혼자한거다. DIY다.

 피아노와 드럼은 원하는 사운드가 있어서 서울에 와서 녹음했다. 2년 동안 공부하면서 사운드를 찾았다. 베이스나 아날로그 건반의 경우 뉴욕에서 계약해서 공수해서 샀다. 그렇게 녹음이 끝나고 안테나 공연이 시작됐는데 눈앞이 깜깜했다. 희열이 형한테 언젠가 전화가 왔다. 알쓸신잡때였다. 형이 "알쓸신잡을 하지 겠느냐. 꼭 해야한다"고 했는데 내가 음반 작업도 있고 해서 거절했다. 그런데 형이 "안테나 공연은 할거지?"해서 도저히 못하겠다는 말을 못하겠더라. 회사 구성원으로서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공연 끝나고 믹싱 스케쥴이 끝났는데, 바로 연휴가 시작되고 부모님이 제주로 오셨다. 스케쥴이 막 밀린 거다. 다 끝나고 (앨범이) 나온 게 꿈만 같다. 

8번트랙 부활절이라는 곡을 보니 시기적으로는 스튜디오 완성되고 정리하고 썼을거라는생각이 드는데, 그 곡이 어떻게 먼저 떠오르게 됐나?

└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 곡의 테마가 먼저 아주 기초적인 형태, 음악적인 뼈대, 기타의 음율 같은 것이 정해지고 나서 씨름을 며칠 째 했다. 그날은 좀 저녁까지 있었다 스튜디오에. 곡 작업을 하다가 곡작업이 안되면,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기 때문에 달리 할 게 없다. 음악 사이트에 들어가보고, 뉴스도 좀 보고 했는데 마침 그날이 부활절 전날이었다. 4월 15일. 그날 배가(세월호) 올라왔다. 저녁에 그 배가 올라오는 걸 보고 그 곡을 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랬기 때문에 곡을 쓴 것 같지는 않은데, 시기가 그렇게 맞았다. 거짓말처럼. 어떻게 생각하면 기적처럼. 그렇게 첫 곡의 실마리가 탁 풀렸다. 첫 곡을 쓰고나면 뭐랄까 탄력을 받아서 곡 작업이 편해진다. 뭔가 한달 정도 꽉 막혀있다가. 툭하고 곡이 나왔다. 그 다음에 쓴 곡들이 쭉쭉 앨범에 담긴 것이다. 

수록곡 '안녕'의 가사를 보면 '사람이 좋아졌다'하는데?

└ 나는 사람을 안 좋아한다고생각했다. 나는 나를 모른다고 생각하는게 많다.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것 중 하나가 나에대해 알게된다. 안테나 공연 때 희열이 형이 엉뚱하게도 '하이터치회'를 하자고 하더라 가위바위보를해서 결정되면 관객들과 하이파이브를 다 하는거다. 나는 맨 마지막 대구 공연때 했다. 마지막엔 남은 사람들은 다 하자고 해서. 눈 앞이 캄캄하더라. 한 분씩 눈을 마주치고 하이파이브를 하는데 의외로 좋더라. 앞에 한 분씩 막 지나가니까 어지러운데도 좋았다.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에 내려가서 사람들과 어울려서 농사를 지으며 좋지만, 상처도 받았다. 왜냐면 농사의 방식도 다르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시기가 지나고 나도 안정이 되고 나니, 또 다른 관계들이 생겼다. 한 두달, 석달 동안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뭔가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나가면서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하면서 가사를 썼다. 

대학에서 생명공학 전공했다. 지금은 아날로그틱한 삶을 산다. 이유가 있나?

└ 그냥 그때는 그게 참 좋았다. 그 일이. 생명공학에서도 그게 좋았다. 내가 맡았던 건 분자화학 쪽이다. 성격적으로 새롭게 뭘 하는 걸 좋아한다. 뭘 하면 난 열심히 하는 편이다. 약간 홀릭처럼 일하고 지냈다. 그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좋아서 했다. 어느 시점에선가 '여기까지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련 없이 돌아서버렸다. 딴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하니까 돌아설 수 있는 거겠지만 지금은 도 지금 일이 좋아서 한다.

이기적으로 말하면 얻는게 너무 많다. 엊그제 프로필 사진도 아내가 다 찍어준거다. 메이크업도 없이 다 찍은 거다. 그게 내가 가장 편하기도 하다. 비비크림 하나 바르고 찍었다. 나도 몰랐지만 너무 많은 것들이 농장에서 지나가더라. 농장에서 바쁘다보면 아무것도 안본다. 앉아 있는데 나비가 날아가고, 애벌레가 너무 열심히 지나가고 하더리. 굉장히 다이나믹하더라 조그만 밭 안인데. 여기서 '내가 알던 모르던 많은 생명체들이랑 섞여 작업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걸 한번 더 느꼈다. 그렇게 있는 게 행복하고 좋나보다. 얻는 게 많이 있나보다. 이기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지금이 참 좋다. 

ⓒ 안테나뮤직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농부로서 달라진 게 있나? 레몬 키우고 싶다던데.

└ 뮤비에서 귤 꽃장면이 나오고, 보라색 순이 자라고 꽃몽오리 잇는 컷이 2초 3초 나온다. 그게 레몬이다. 레몬수는 꽃이 보라색이고 꽃이 피면 하얀색. 2년 전 봄에 접목 시켰다. 3년 후부터 수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잘 크면. 그때 스무 그루 밖에 접목을 안시켰다. 작년에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순이 많이 뽑혔다. 대목에 활짝되기 전에 태풍이 심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잘 자라고 있는 나무도 있다. 올해 꽃까지 봤다. 내년에 레몬까지 열릴지는 잘 모르겠다. 잘 자라주면 열리지 않겠나. 농부로서 나는 아직 너무 갈 길이 멀다. 약간 익숙해졌다 정도다. 그리고 1년을 한 싸이클로 봤을 때 네번 째가 지나고 있으니 '이달에는 뭐구나,  다음 달에는 뭐구나'하고 약간 감이 오는 정도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학교로 치면 초등학교 4학년이다. 

농사와 음악 작업을 겸하는 것. 어떤 영향을 받나?

└ 이 곡과 글들이, 이 공간에서 농사를 짓고, 시골에서 살지 않았으면 못 나왔을 거다. 그건 확실하다. 그래서 어떻게든 내가 농사일을 하고 농장에서 나무들이나 다른 새, 벌레, 반딧불과 부대끼면서 살아가는게 지금의 나를 조금씩 바꾸는 것 같다. 혹은 몰랐던 내모습을 찾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가는것 같다. 책에도 나오는 구절이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영화 감독 중에 다큐가 있고 극영화 찍는 사람있지 않나. 나는 굳이 말하면 다큐 쪽인가보다. 노래로 픽션이 아니라 다큐 만드는 사람인가보다 싶었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노래도 연결이 될 것이고, 일단 만들어진 공간에서 앞으로 작업을 계속 할 것 같다. 떠나게 되지 않는 한, 물론 사람 일은 알 수는 없지만, 말을 꺼내놓으면 되는 경향이 있다. 약간 조심스럽지만 다음 앨범 생각도 하고 있다. 

 홈쇼핑에서 귤 탈 쓰고 판매했다. 이번에도 그런 이벤트 있나?

└ 이번에도 어떻게든 귤을 어떻게든 해보고 싶었다. 과일 나무들이 한 해는 열매가 많이 열리고 적게 열리고 한다. 지금 과수원은 2년차다. 잘 몰랐지만 여기가 해걸이가 심하더라. 올해 많이 안열렸다. 과수원에 귤이 있는 한 책, 음악, 귤까지 같이 하고 싶었다. 홈쇼핑은 안했을지 몰라도. 진지하게 생각했다. 

루시드폴 인터뷰는 '루시드폴, "이효리♥이상순과 이웃. 보면 드는 생각은" 에서 계속됩니다.

smallkite@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