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사람들을 돈의 가치로 판단하지 않듯이, 영화도 한번 만들어 지면 예산이 1억 또는 1,000억이 들던 간에 돈의 가치로 따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꿈보다 해몽' 언론시사회 중 이광국 감독의 마지막 한마디를 들으며, 기자의 머리는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환해졌다.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작품의 이미지가 감독의 말로 확실하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꿈과 관련된 블록버스터와 다양성 영화를 비교해서 보면 어떨까?"

그렇게 꿈과 관련해 관객과 평단의 이목을 사로잡은 블록버스터 작품을 몇 편 생각한 끝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을 선정했다. 두 작품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오묘한 맛이 있다. 과연 어떤 점이 그러할까? 최대한 영화의 스포일러를 자제한 상황에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이 글을 읽고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영화를 보는 색다른 맛을 음미할 것이다.

꿈과 현실이 얽히고설킨 줄거리
두 영화의 공통점은 줄거리에서 먼저 찾아볼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기본적으로 꿈과 현실, 환상과 일상이 반복된다. '꿈보다 해몽'을 먼저 살펴본다.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이 없는 연극 공연장이 등장한다. 배우들만 무대에서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 무명 여배우 '최연신'(신동미)이 화를 내고 뛰쳐나온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친구에게 만나자고 전화도 걸어보지만, 친구는 바빠서 만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여기에 유명 감독의 캐스팅 제의를 받고 준비하지만, 아이돌에게 그 배역을 빼앗겨 버리기도 한다. 꼬여버린 일상에 공원에 홀로 소주를 마시는 순간, 미스터리한 형사(유준상)가 나타난다. 형사가 나타나면서 이 영화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인셉션'의 줄거리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인셉션'의 의미를 알고 가야 한다. 간단하게, 어느 사람의 꿈에 침투해 무의식에 특정 생각을 넣어 그 사람이 꿈에서 깨면 그 생각을 자기가 가졌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그 반대로 '익스트랙션'이 있다. 그런 기술을 사용하는 이가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코브는 드림머신을 이용해 익스트랙션을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동료들과 함께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비밀을 알아내려 하지만 실패하고, 고용주인 '코블 사'에게 목숨을 위협당한다. 그러나 이런 실력을 감탄한 사이토가 코브를 찾아내 '인셉션' 임무를 주게 된다는 시놉시스를 갖고 있다.
 

   
▲ 영화 '꿈보다 해몽'에서 신동미(왼쪽)와 유준상(오른쪽) ⓒ 영화 스틸컷

어디가 현실인지, 꿈속인지를 구별할 수 없는, 두 작품 모두 꿈과 현실임을 구별할 수 있는 장치 혹은 소리가 숨어있다는 것 역시 공통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작품을 모두 보고난 후 꿈자리가 편안해지는 작품을 꼽자면 '꿈보다 해몽'에 손을 더 들어줄 수 있다.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앞으로가 더욱더 기대되는 '천재' 감독
이런 줄거리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잘 만들면 역작이지만, 어설프게 만들었다간 망작이라는 거다. 감독의 역량이 상당히 중요한 데, 이 두 작품 모두 앞으로 더 기대되는 감독이라는 점과 각본도 같이 쓰는 훌륭한 이야기꾼이 공통점으로 묶을 수 있다.

'꿈보다 해몽'의 이광국 감독은 '로맨스 조'로 2011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 '제21회 부일영화상' 신인감독상, '제13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 후 '로맨스 조'는 여러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이광국 감독은 차세대 충무로 이야기꾼으로 인정을 받았다. 단편 '말로는 힘들어'를 제작했고, '꿈보다 해몽'을 통해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여기에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CGV무비꼴라쥬상을 받았으며, '제44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오르는 등 작품 힘을 인정받고 있다. 이광국 감독이 기대되는 점은 감독으로 연출과 동시에 각본도 쓰는 이야기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하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조연출을 하면서 그의 장점을 흡수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내 마음이 놀랐다."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의 감상평 중 하나다.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역시 천재적인 감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7살 때부터 영화를 찍은 그는, 1998년 '미행'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첫 장편 데뷔를 신고했다. 그리고 2000년 '메멘토'로 '제17회 선댄스영화제'를 포함해 다양한 비평가 협회상을 통해 각본상을 받았다. 그 후 본격적으로 워너 브라더스가 기획 중인 '슈퍼 히어로 리부트'의 연출로 선출된다. '놀란 배트맨 트릴로지'가 그 주인공이다. 2005년 '배트맨 비긴즈', 2008년 '다크 나이트',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은 블록버스터도 잘 만들 수 있구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사이 만들어진 '인셉션'으로 SF 영화로는 드물게 '제63회 미국 작가 조합상' 각본상을 받은 그의 차기작이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다.

'인셉션'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있다면, '꿈보다 해몽'엔 유준상이 있다
뛰어난 감독의 연출과 대본을 준다고 해도 연기가 미숙하다면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인셉션'을 먼저 살펴보자. 워낙 훌륭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다. 일본의 국민 배우인 와타네베 켄을 비롯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경력이 있는 마리옹 꼬띠아르, 크리스토퍼 놀란의 페르소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이클 케인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이 중 중심은 단연 '코브'를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타이타닉'을 통해 완벽하게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렸으나, 아직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러나 그는 작품성 있는 영화들에 계속 출연하며 명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셉션'에서도 꿈과 무의식의 세계로 안내하는 '코브'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 영화 '인셉션'에 출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영화 스틸컷

물론 '꿈보다 해몽'이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도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똘똘 뭉쳐 출연했다. 그 중심엔 유준상이 있다. 영화에서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최연신' 역의 신동미는 "굉장히 에너지가 넘친다"고 유준상을 설명했다. 뮤지컬, 영화, 드라마, 앨범 발매, 예능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를 보면 몸이 걱정될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형사 역은 이미 영화 '표적'에서 맡은 바 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완벽한 경찰로 나온 것과 다르게 이 영화에서 '최연신'을 꿈의 공간으로 안내하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시계 토끼'같은 역할을 한다. 유준상 외에도 이광국 감독의 '뮤즈' 신동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매니저'로 인상을 남긴 김강현을 포함해 대학로 연극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눈길을 끈다.

이야기, 감독, 배우들까지 크게 세 카테고리로 나눠 두 영화를 비교해봤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으며 "표절이네?"라고 비하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두 영화를 모두 접한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광국 감독은 "꿈이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과 현실이 꿈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리고 다소 진지한 '인셉션'에 비해 유쾌하게 그려냈다는 점도 이 작품을 주목할 할 수 있겠다.
 

   
▲ (왼쪽부터) 이광국 감독, 유준상, 신동미, 김강현이 3일 '꿈보다 해몽' 시사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문화뉴스 장용훈 기자

유준상은 "극장에서 보시기 힘드시면 IPTV라도 꼭 보셨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에도 이런 새로운 영화들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어서 고맙다"고 우리의 다양성 영화 응원을 잊지 않았다. 한 번 이 기회에 두 작품을 비교해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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