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화리뷰, 11.10] 원작의 감동을 느끼다…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오늘의 문화리뷰, 11.10] 원작의 감동을 느끼다…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 문화뉴스 양미르
  • 승인 2015.11.10 0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암탉 '잎싹' ⓒ 이다엔터테인먼트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단 한 번만이라도 알을 품을 수 있다면!"

양계장에 갇혀 알을 낳는 것이 운명인 '잎싹'은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을 소망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잎싹이 알을 낳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 양계장 주인은 잎싹이 '폐계'가 되었다고 여기고 닭장 속에서 잎싹을 꺼낸다. 잎싹이 실려 간 곳은 죽은 닭을 버린 구덩이이었고, 그 속에서 살아난 잎싹은 들판을 지나며 청둥오리 알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알을 자신의 알처럼 품는다. 시간이 지나고 새끼가 태어난다.

마당에 돌아온 잎싹은 마당 식구들의 멸시와 조롱을 참아낸다. 그러나 새끼 오리의 날개 끝을 잘라야겠다는 양계장 주인의 외침을 듣고 잎싹은 마당을 나온다. 잎싹과 새끼 오리는 졸지에 다시 떠돌이 신세로 살아가게 된다. 한편 잎싹은 머리에 초록색 깃털이 나 있어 새끼의 이름을 '초록머리'라 짓는다. 어느 날 족제비의 공격을 피한 초록머리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잎싹은 새끼를 야생 청둥오리의 품으로 보내주길 결심한다.

   
▲ 청둥오리 '초록머리' ⓒ 이다엔터테인먼트

근대와 문명을 상징하는 '마당'과 탈근대, 자연을 상징하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암탉 잎싹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아름다운 모성애를 담은 '마당을 나온 암탉'. 2000년 황선미 작가가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150만 이상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그 후, 2002년 극단 '민들레'를 통해 연극으로 발표되어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120%를 기록한 바 있다.

그리고 2011년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해, 역대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으로 최다 관객인 220만 명을 동원했다. 그렇게 원작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캐릭터 연계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뽑힌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이 또 다시 날갯짓했다.

무대는 '마당'과 '저수지'를 번갈아 보여줄 수 있게 꾸며졌다. 초반부터 익살스럽게 핸드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앙상블의 움직임이 인상 깊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의 첫 장면이기도 했던 알을 낳기만 열중인 양계장 닭들의 일상을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뮤지컬은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이번 뮤지컬의 큰 힘인 배우들의 동물 연기가 출발하는 것도 이때부터였다. 배우들은 여러 과정의 오디션 등 심사를 걸쳐 선발됐다. 배우들은 관객들이 선입견 없이 동물 캐릭터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각 동물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그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움직임 워크숍에도 일주일 참여했을 정도로 노력한 끝에 배우들은 동물의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형상화했다.

   
▲ 수탉 ⓒ 이다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에 나오는 동물들은 닭, 오리, 족제비, 개로 크게 네 종류로 분류된다. 먼저 가장 많은 비율로 등장하는 닭부터 살펴보면, 크게 '수탉', '암탉', 주인공 '잎싹'이 있다. 수탉은 마당의 대장으로 등장한다. 우렁찬 소리를 표현하거나, 한 번 정도 나올 수 있는 새벽 울음소리 실수 등을 유쾌하게 표현했다. 위엄있게 이동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또한,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역기를 들어 올리는 장면도 익살스럽게 보여준다. 마당의 안방마님 암탉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을 낳기 위해 요염있게 둥지로 가서 알을 낳는 장면과 새끼인 병아리들이 움직이는 것을 훌라후프를 돌리면서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잎싹 역시 특유의 움직임으로 먹이를 먹는 모습을 포함해 닭의 움직임이나 평소 모습을 잘 보여주도록 연출됐다. 과거 MBC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부른 '영계백숙'의 안무를 맡은 김경업이 이번 작품의 안무를 맡았기 때문에 닭의 확실한 움직임을 포착해 작품에 녹아들었다.

닭만큼이나 많은 출연 비중을 보인 동물, 오리는 '청둥오리'와 '집오리'로 나뉜다. 흰색 '집오리'들은 그냥 마당에서 길러지는 가축이기 때문에 먹이가 있으면 그래도 손을 부리처럼 표현해 집어먹는 장면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닭들과 다르게 물 위에서 헤엄을 칠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하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그리고 '초록머리'와 '나그네'를 표현한 두 배우의 거침없는 날갯짓이 인상 깊었다. 특히 '초록머리'가 족제비에게 벗어나기 위해 날갯짓하는 장면을 크레인을 이용했다는 것이 참신했다.

   
▲ 족제비 ⓒ 이다엔터테인먼트

족제비는 애꾸눈 안대를 차며 등장한다. 특히 양팔을 벌려 빠르게 이동하는 장면은 마치 자객을 연상케 했다. 여기에 영화 '죠스'에서 상어가 등장할 때만 연주되는 곡처럼, 족제비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나오는 긴박한 음악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사용됐다. 빠르게 움직이며 사냥을 하는 장면이 인상 깊으며,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새끼를 키우기 위해 짐승을 잡아먹는다며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마지막 동물은 개다. 개는 '늙은개'와 '사냥개'가 있는데, 늙은개는 항상 같은 넘버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나 넘버와 다르게 허술한 부분이 많은 개로 등장한다. 실제로 퍼질러 누워서 자는 부분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개가 늘어져 자는 모습과 상당히 유사했다. 사냥개는 그와 다르게 상당히 빠르게 움직이며 날렵하게 다니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 마당의 늙은개 ⓒ 이다엔터테인먼트

이처럼 화려한 동물들의 움직임 묘사들만 이번 작품을 빛내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의식 역시 이번 작품을 더욱 빛냈다. 단순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동 뮤지컬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부모와의 갈등, 집단 따돌림, 자립심, 생명의식 등 청소년 시기에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이 좀 더 녹여있다. 뮤지컬을 통해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제20회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을 받은 경력이 있는 한혜수와 '올슉업', '잭 더 리퍼' 등 다양한 뮤지컬에 출연한 류수화가 '잎싹' 역을 잘 소화했다. 그 외에 현순철, 나세나, 박철완, 류성훈, 원성준, 최동호, 김민경, 조수임, 윤석류, 황수정, 안주영이 다양한 동물들을 연기했다.

  * 뮤지컬 정보
   - 제목 : 마당을 나온 암탉
   - 공연날짜 : 2015. 1. 23. ~ 2015. 3. 1.
   - 공연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 원작 : 황선미 / 각색·연출 : 송인현
   - 출연배우 : 한혜수, 류수화, 현순철, 나세나, 박철완 등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MHN 포토
문화뉴스 양미르 | mir@mhns.co.kr

독자와 공감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습니다.

-최신기사
-인기기사
영화
미술·전시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