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당신에게도 설명이 필요한 사이가 있나요?"

뒤로 물러서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는, 무슨 사이인지 확실히 대답할 수 없는 사이. 바로 '썸'이다. '썸'은 사귀기 전 남녀의 애매한 상태를 뜻한다.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고 있고, 스킨십이 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사귀자'고 말하지 않는 이상 연인은 아니다. 친구라기엔 너무 가깝고 연인이라기엔 조금 멀다. 어느 노래 가사 그대로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다.

영화 '오늘의 연애'는 '썸'이라는 관계 속에 놓인 남녀의 이야기다. 남자 주인공 '준수' 역은 이승기가, 여자 주인공 '현우' 역은 '문채원'이 맡았다.

준수에게는 무려 18년 된 '썸녀' 현우가 있다. 항상 부르면 달려가고 어려울 땐 도와주고 심지어 그녀의 오피스텔 비밀번호까지 알지만, 그들은 친구일 뿐이다. 연인들이 할 법한 일을 함께하면서도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난다.

사실 준수의 마음속에는 항상 현우가 있다. 하지만 그가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그녀의 썸들을 지켜만 본다. 그는 이런 관계가 괴롭다. 하지만 현우도 다른 남자들과의 '썸'에서 상처를 받는 건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항상 자신의 뒤에 있던 준수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녀가 사귀기 전 호감을 느끼고 만나는 단계는 예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이 단계가 '썸'이라는 단어로 규정되면서 오늘날의 만남은 조금 더 가벼워졌다. '썸'에 안주하며 '연애'로 나아가길 주저한다. 영화는 두 주인공을 통해 '썸'으로 대변되는 요즘 연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오히려 '썸'이라는 가벼운 관계를 통해 진지한 연애와 사랑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누구나 한 번쯤 썸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확실하게 정의할 수 없는 관계에서 상처받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우리를 대입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변화하는 그들의 관계를 통해 연애와 사랑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한편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영화 곳곳에 코믹한 요소가 배치되어 있다.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 그리고 카메오들의 연기에서 이를 찾을 수 있다. 이서진, 정준영 등의 출연진 또한 영화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연애'보다 '썸'이 흔한 요즘. '썸' 때문에 한 번쯤 고민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영화다.

문화뉴스 오수진 기자 sj@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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