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내 주위에는 괜찮은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당신. 하지만 그런 당신이 혼자이지 않아도 되는 이유.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랑, 우정, 가족 등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오늘이다. 그래서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어린아이가 포스트잇에 '우리 이사 왔어요.' 라는 쪽지를 남기자 많은 이들이 그에 동참한 것은 그만큼 현대인들이 소통에 목말라 한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소통은 쉬워졌지만 내 주변에는 오히려 무관심해진 이들에게 연극 'Alone'은 소소한 위로를 건넨다.

주인공 '연수'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게 가능해진 시대에 아직도 손으로 직접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다. 그는 10개월째 원고 작업도 하지 않고 집 밖에도 나가지 않고 있다. 아침마다 1021이란 제목의 영상 속 전 여자친구 '시은'과의 인사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다. '연수'의 오랜 친구인 '미자'는 그런 그가 걱정돼 끊임없이 소개팅을 시켜주지만 '연수'는 '시은'만을 사랑한다며 모두 거부한다.

   
 

옛사랑의 미련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고 있는 자의적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장기간 자신의 집이나 방에 틀어박혀 사회적 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 '연수'. 그런 '연수'의 곁을 맴돌며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는 오랜 친구 '미자'. 그리고 '연수'의 기억에 살아남아 영상으로만 모습을 드러내는 전 여자친구 '시은'까지. 이들은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축인 '시은'은 '연수'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며, "내가 하는 말은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이야"라는 대사처럼 영상으로만 등장하는 환상이다. '연수'는 이 환상 때문에 과거 속에서만 살아가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색해 한다. 용기 내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려 할 때 방해하는 것도 '시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자'는 친구라는 명목 하에 '연수'를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소개팅을 주선하기도 하고 '연수'를 클럽에도 데리고 가면서 그가 과거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연수'는 이런 '미자'가 고맙긴 하지만 귀찮다. 그래서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자'에게 우린 친구일 뿐이라며 냉정하게 선을 긋는다. 더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미자'를 보며 '연수'는 비로소 깨닫는다. 지금 현재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를.

우여곡절 끝에 '연수'는 비로소 어제에서 벗어나 오늘을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매일 돌려봤던 1021 영상을 직시한다. 자신을 향해 해맑게 웃음 짓는 줄 알았던 '시은'은 실은 자신을 귀찮아했고, 영상 말미에는 '시은'의 집에 다른 남자가 찾아오면서 둘이 다투는 소리가 생생히 녹음돼있다. 이 영상은 '연수'에게 기억을 왜곡할 만큼 아픈 기억이지만 그를 극복하고 현재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는 '미자'에게로 간다.

   
 

명랑멜로연극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극의 분위기는 가벼운 편이다. 특히 극 중간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소개팅녀들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자칫 무겁게 흘러갈 수 있는 분위기를 가볍게 해준다.

또, 'Alone'은 무대를 둘러싼 삼면에 모두 스크린을 설치해 배경묘사뿐만 극 전체에 영상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연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연출방식이다. '시은'의 경우 스크린 속에서만 등장하지만 '미자'와 '연수'의 대화 도중에도 끊임없이 개입해 둘의 관계에 긴장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영상이 극의 내용과 조화롭길 바란다는 최종찬 연출의 말처럼 영상은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든다. 멜로연극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다소 뻔하다는 점은 아쉽지만, 영상을 활용한 연출은 흥미롭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 또한 인상 깊다. 연수 역을 맡은 김결은 각본과 소품에 쓰인 그림까지 도맡으며 팔방미인의 면모를 보였다. 김형균과 김성겸 역시 찌질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연수' 역을 잘 소화해낸다. 특히 '미자' 뿐만 아니라 소개팅녀로도 분한 전재원과 김영란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연극 정보
   - 제목 : Alone
   - 공연날짜 : 2014. 12. 9. ~ 2015. 2. 1.
   - 공연장소 : 스튜디오 76
   - 작 : 김결 / 연출 : 최종찬
   - 출연배우 : 김결, 김성겸, 김형균, 전재원, 김영란 등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주요기사
공연 최신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