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발매 ②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루시드폴, "아이폰을 가진 사람들이 왜 필름카메라를 찾을까요?"에 이어서 아래 인터뷰 계속.

 ⓒ 안테나뮤직

이상순, 이진아랑 작업헀는데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 싱어송라이터들이 타이틀곡을 많이 신경쓴다. 신경을 쓴다고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요즘 디지털 싱글을 많이 내는데, 나는 못하겠더라 한 곡이 임팩트가 있어야한다. 곡 작업을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하고, 희열이 형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모니터를 해서 좋은 노래를 골라달라고 한다. 그냥 앨범의 첫 곡으로'안녕'을 하고 싶었다.

우리집에 디지털 피아노가 있는데 피아노를 잘 못친다. 그걸 치면서 만들었다. 가사도, 루시드폴을 모르는 사람이 '벌레가 좋아졌어요'라는 걸 들으면 좀 어리둥절할 거 같았다. 나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선물하는 편지같은 곡으로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피아노 하나로 만들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혼자 다 하려고 했는데 무리겠더라. 샘 음악을 듣다가 시애틀이라는 곡으 너무 새삼 좋더라. 피아노 톤을 봤더니 진아더라. 그래서 진아구나, 싶어서 진아한테 전화했다. 전화해서 " 진짜 미안한데 피아노하나만 부탁해도 될까"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라. 미안한게, 못치게 해달라고 해야했다. 이런 걸 부탁을 해야하나 싶다가도 진아 말고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내가 "60년대 진짜 건반 못치는 스쿨밴드 건반주자가 치는것처럼 해달라"고 했는데 그렇게 쳐주더라. 이번 녹음은 업라이트 피아노로 녹음했다.  

상순이는 친구라는 죄다. (웃음) '안녕'이라는 곡에 드럼도 들어가고 베이스도 들어가고 심지어는 타이틀곡까지 됐다. 일렉기타 소리가 자꾸 들리고 필요하겠더라. 어떻게 하지 싶다가, 상순이네 집에 빈티지 엠프가 있는 게 생각났다. 전화해서 빌려달라고 헀더니 가지러 오라더라. 걔는 기타리스트고 나는 싱어송라이터다. 걔는 전문 기타가다. 엠프를 봤는데 엄청 크더라. 상순이한테 기타 쳐달라고 했더니 해준다고 해서 그냥 시켰다. 있으면 못하니까 쳐서 보내준다더라. 받았더니 별로더라. 그래서 다시 가서 해달라고 했다. 같이 해서 실을지 안실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믹싱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했더니 '쓰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가져와서 믹스를 해봤더니 보완이 필요했다. 가이드로 쳐놨던거랑 섞어서 했더니 질감이 딱 맞더라. 그렇게 작업했다. 민박집 다 끝나고 였다. 좀 마음이 아팠다. 갔는데 집 앞에 사람들이 있더라. 나는 트럭타고 가서 집사인 줄 알았을 거다. 가서 한번 (집 구경하는 사람들을) 째려봐줬다. 보디가드로 보기엔  몸이 허약하니 집사인줄 알았을 거다. (웃음)

이상순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  빨리 앨범을 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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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과 관련해 알려진 것이 없다.

└ '바다' 라는 노래는 아내에게 전하는 노래다. 그 곡이 아내에게 전하는 마음이다. 이번 앨범 중에서는 서사적인 곡이 돼 버렸다. 길이도 6분이 넘어가더라. 나한테는약간 3집떄 '북경의 밤' 같은 곡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딱 바닷가다. 사주에 내가 물근처에 살면 좋다더라. 사주 같은걸 잘 안믿기는 하는데,  바다나 호수 옆에 있었을 때 좋았다. 예전에 어릴 때 부산에 처음 살았던 집이, 딱 길 하나만 건너면 바다였다. 그때는 좀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 해수욕장 근처에. 해녀나 어부들이 많이 살았다. 진짜 나가면 바다였다. 어부들이 그물 널어 놓고 배 뒤집어 놓고 하는. 그때 나도 전학을 왔던터라 내성적이었다. 바로 옆에 부촌이 있었는데 가난하니까 그쪽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놀았다. 그게 나의 초등학교 3학년때 어린시절이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 바닷가 옆에서 살고 있는데, 지금은 가사대로라면 '바다같은 사람'을 만났고  외롭지 않다. 여전히 갯바람이 부르면 순간적으로 어린시절로 훅 돌아가는 느낌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쭉 쓴 곡이다 원래 가사가 안 붙도 테마만 있을 때는 서사적인 곡은 아니었는데 만들고 나서 보니까 그렇더라. 

 와이프가 감동헀나?

└ 굉장히 좋아했다. 

'폭풍의 언덕'을 들어보면 군데 군데서 장난끼가 느낀다. 음악적으로 변화가 있었나?

└ 일단 '안녕'은 베이스 소리, 드럼 소리를 2년 정도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저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싶었다. 잔향도 없고 리버브도 없고, 나는 따뜻하게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아날로그? 빈티지?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빌릴 수 없어서 중고로 구해서 샀다. 수소문을 해도 베이스 치는 친구들이 소리가 멍청하다. 못구한다고 했다. 어떻게 어떻게 메모리를 구해서 사서 굉장히 오래된 엠프가 있는 스튜디오에 가서, 굉장히 오래된 리본 마이크로 녹음을 했다. 

드럼도 밑에 드럼 북이 있으면 피를 다 뺐다. 드럼 셋 자체도 오래된 셋이다. 소리는 좀 더 투박하고 잔향 없이 무심하게 내기 위해서 스네어를 열 몇가지를 비교해서 들어봤다. 위에다 타올 같은 걸 얹고 해서 녹음했다. '안녕'을 들어보면 드럼이 스테레오 감이 없고 가운데서 그냥 나온다. 기타도 집시기타로 다 연주했다. 날카로운데 투박한 소리가 난다. 폭풍의 언덕 같은 곡은 말씀한 것 처럼하고 싶어서 미디 작업을 했다. 친구가 제주로 와서 오두막에서 작업을 했다. 이 친구가 했던 것 중에 좋았던 것만 남기고 내가 나머지는 다 작업했다.

'볼레로를 출까요'는 어떻게 보면 라티너들이 할 법한 느끼한 작업 송 같은 걸 만들고 싶었다. 러브송같은거. 볼레로란 장르를 너무 좋아해서 그걸 골랐다. 색소폰은 클라리넷과 잘 어울리더라. 그래서 그걸 골랐다. 이론적으로 편곡법을 잘 모르니까 한 마디 편곡하는데 네 시간씩 걸렸다. 한땀한땀했다. 

에세이를 처음부터 기획한 건가? 다음 앨범도 이렇게 독특하게 구성할 건지.

└ 처음부터 책이랑 같이 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단순한 일인데 고민이 시작은, '지금 음반이라는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 싶었다. 예전처럼 CD를 구해서, LP를 구해서 내가 갖는다는게 우리한테는 어떤 의미일까. 의미가 별로 없더라. 왜냐하면 이제는 사실 마음만 먹으면 고음질 음원을 얻을 수 있지않나. 생각할 수 있는게 내가 가지고 있다는 만족에서 오는거다. 그렇다고 그렇게 진열해두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시작은 저번 앨범도 그랬지만 음악에서 확장해서 읽을 거리를 주고 싶었다. 굳이 음반을 사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음반만이 가지고 있는 무엇을 주고 싶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작업할 것 같다. 저번 같은 경우는 우리가 책을 만들었는데 불필요하게 힘들어지고 잘 만들지도 모르겠더라. 그래서 책만 만드는 분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해보고 싶었다. 출간 제안이 들어왔던 것 중에서 위즈덤하우스와 함꼐하게 됐다. 콘셉트에 대해서는 완전히 열려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계속 찍어놨던 사진들이 있었다. 뭔가 쓰기위해서 원고지를 두고 펜을 들었을 때 거의 한 꼭지를 다썼다. 오래오래 고민해서 쓴 건 아니다. 교정은 많이 봤지만,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온 글이 에세이가 됐다. 

다 써질때마다 편집자한테 원고지처럼 우편으로 보냈다. 그럼 편집자 분이 글자를 못알아본다. 연필로 정자로 써서 가필로 한다. 원고지로 봐주셨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알아보는 글자는 타이핑을 쳐서 보냈다. 그렇게 작업을 했다. 글과 맞춰서 곡을 쓴건 아니다. 씨디의 곡의 순서랑 음원순서가 다르다 음원만 들으시는 분들은 좋다고 생각하는 순서로 배열을 했다 

 ⓒ 안테나뮤직

루시드폴의 영감을 글로 표현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번역하는 것의 차이점은?

└ 지난 일에 후회를 잘 안하는데 번역일은 후회가 된다. 목디스크가 걸렸다. 번역을 할때 어쩔 수 없이 이공계생이라는 걸 느끼는게, 내가 사진을 처음 찍어본게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유학하서 내가 헀던게 나노테크놀로지니까 작은 걸 봐야한다. 스웨덴에 처음 유학 갔을때는 필름 사진을 전자 현미경으로 찍었다. 사진을 암실에서 현상하고 인화하고. 그러다보보니 정확하게 해야한다는게 머릿속에 있었다. 번역을 할 때 혹시 잘못 해석할까봐 편집증적으로 체크하고, 다른 판본 비교해서 찾아보고 하다보니 목디스크가 걸렸다. 내가 창작 할 경우 그럴 필요 까지는 없다. 노래는 오래 써왔지만 수필은 처음이다. 나중에 봤더니 건조하더라. 좋게 말하면 꾸밈이 없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딱딱하다. 

왜 그런 변화가 생긴 것 같나?

└ 요즘 사람들이 왜 필카를 찾을까? 나는 예전부터 아날로그적인 걸 써서 그것 밖에 모른다. 아이폰도 사진이 얼마나 좋나. 쨍하다. 그런데도 왜 굳이 그렇게 노이즈도 없는 필카를 찍을까 생각해봤는데 지금은 기술적으로 더이상 좋아질 수 없는, 포화상태로 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사진을 보고 음악을 듣고 감동 받고 했던 본질은 여기 없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경우, 기름칠 한 것 같은 윤기있는 베이스 소리. 그런 베이스 소리는 들을 만큼 들은 것 같다. 매력이 없다. 재미가 없는 거다. 소리가 결국은 감동 받기 위한 건데 혹은 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 인데, 너무 흔하고 너무 좋다. 지금은 옛날의 사운드가 재현이 안된다. 더 하이퀄리티로 나오지 옛날의 느낌이 아니다. 디카로 좋은 사진을 찍어 아날로그 효과를 줘서 필름처럼 만들고 싶어하지만 그 느낌이 아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걸렸다. 그 사운드, 그런 오래된 사운드가 이제는 내게 더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한편, 루시드폴의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는 30일 전 온라인 음원 사이트릍 통해 공개되는 동시에 서점에서 ‘에세이 뮤직’ 형태로 발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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