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틀빅픽처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유리정원' 신수원 감독 "촬영장소, 창녕 우포늪 택한 이유" ① 에서 이어집니다.

※ 기사 내용 중 스포일러도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주연배우로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를 선택한 이유는?
└ 처음에 문근영 씨를 먼저 캐스팅했다. 대중에게 워낙 잘 알려졌듯이, 연기도 잘하고 이미지가 재연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가장 중요한 건 숲에 있는 사람, 숲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딱 맞아 떨어져야 했는데 근영 씨가 잘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태화 씨가 연기한 '정교수' 라는 배역은 나이 차가 있는 현실감이 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40대 초반 교수 이미지가 풍기는 남자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서태화 씨가 출연했던 '짓'이라는 영화를 보고 어울릴 것 같아 대본을 건넸다.

태훈 씨는 '약탈자'들에서 인상 깊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연기 잘한다. 저 사람 누구지?"라는 생각과 함께 신뢰가 갔다. 평범하면서도 욕망이 보이는 인물로 적당해 보였다. 그 후 만났을 때, 안경을 한 번 씌워보았다. 고지식한 소설가 같은 이미지를 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어울렸다. 촬영 현장에서 언제나 성실했고, 작품에 대한 공감력도 있었다. 세 명 다 훌륭했다.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기자회견장에서 문근영을 그렇게 칭찬했었는데, 무엇 때문에 칭찬했던 것인가?
└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왔던 것도 있지만, 자연스러웠다.

자연스럽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 보통 어릴 때부터 아역배우를 했으니까 뭔가 소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처음 만났을 때는 약간 어색한 게 있었지만, 대본 리딩이나 현장촬영 들어가고 할 때 등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고 격이 없다. 세트장에서 마지막 촬영하면서 밥을 먹었을 때였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근영 씨가 직접 상 차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들이 재밌었고, 현장이 즐거웠다.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때, 서태화가 "그동안 죽는 역할은 많이 해봤지만, 죽어 있어야 하는 연기는 처음이었다"며 분장도 힘들었다는 발언이 기억났다.
└ 휠체어 장면 찍을 때는 휠체어에 앉아 가만히 있고 뒤에서 근영 씨가 밀어야 했기에 좋아했다. (웃음) 남들이 바쁘게 움직일 때, 자신은 시체로 가만히 누워 하늘만 보고 있으면 된다고 편하다고 했다. 대신 힘든 점이, 눈을 떨거나 숨을 참아야 하는 때가 많았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NG가 났다.

재연이 교수를 납치해서 주사를 놓을 때, 어떤 감정이었냐에 대해 많은 이들이 왈가왈부하더라. 감독님의 입장에서 듣고 싶다.
└ 집착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재연의 신념이라고 생각했다. 사랑과 집착 복합적인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역할이 인공혈액으로 살릴 수 있다는 신념이 있는데, 이를 믿지 못한 사람들이 쫓아내서 숲에 왔다. 공교롭게도 그중 한 명인 정교수가 죽게 되었고, 그 사람을 살리려는 일이 두 가지가 있다. 애증이 있어 살리는 것도 있고,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면서 나의 연구가 헛되지 않았다는 걸 같이 가는 거로 생각했다. 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또한 재연이 지훈에게 소설을 쓰는 걸 허락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자신의 신념을 알리기 위한 행동이었을까?
└ 그때부터 재연은 이미 미쳐가기 시작했다. 미쳐가는 단계를 곰팡이를 본 손목을 보고 재연은 '내가 틀렸나?'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움직이는 세포를 보고 부정했다.

하지만 이미 자기 믿음에 대해 흔들리고 있었기에 근영 씨에게 "광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재연의 흔들리고 있는 단계가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왜냐면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자기가 붙들고 있는 신념이 무너질 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연이 일반적이 사람이라면 멱살 잡고 싸우겠지만, 이미 정신적으로 미쳐있다. 사회에서 쫓겨나 숲에 온 상태였기에 피폐해지고 신념이 흔들리는 상황이었기에 그럴 수 있다고 봤다.

최근에 재연의 행동에 대해 결핍을 가진 인물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갈망하는 거로 느껴졌다는 후기를 봤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됐다.

극 중 나무 사이에 붉은 피가 채워지는 장면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 그 장면은 뇌 조형술 영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신경을 찍은 건데 묘하게 나무형상을 닮았었다. 그래서 지훈이 재연의 숲으로 가는 두 번째 방문 전에 넣으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지훈의 혈관이 막혀 뇌가 굳어가고 있었는데, 그 장면을 통해 흐름을 통하게 해주는 것 연출하려고 했다. 그러다 지훈은 자신의 삭막한 방에서 깨어났고, 창문 밖에선 소음이 들려왔다. 그가 지니고 있는 병 때문도 있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힐링을 하려고 자연으로 떠나는지를 생각해보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 장면에 대해 최종으로 뺄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집어넣었다.

▲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감독님이 꼽는 유리정원 속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날아가는 새가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 대한 비밀을 밝히자면, CG가 아닌 진짜 새로 촬영했다. 20마리를 준비했다가 날아가는데, 다행히 그중 한 마리가 장면 속 비슷한 위치에 앉아줬다. 그 장면이 우리가 가지고 있던 타인에 대한 편견이 무너지고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이었기에 좋아한다.

지훈이 유일하게 재연의 연구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목격해준 유일한 사람이었고,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판타지가 시작되었다. 끝까지 현실이 되는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엔딩 이야기가 나왔으니, 여기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 엔딩 장면에 등장하는 인간형상의 나무에 대해서도 재연이 나무가 되었다, 아니다 의견이 오가고 있다. 여기에 대한 감독님의 답을 듣고 싶다.
└ 나무가 된 것이다. (웃음) 그런 해석이 오가는 자체가 재밌다. 재연이 숲으로 돌아가서 지훈이 폐허가 돌아온 순간부터 판타지가 시작되었다. 관객들도 지훈처럼 판타지를 체험했으면 하는 차원에서 새가 날아가고, 엔딩 장면처럼 정리했다.

'유리정원'을 보고 온 사람들의 평이 "치유가 된다"와 "잔혹한 동화다"로 많이 갈리고 있다. 특히나, 극 중 명대사인 "순수하면 오염이 되기 쉽죠"라는 말이 시종일관 관통하면서 개인적으로도 후자처럼 느껴졌다.
└ "순수하면 오염이 되기 쉽죠"라는 말에 대해서는 재연이 오염 안 되었으면 했다. 재연이 극단적인 실험을 하고 있지만, 정교수 이외에 자기 자신에게도 실험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스스로 주사를 찔렀다. 자기 신념을 믿고 간 것이다. 그 대사를 쓴 건, 인간의 속성과 그 욕망으로 오염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재연이 오염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진 않았다.

▲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최근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는데 반해, 국내에선 대형상업영화위주로 중소규모나 다양성 영화가 죽어가고 있는 게 오늘날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한다고 보는가?
└ '유리정원'도 만들어지기까지 쉽지 않았고, 그나마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기에 많이 알려질 수 있었다. 현재 국내에선 특정 장르 위주의 영화가 많은데, 그게 만드는 데 있어 안전하니까 다른 장르 영화가 제작되기 힘들다. 이 영화를 조금이라도 관객들이 더 봐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코미디나 액션 등 일반적인 장르를 즐기는 관객들에겐 다소 낯설 수도 있다.

영화가 발전하려면 창작의 한계가 없어야, 다양한 주제와 복합적인 장르 영화를 만들 수 있고, 그 가운데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에 매번 '다음에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라고 진지하게 생각한다. 나처럼 생각하는 감독들도 많을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한 만큼 수익을 거둬야 하기에 안정적인 장르와 스타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에 하려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나마 뜻 있는 분들의 지원이 있어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 리틀빅픽처스

그런 의미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다양한 주제를 가진 작품을 향한 정책적인 지원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희망적인 건, 현재 정권이 바뀌었고, 예전과 달리 더욱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칸 영화제도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바탕이 되어 오늘날 세계적인 영화로 거듭날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이들보다 운이 좋은 편이었기에 상영할 수 있는 극장도 있고,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근영 씨와 태훈 씨, 태화 씨가 나에게 있어 고마운 존재들이다.

향후 계획은? 다른 해외영화제에 '유리정원'이 진출하는 건 있나?
└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다른 영화제에 출품하기엔 이미 영화가 개봉한 상태라서 갈 수 있는 부문이 상당히 제한될 것 같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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