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과연 '틀 안의 변화'를 시도한 재연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지난 21일 오후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프로듀서 박영석)가 프레스콜을 열었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비운의 천재작가로 불리는 미국의 시인,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의 일생을 그렸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멤버로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중화에 기여한 거장 에릭 울프슨의 유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40세의 나이에 요절한 '포우(에드거 앨런 포)'의 천재성이 번뜩이는 시와 소설들, 그리고 그의 미스테리한 죽음을 그의 어머니, 연인, 당대의 유명 목사 그리스월드와의 관계로 풀어낸 작품이다.

 

한국에는 쇼미디어그룹이 미완성 상태로 남은 작품을 가져와 이야기와 노래를 보강해 2016년 여름 초연 무대를 가졌다. 당시 김성수 음악감독이 작곡한 새로운 음악 '까마귀'를 비롯해 높은 완성도의 음악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관객들에게 호불호가 갈리지만 유니크한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남았다.

초연 당시 마이클리, 김동완, 최재림이 주연을 맡았던 캐스팅은 재연을 맞아 큰 폭의 변화를 가졌다. 트리플 캐스트임에도 피로가 엿보이던 초연과 달리 '포우' 역에 김수용, 정동하, 윤형렬, 이창섭(BTOB), '그리스월드' 역에 최수형, 에녹, 정상윤, 백형훈이 출연한다. 포우의 첫사랑 엘마이라 역에는 안유진, 최우리, 나하나가, 포의 아내 버지니아 역에는 김사라가, 어머니 엘리자베스 역에는 유보영, 허진아가, 사장 역에 임춘길, 미스터 로이스터 역에 김장섭, 머디 역에 채시현, 의사 역에 황만익, 레이놀즈 역에 조원석이 출연한다.

캐스트에서 눈에 띄는 건 연륜과 패기의 조화다. 쇼미디어그룹의 전작 '나폴레옹'에 이어 같은 역이지만 베테랑과 신인들이 동시에 포진돼 다양한 매력을 기대해볼 수 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꽃보다 남자 the musical', '나폴레옹'에 이어 올해 세 번째 뮤지컬에 도전하는 이창섭이 바로 '핵심 멤버'다. "1년 동안 벌써 세 번째 작품하게 돼서 좋다. 연달아서 하는 게 싫지 않고 너무너무 기뻤다"고 출연 소감을 밝힌 그는 1991년생 27살의 나이지만 실제 나이보다 앳되보이는 외모가 특징이기도 하다.

 

이에 박영석 프로듀서 역시 "전작 '나폴레옹'에서 뤼시앵을 한 이창섭 배우에게 '포우'를 시켜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런데 엘마이라 역에 안유진 배우가 왔는데 나이로는 이모와 조카뻘 구성이라 나하나 배우가 많이 페어로 들어가고 이창섭-안유진 페어가 아주 희귀할 거다. 혹시라도 둘이 같은 페어가 되면 절대 놓치지 말아달라"며 색다른 조합에 기대를 표했다.

안유진 배우는 "탓을 하자면 몇 년 전에 '보니앤클라이드' 했을 때 박형식 배우와 연인관계였는데 이 친구가 저와 띠동갑에 고등학교 선생님인 친구가 결혼식할 때 축가해준 학생이었다. 그정도 차이인데도 무대에선 무리가 없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제가 분장하면 동안이고 (박)형식 배우가 좀 성숙해보여서 그랬는데 이창섭 배우를 보고 살짝 두려움을 느꼈다. 과연 어린왕자같은 친구랑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무척 고민하고 좌절감을 느꼈는데 저는 계속 동안이다. 이창섭 배우가 실제보다 너무 어려보여서 그런  거라서 혹시라도 이창섭 배우와 제가 같이 공연하면 매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여유롭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나이에 관한 이야기는 이어졌다.

최연소 그리스월드인 백형훈 배우는 "가장 어리고 젊은 그리스월드니까 그런 면에 맞게 상큼한 그리스월드가 되겠다"며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한편, 김수용 배우는 배우들의 실제 나이차이가 작품에 영향을 주는지 묻는 질문에 "저희가 현실에선 형 동생, 오빠 동생이겠지만, 공연 안에서는 큰 문제나 부담이 생기진 않는 것 같다"고 정리하며 "세대 차이가 뭔가요?"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엘마이라가 보는 포우는 어떨까. 최우리 배우는 "(김)수용 배우는 저희끼리는 김수'옹'이라고 한다. 13년 전 막내때 오빠 처음 보고 상대역으로 만나서 의지하며 하고 있다. 연륜있고 능숙한 포우다. (정)동하 배우도 너무 천사같고 섬세하다. 여러분이 보시는 그대로라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 섬세하고 아껴주는 포우다. (윤)형렬 배우는 친구고 친해서 말하지 않아도 척척 통하는 파트너다. (이)창섭 배우는 엄청 연습벌레다. 스케줄 끝나도 혼자 와서 연습하고 일찍하고 연습하니까 같이 맞춰보지 않고 연습에 들어가도 문제 없을 정도다. 네 명 다 다르니 모두 보러와달라"라며 네 배우의 서로 다른 매력을 밝혔다.

 

또 눈에 띄는 건 초연 때 엘리자베스 역을 했다 엘마이라 역으로 돌아온 안유진 배우와 그리스월드에서 포우로 변신한 윤형렬 배우다.

이에 안유진 배우는 "저는 초연 때 엘리자베스 역이다가 엘마이라로, 포우의 엄마에서 연인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포우 분들이 이번에 바뀌셔서 이상한 관계는 아니게 됐다(웃음). 엄마였던 걸 다들 잊게끔 엘마이라로서 모습 더 발전시켜 보여드리겠다"는 소감을, 윤형렬 배우는 "초연 때 그리스월드하며 바라봤던 포우에 대한 시각이 지금 포우하면서 도움된다. 초연 때 본 포우들의 좋았던 점과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싶은 걸 무대에서 풀어내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 많이 사랑해달라"며 재연에서의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작품 최고의 미덕은 "음악 때문에 보러 간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올만큼 중독성 있는 음악이다. 정동하 배우는 이에 대해 "기존 뮤지컬에서 나오지 않는 음역대가 많다. 이런 음역을 소화하는 배우가 있다는 거 자체도 무척 놀라웠고 저도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연습했다. 음역대뿐만 아니라 거기서 표현해야 하는 감성이 무척 많다. 하나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음역대와 감정 두 가지를 모두 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는 초연과 다른 시도를 하되 큰 틀은 유지했다.

노우성 연출은 이에 대해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포우의 삶, 시에 대한 몽타쥬 같은 작품이다. 뮤지컬이지만, 줄거리나 서사를 설명하는 노래가 거의 없고 포우의 시를 잘라낸 단면을 보여준다. 재연의 수정 기준은 포우의 삶과 시를 더 편안하게 관객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했다. 초연에서 좀 더 불친절했던 서사를 보충하고 앙상블과 주요 배역의 경계를 분명하게 둠으로 줄거리를 따라가기 불편함 없게 만들었다. 결국 포우의 삶과 시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찾았다"고 재연의 변화를 설명했다.

 

박영석 프로듀서는 "초연을 1년 반 전에 했고 그때 아쉬운 부분들을 보완하고자 했다. 가장 중점을 둔 건 작품 자체를 스타일리시하게 만드는 거였다. 초연은 그로테스크하고 어두웠다. 포우도 광기어린 천재, 그리스월드도 거기에 반하는 인물 정도였다면 이번엔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건 포우의 작품들이 많이 녹아있다. 검은 고양이,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에너벨 리, 까마귀 등. 포우의 삶을 좀 더 감각적으로 조명하며 단순히 문제있는 천재가 아니라 점점 망가져가는 한 사람. 그리고 그를 뒤에서 조종하고 요즘 말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처럼 여러 면모를 가진 악의 축 그리스월드를 많이 표현했다. 이번에는 더 강한 면도 편한 면도 재밌는 요소도 있다"며 재연의 관람 포인트를 설명했다.

 

실제로 초연에서 앙상블과 배역의 경계를 넘나들던 의사, 사장, 엘마이라 아버지 등이 이번에는 모두 고정된 배역으로 변경됐고 프레스콜에서 선보인 하이라이트 시연에 의하면 전반적으로 무대나 조명이 밝아졌다. 포우나 그리스월드의 캐릭터 역시 더 뚜렷한 캐릭터성을 지닌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점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고난이도의 넘버를 소화하면서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던 전작이 배우들에게는 힘들었다면 마니아 관객에겐 도리어 작품에 빠지게 만드는 요소였던 것. 그러나 공통적인 반응이었던 서정적인 작품 구조에는 변화가 없으면서 내부적인 손질만으로 얼마나 서사가 친절해질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특히 '매의 날개'나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은 작품이 자신하는 킬링넘버임에도 이번에는 빈약한 안무와 불안한 연출만을 노출했다. 과연 공연 속에서 어떤 맥락으로 다뤄지는지 전체 공연을 통해 확인해야할 요소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2018년 2월 4일까지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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