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극단 바람풀의 김수미 작 박정석 연출의 타클라마칸
- 공연명 타클라마칸
- 공연단체 극단 바람풀
- 작가 김수미
- 연출 박정석
- 공연기간 2017년 11월 8일~12월 2일
- 공연장소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
- 관람일시 11월 9일 오후 8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동숭동 미마지아트센터에서 극단 바람풀의 김수미 작, 박정석 연출의 <타클라마칸>을 관람했다.

타클라마칸 사막(塔克拉玛干沙漠, Tǎkèlāmǎgān Shāmò)은 신장의 타림분지(塔里木盆地)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중국 최대이며 세계 제2대 유동사막(流动沙漠)으로 동서 간 약 1,000㎞, 남북 간 약 400㎞로 면적은 약 33만 ㎢이다. 남쪽으로는 쿤룬산맥, 서쪽과 북쪽으로 톈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동쪽의 투루판(吐鲁番, 토로번) 분지는 해수면에 비해 154m나 낮아 지구상에서 가장 덥고 낮은 지역 중의 하나이다. 이곳은 거의 비가 내리지 않으며 기온은 연속 40℃내외에 머물기도 한다. 동부 가장자리는 투루판 오아시스 지역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광활한 붉은 사막이다. 사막의 면적은 영국보다 더 넓다. '타클라마칸'은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라는 뜻이다.

고대에 지중해와 동방을 잇는 실크로드를 따라 낙타로 여행을 한 대상들도 이 사막만은 피해 갔다고 한다. 허리케인 같은 힘으로 300미터 높이의 피라미드 모양 모래 언덕을 쌓아올리는 사막을 마주한 상인들은 투르판과 카시처럼 사막의 동쪽 가장자리에 있는 오아시스에서 쉬어 가며 사막을 둘러갔던 것이다.

타클라마칸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는 일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총거리는 522km. 좋은 자전거로 마음먹고 달리면 5일이 소요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자전거 여행객이 끊이지를 않는다. 현재는 고속도로가 뚫려 우리나라의 자동차 여행객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김수미는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1997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9년 제1회 옥랑 희곡상 수상, 2000년 제19회 한국 희곡 신인 문학상, 2002년에는 한국연극협회선정 우수공연 ‘BEST 7’ 수상, 2004년 경기도 연극제 동상 수상,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2005년 日本劇作家大會 심사위원상 수상, 2005년 제8회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2005년 마포구 (양화진 성지화 사업) 희곡공모 당선, 2006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우수상 수상, 2008년 제1회 동랑 희곡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작가창작활동지원 선정, 2010년 제1회 명동예술극장 창작희곡 공모 당선, 2011년에는 제5회 차범석 희곡상,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희곡상, 2015 서울연극제 그룹 動 시대의 그녀들의 집으로 자유참가작 대상을 수상한 미녀작가다. 2016년 한국극작가협회 이사장으로 선임되고, 2017 제1회 대한민국 극작 엑스포, 문학과 공연 그리고 사람들을 주최했다.

연출가 박정석은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으로 극단 바람풀의 대표이자 상임 연출이다.

연출로는 제1회 2인극 festival 참가작 박상륭 원작 <남도>, 제2회 2인극 festival 참가작 이외수 원작 <들개>, 혜화동1번지 4기동인페스티벌 “대학로컴플렉스” -<산양섬의 범죄>, 혜화동1번지 4기동인 페스티벌 “미스터,리가 수상하다”-<아버지를 죽여라>, 21세기 변주곡-드라마리딩페스티발 <남도> <추사 김정희> <성인오락실#여자이야기> <저승> <에코> <그 아이 유관순> <다홍치마> <로베르토 쥬코> <아니사 말리>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낙타의 꿈> <성인오락실 여자이야기> <염쟁이 유씨>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각색 연출로는 춘천 국제 연극제 참가작 넌버벌 퍼포먼스, 제 4회 2인극 festival 참가작 <욕조>, <크리스마스 캐롤> <로베르토 쥬코>. 아닐 부 단막 festival 참가작 <색의 사랑>. <아시나마리> 등이 있다.

무대는 배경에 드넓게 펼쳐진 하늘과 구름이 보인다. 그 아래로 지평선이 펼쳐지고, 타클라마칸 사막이 자리를 잡았다. 검은 조약돌 같은 조형물과 여기저기 놓인 바위, 그리고 쓰러져 있는 나무와 나뭇가지가 황량한 사막을 연상시킨다.

중앙에 핸들이 달린 승용차 앞부분의 조형물과 전조등이 켜지기도 하고, 라디오 소리도 들린다. 음향효과를 승용차가 달리는 소리와 고장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린다. 스모그로 고장 차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효과를 내고, 대단원에서 배경에 있는 두 개의 조명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을 구조하는 승용차의 전조등 구실을 한다.

연극 <타클라마칸>은 중년부부가 친구의 초청으로 중국신장의 타림분지(塔里木盆地)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중국 최대이며 세계 제2대 유동사막(流动沙漠)을 여행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백사장(白沙場)과 흑사장(黑沙場)이 있지만, 타클라마칸은 적사장(赤沙場)이다.

낮에는 사막의 평균온도가 섭씨 50도에 이른다. 모래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피라미드 높이의 사구가 형성될 정도이고, 광활한 지역이라 오아시스 지역 이외에는 한 방울의 물도 구하기가 어렵다. 부부는 자동차 여행을 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그러다가 승용차가 고장으로 멈춰 서게 되고,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에서 방향감각조차 잃은 부부에게 서서히 불안과 공포가 어둠과 함께 다가오기 시작한다.

중년의 부부..... 대부분의 중년이 그렇듯이 이 부부 역시 사랑이 식은 상태이다. 무거운 쇠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다 한동안 속력을 내어 달리기를 계속하고, 달리던 관성으로 구르기가 이어지듯, 많은 부부가 사랑 없는 부부생활을 이어가면서 서로 상대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누적되고, 강박관념(stress)이 쌓이면서 폭음과 폭식, 그리고 외도 등으로 많은 사람이 치명적인 병인 암,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을 앓거나 이혼을 하게 된다.

이 연극에서는 남편이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지 부인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부인은 남편의 이름을 알려주고 자신의 이름도 알려주지만, 남편은 기억하는 기색이 없다. 부인은 남편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 남편의 친구를 찾아 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한다. 함께 여행을 하며 아내는 남편에게 하대를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타인을 대하듯 존대를 한다.

그러다가 승용차가 사막 한가운데서 고장이 나고, 방향감각은 물론 길을 잃으니, 부인은 휴대전화로 자신들의 표류위치와 부근의 지형과 풍경, 그리고 바위모양을 친구에게 알리지만, 친구가 자신들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래 타클라마칸의 밤하늘은 지상의 어느 곳보다 많은 별을 볼 수가 있다. 사막의 모래알보다 많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부부에게는 길을 잃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주변의 풍경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하늘의 별이 눈에 들어올 리가 있으랴...?

부부는 사소한 일로 다투기 시작한다. 티격태격하다가 차츰 언성을 높이고, 고함까지 지른다. 딸의 죽음을 부인은 꼬집듯 들춰낸다. 그러나 남편은 이미 잊었는지, 잊은 척 하는 건지 더 이상 대화꺼리로 이어가지를 않는다. 두 사람은 다시 말싸움을 한다.

그러다가 남편의 대변으로 잠시 중단된다. 어두운 벌판에서 부인을 남겨두고 대변을 보러 남편에게 부인이 겁에 질리는 것은 당연하다. 부인은 남편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의지할 것은 남편뿐이니까. 과거 험한 세상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듯, 현재 이 광활한 사막에서 부인은 남편을 계속 부르고, 나중에는 남편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청한다.

노래를 잊었다던 남편은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부인의 성화에 못이겨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목청껏 조용필의 노래를 부른다. 설마 노래를...? 하던 부인은 남편의 노래에 다소 마음이 놓인 듯 보인다. 일을 마친 남편이 다가온다. 노래 소리가 부부의 언짢았던 사이를 다소 가깝게 하는 듯싶다. 부인은 담배를 피워 문다. 사막에서의 담배 맛, 그것은 피워보지 않은 사람은 그 황홀한 맛을 모른다.

부부는 연기를 내 뿜으며 나란히 다가앉는다. 다투다가 부부가 서로에게 다가앉아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부인은 다시 남편의 기억을 되돌리려 애쓴다. 사막의 낮과 밤의 기온차가 극심하듯 부인은 밤의 한파를 견디기 어려워한다. 남편은 자신의 트렁크에서 옷을 꺼내 부인에게 걸쳐준다. 부인은 고마워하는 표정이다. 그리고 딸의 죽음과 장례식 때 있었던 장면을 하나하나 반추시킨다.

그러자 남편의 기억이 하나하나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부인은 상세히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남편은 비로소 정확한 기억을 되찾는다. 그러나 기억을 되찾았다고 해서 이미 식어버린 사랑까지 되찾을 수는 없는 듯 보인다. 부인이 절망에 쌓이고 남편도 낙심한 듯 두 사람의 분위기가 사막의 밤의 한파처럼 냉랭하기 그지없을 때, 바로 그 순간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들리면서 친구 차의 전조등이 두 사람을 비추면, 부부가 벌떡 일어서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명계남이 남편, 김화영이 부인으로 출연해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마치 이 작품, 김수미 작가의 <타클라마칸>이, 이 두 배우를 위해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두 배우의 경륜도 경륜이지만 감정 설정, 발성은 물론 정확한 대사전달에서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연극에 몰입된다. 물론 연출가 박정석의 기량이 들어있기도 하다.

 

조연출 박병주, 무대디자인 김교은, 조명디자인 이수연, 의상디자인 박근여, 음향디자인 전송이, 진행 윤혜리, 사진 이강물, 기획 홍보 코름코르디움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바람풀의 김수미 작, 박정석 연출의 <타클라마칸>을 기억에 길이 남을 명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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