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보다 맑은'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아동 연령층을 공략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든 한국 애니메이션의 틈새를 비집고 뒷맛 진득한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등장했다. 애니메이션 선배 감독들의 극찬과 함께 극장가에 등장한 애니메이션 신예 한지원 감독의 '생각보다 맑은'은 어떤 영화일까.

   
▲ '생각보다 맑은' 中 '럭키미', '사랑한다고 말해'

사실 '생각보다 맑은'의 첫인상에서 제작비 부족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다. 심플한 캐릭터, 단조로운 성우의 목소리. 조밀하게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지원 감독은 힘주어야 할 부분에만 힘을 줬다. 필요한 만큼만 재치 있게 채워낸 덕에 영화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자칫 허전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들이 멋스럽게 느껴진다. 성우들의 연기 또한 마찬가지다. 스타 성우 엄상현과 양정화가 녹음을 진행했지만 영화 전체의 톤은 차분하고 일상적이다. 관객의 일상에 더욱 가까운 목소리다.

   
▲'생각보다 맑은' 中 '코피루왁', '학교 가는 길'

영화의 내용은 깊은 생각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공감을 극대화한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괴리, 실현 불가능한 꿈들. 감독과 관객, 영화 속 인물들을 포함한 모두는 현실의 암울한 날씨에 처마 밑에만 꼭꼭 숨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록 현실의 날씨가 생각보다 맑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법한 인물들이 '생각보다 맑은' 얼굴로 처마를 나서는 모습을 조명하며 영화는 그 쓰라렸던 경험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또한 영화 곳곳의 파격적이고 신선한 연출은 눈을 즐겁게 했다.

영화에 담긴 이야기는 진로 선택의 기로에 선 젊은 커플 이야기 '럭키미',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은 커리어우먼의 이야기 '사랑한다고 말해', 음악이 하고 싶은 기타소녀의 이야기 '코피루왁', 주인의 학교 가는 길이 궁금한 강아지의 이야기 '학교가는 길'로 총 네 편이다.

문화뉴스 유하영 기자 young@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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