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기군상 작 오수경 역 고선웅 연출의 조 씨 고아 복수의 씨앗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기군상(紀君祥)은 원대(元代) 잡극 작가로, 천상(天祥)이라고도 한다. 그는 대도(大都) 사람이며 생몰년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녹귀부(錄鬼簿)≫에 기군상이 13세기 후반 원 세조(世祖) 지원(至元) 연간(1264∼1294)에 활동했던 정정옥(鄭廷玉)·이수경(李壽卿) 등과 동시대인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근거로, 원대 세조 때 사람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잡극 <여피기(驢皮記)>, <판차선(販茶船)>, <송음몽(松陰夢)>, <조씨 고아(趙氏孤兒)>, <한퇴지(韓退之)>, <조백명착감장(曹伯明錯勘贓)> 6 종이며, 현재 <조씨 고아> 완정본과 <송음몽> 곡사(曲詞) 1절(折)만이 남아 있다.

원대 극작가 기군상의 <조씨 고아>는 18세기 초에 이미 프랑스어로 번역, 소개되었을 만큼 동서고금에 널리 읽히는 비극 작품이다. 당대 유명 작가이자 철학자였던 볼테르는 이 작품을 유럽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출중한 걸작이라 격찬했다.

이 작품은 ≪사기(史記)≫에 나오는 춘추(春秋) 진(晉)나라 영공 때의 간신 도안고(屠岸賈)와 충신 조순(趙盾)에 관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다.

기원전 6세기 경, 우매하고 무능한 진나라 영공은 간신 도안고(屠岸賈)를 총애하여 그에게 벼슬을 내리고 병권을 준다. 정무를 관장하던 조순(趙盾)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도안고는 조순을 모해, 반란죄를 덮어씌워 조 씨 일가를 몰살시킨다.

조순의 아들 삭과 부인 장희공주는 화를 면하지만 도안고는 조삭을 자살하게 만들고 만다. 공주 또한 얼마 안 있어 아들을 낳고 조씨 가문의 유일한 혈육인 그 아이를 가족의 주치의였던 정영(程嬰)에게 부탁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정영(程嬰)은 약상자에 아이를 숨긴 채 몰래 빠져 나오는 데 성공하지만, 아이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도안고(屠岸賈)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친아들과 바꿔 치기 해 죽게 만들고 도안고(屠岸賈)를 아이의 양아버지로 삼게 해 안전을 도모하게 된다. 그 역시 도안고(屠岸賈)의 수하로 들어가 굴욕적인 삶을 살게 되고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두 아버지를 모시고 성장한다. 그리고 그 아이인 정발이 20세가 되던 해, 정영(程嬰)은 자신이 쓰고 그림으로 그려서 만든 조 씨 일가의 멸족사건과 그것을 주도한 장본인 도안고(屠岸賈), 조 씨 가문의 유일한 혈육이 피신을 해 목숨을 보전하도록 만들고, 그것을 도와 준 은인 공손저구 등 그 전모를 밝힌 액자를 펼쳐 보여주고, 그 아이 정발이 바로 조 씨 고아임을 알리지만, 그것을 반신반의하는 모습에 자신의 팔목을 잘라, 복수를 결심하도록 만든다. 그 장면을 보고 진정임을 확신한 조씨 고아는 복수의 칼을 높이 뽑아들고, 가문의 원수인 도안고(屠岸賈)를 살해한다. 진실이 밝혀지자 진(晉)나라 왕 영공은 억울하게 죽은 조순(趙盾) 대신 조씩 고아로 하여금 부친 조순(趙盾)의 재상 직을 이어가도록 윤허(允許)한다는 내용이다.

<조씨 고아>는 고아를 중심으로 고아를 지키려고 하는 인물과 고아를 찾아 없애려고 하는 인물 간의 갈등을 통해 유교적인 봉건사상과 권선징악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죄 없이 박해당하는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을 구하려는 정의 실현에 대한 공감대 형성으로 동서고금에서 많은 반향을 일으켜 왔다.

2006년 극단 미추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손진책 예술감독, 티에친신 연출의 <조 씨 고아>도 성공작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무대는 삼면 벽에 여러 개의 갈색 휘장을 늘어뜨리고 그 휘장을 열고 닫으며 등퇴장 로 뿐 아니라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천정으로부터 긴 철 줄에 매단 쟁반, 고문용 몽둥이, 보름달, 수레바퀴, 잘린 손목 등을 극 전개에 맞춰 내려뜨려 사용하고, 무대 중앙에 세로로 된 긴 통로를 만들어 하강시켜 내리막길을 조성하고, 상수 중앙 이나 하수 쪽에도 사각의 구덩이를 조성해 하강 또는 상승시켜 모래나, 무덤자리로 조성되고, 또는 음식이 담긴 작은 상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무예대결장면에 사용되는 검 등의 병기도 적절한 느낌이다. 출연자들의 분장이나 의상 또한 시대와 인물에 어울려 공을 들인 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배경음악의 연주와 함께 무대 하수 쪽에 연주석을 마련하고, 미모의 여성연주자가 콘드라베이스를 연주해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장두이, 하성광,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이지현, 성노진, 장재호, 호 산, 강득종, 김도완, 김명기, 우정원, 전유경, 이형훈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설정과 탁월한 호연은 컴퓨터의 애니메이션 게임이나, 개그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라, 관객을 폭소와 동시에 눈물로 이끌어 가고, 커튼콜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이태섭, 조명디자인 류백희, 의상디자인 이윤정, 음악감독 김태규, 분장디자인 이동민, 소품디자인 김혜지, 무술감독 한지빈, 움직임지도 고재경, 음향디자인 음창인, 조연출 서정완, 조연출보 노현동 등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돋보여, (재)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기군상(紀君祥) 작, 오수경 역, 고선웅 연출의 <조 씨 고아, 복수의 씨앗>을 발군의 연기력과 출중한 연출력이 조화를 이룬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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