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문화 人] 자유를 향한 욕망이 더 많은 아르바이트로 귀결되는 이유…'신자유주의놀이: 빈의자' ①에서 이어집니다.

 

(왼쪽부터) 장우재 연출가, 황설하 배우

'이와삼 트랙B' 소개 부탁드린다

└ 장우재(이하 장) : 이와삼 작업은 주로 제가 쓴 희곡을 연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습니다. 그런데 한 편의 희곡이 완성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희곡을 쓰는 동안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합니다. 이렇게 긴 호흡으로 하는 작업 말고 그때그때 짧게 지금 현재 상황들을 연극적으로 대응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희곡 없이 공동창작하다시피, 배우들이 취재해온 것들을 묶어서 즉각 연극으로 만들어보고자 해요. 이게 트랙B 탄생의 첫 이유이자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제작 방식과 돈 문제예요. 이전 작업 방식에서는 일정 정도의 지원금과 우리 제작비를 함께 써야 합니다.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고 있죠. 그러나 이런 제작비를 계속해서 감당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란 판단을 내렸죠. 우리 상황이 되는 대로, 궁극적으로는 지원받지 않고 작업해야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최소한의 제작비로 진행하고, 이전의 제작 방식에서는 벗어나고자 했어요.

그리고 세 번째는 우리 모두 너무 바쁘기 때문입니다. 작업이 많든 적든 단원들 모두 바빠요. 사실상 현대인들의 시간은 너무 쪼개져 있죠. 단원들은 현재 연습할 시간조차 없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작품을 제작해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시간만 만나더라도, 일주일에 세 번만 만나더라도 연극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조금 어설플 수 있습니다. 합을 맞추는 과정이 '날것'같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걸 해야만 합니다, 자칫하면 급변하는 연극 환경에 끌려갈 수 있기 때문에, 어설플 수 있다 해도 단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직업은 '트랙A'로 명명하고, 1~2년 터울로 나올 것 같아요. 트랙B는 그 사이에 짧은 제작 기간으로 여러 차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와삼 트랙B에는 누가 속해있나?

└ 장 : 트랙B는 소속 단원을 따로 두지 않고 기존 멤버 모두 해당될 수 있는 그룹입니다. 다만 그동안 극단 작업에는 '반와삼'이라고 할 만큼 우리 극단과 긴밀하게 작업해왔던 분들도 함께 참여해왔다면, 트랙 B는 단원 주축으로 공연하고자 합니다. 물론 공연에 따라 신선한 자극을 줄 외부인 1, 2명 정도는 추가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는 극작과 연출로 작업을 주도해왔지만, 이번에는 한 명의 단원으로서 우리가 꺼낸 얘기를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는 조력자적인 입장으로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반와삼'이란?

└ 장 : 윤상화, 이동혁 배우처럼 우리 이와삼 단원은 아니지만, 우리 살림이나 제작 방식, 미학에 친근한 분들을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부르게 됐습니다. 반와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암묵적으로 다들 알고 있어요. 

└ 황설하(이하 황) : '반와삼'은 연출님의 언어를 알아듣게 돼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소화해 우리 작업에 참여하는 분들을 일컫는 것 같네요. 우리 극단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 말이죠.

요새 극단 이와삼 대표 배우 김정민 씨가 활발하게 외부 작업 중이다

└ 장 : 김정민 배우는 현재 자유단원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극단에 들어와서 2년 동안 극단 작품만 하다가 이후부터는 자유단원으로 외부 작업도 함께하고 있어요. 정민 배우가 자유단원 1호네요. 황설하 배우도 자유단원 됐습니다. 정민 배우는 영역이 넓어졌어요. 좋은 경험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 황 : 제가 막 입단했을 때 정민누나 보면서 '좋은 배우'와 '좋은 인간', '좋은 식구'를 고민하게 됐어요. 누나는 모두 귀감이 될 만한 좋은 사람이에요. 모범적이라는 말은 아니고요(웃음). 소탈하게 동생들 고민을 스스럼없이 들어줘요. 그런 게 생활할 때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비싸지 않아도 밥 한 끼 사주면서 '많이 힘든 것 같은데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역할을 늘 감당해왔죠. 그런 사람이 잘 돼서 활동 영역 넓히는 모습을 보니, 동생으로서 뿌듯함 느낍니다. 내가 잘된 것 같이 좋더라고요.

 

 

 

지난 가을에 김정민 배우와 잠깐 인터뷰를 했었다. '연극계에서 여성 배우로서는 쉽지 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여성 캐릭터를 많이 만났다'는 평에 '장 연출님 덕분'이라며 '감사하며 행운 같은 기회였다'고 답을 하더라

└ 장 : 저도 행운입니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배우를 만났으니까요. 김 배우는 시간이 지나서도 또 어떤 모습이 있을지 탐구해 보고픈 배우입니다. 지금도 '햇빛샤워'의 광자, '환도열차'의 지순 이미지 외에도 어떤 모습이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한편, 현재는 다른 극단 배우들도 보고 있어요. 사실 최근작 '옥상 밭 고추는 왜'의 현태, 구, 쏘, 균 등은 우리 극단 단원들한테서 영감 받아 만든 캐릭터들이죠. 젊은 생각 가진 청년들을 서서히 찾아보고 있어요. 이런 친구들이 조만간 트랙 A에서 등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공연 작업 도중, 이와삼 관극회원들에게 신자유주의와 관련된 경험을 묻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답장은 많이 도움 됐나?

└ 장 : 몇 분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그중 에피소드 두 편을 작품 말미에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결국 우리는 어쩌면 관극회원들의 편지를 받고 싶어서 연극을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우리를 취재대상으로 삼아봤자 뭐가 있겠어요, 비슷비슷한 삶인데. 연극하지 않는 사람들의 일상을 취재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 첫 번째 손길을 관극회원에게 내밀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확장해서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극으로 가져오고 싶어요. 하지만 선뜻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우리가 먼저 '빠따(バッター, 매)' 맞고, 관객들한테 '이거 벌 거 아녜요'하고 말하려고 해요.

우리 공연이 다수의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연은 아닐 것 같습니다. 소수의 관객일 지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려 합니다. 이게 첫 빠따니까 다음에는 '우리 모두 마음을 풀고 만날 준비를 하자'는, 약간 어설프지만 이 장을 열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답을 알아서 관객들에게 해법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그런 얘기를 함께 시작해보자는 것이죠.

이와삼의 아지트가 이화동에 있다고 들었다. '아지트'는 뭐하는 곳인가?

└ 황 : 이화벽화마을 부근에 있어요. 벽화마을 올라가는 길에 주택들이 꽤 있는데, 그 주택 중 한 건물 1층에 세를 얻었어요. 미술 작업자들이 작업하며 사는 2층짜리 건물의 1층이죠. 7, 8평 정도 됩니다. 조그마하지만 처음으로 사무실이 생겼습니다. 대출을 무리하게 해서라도 우리만의 사무실을 꾸미자는 의견이 강력하게 있었어요. 근거지라는 게 생겼다는 안도감, 안정이 생겨요. 아지트는 장 연출님이 작업하시는 공간이기도 하고, 단원들이 낮잠을 자거나, 커피 마시고, 세미나 하는 공간입니다.

└ 장 : 예전 연우무대 분장실 옆 공간을 떠올리며 아지트를 마련했어요. 연우무대 그 공간에 테이블 하나 놓여 있었는데, 거기에 할 일 없는 연극인들이 모여서 많은 얘기를 나누곤 했어요(웃음). 작품 얘기, 사는 얘기 등등 일종의 사랑방이었죠. 저도 거기서 많은 연극 동료들을 만났어요. 연우무대 식구가 아니어도 말이죠. 우리 아지트도 사랑방 같은 공간이에요. 보통 극단들은 연습실을 둬요. 저는 그게 싫더라고요. 살림을 늘리다 보면, 다시 역설적 상황이 생기니까 말예요. 

└ 황 : 지원서 쓰는 업무처럼 (연습실은) 연극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인데, 관리하는 시간이 더 걸릴 수가 있게 되죠. 

└ 장 : 뒹굴뒹굴하고 노닥거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 개인 극단이 연습실 갖는 건 무리 같아요. 소품도 마찬가지죠. 대개 소품들은 한 번 쓰고 버리게 돼요. 재활용이 안 되거든요. 저는 버리지 않고 싶어요. 목수의 대패처럼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짐이 점점 쌓이는데 앞으로 트랙B 작업에서는 웬만하면 짐을 늘리지 않고자 해요. 이번 공연을 통해 추가되는 소품은 고스트 체어(투명 의자) 하나 정도입니다. 정말 필요한 것 하나를 아주 정성들여 디자인해 쓰고 싶어요. 공연할 때마다 만들고 버리는 일은 안 하려고 해요.

 

연극 '신자유주의놀이: 빈의자' 연습 사진

이와삼, 앞으로의 이야기

└ 장 : 트랙B를 계속 진화시켜보려고 합니다. 트랙B를 통해 자본으로부터 분리되고 별 것 아닌 걸로 연극을 만들어보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면 결국 배우에게 집중할 수 있어요. 이번 작업에서는 밝넝쿨 씨의 움직임을 배우며 배우들로 극을 채우고 있습니다. 특정한 대사나 인물의 메시지뿐 아니라, 배우의 움직임이나 관객과 공유하는 공간 자체만으로도 연극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어떻게 공간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또한 트랙B를 진화시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트랙A에도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합니다.

└ 황 : 저 또한 트랙B 진화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구상 단계이지만, 내년 상반기 즈음 이번 공연을 수정, 보완해서 '느닷없이' 공연하고 싶어요. 서울시에 여러 공간이 있더라고요. 소규모 제작 공연의 장점은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장소를 우리 콘셉트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을 연습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내년에 아케이드 같은 곳에 가서 느닷없이 해보고 싶습니다. 

(장) 연출님이 제 나이 또래에 윤제문, 윤상화 선배님들과 '차력사와 아코디언'을 올리셨잖아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막무가내로 만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어요. 어딘가에 자꾸 의지하려 했던 것 같아요. 이번 트랙B 제작방식 자체가 막무가내니까 '느닷없이' 공연하기에 적합하지 않나 해요. 

이번 공연 러닝타임은?

└ 장 : 1시간 20분을 절대 넘지 않으려고 합니다. 80분 넘으면 라이트 끄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훌륭해도 시간되면 끝내려고요(웃음)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픈 말은?

└ 장 : 처음이라 어설프지만 해볼 거예요. 빠따 맞는 기분으로.

 

트랙 B 단원들 ⓒ 극단 이와삼

keyy@mhnew.com 사진ⓒ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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