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알과핵 소극장에서 극단 작은신화의 이지혜 작, 최용훈 연출의 <아이스 께끼>를 관람했다. 원제는 <팔자 드센 년의 인생 성공기>로 극단 작은신화의 우리 연극 만들기 열두 번째 작품이다.

이지혜는 극단 작은신화의 단원으로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이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싸지르는 것들> <해주미용실> <황구도> <토일릿 피플> 그 외의 작품에 출연해 호연을 보였고, <광인일기>를 각색 연출한 미녀다.

최용훈 연출은 <극단 작은신화>의 대표로 1986년 <극단 작은신화>를 창단하여 진지한 자세와 열정을 생명으로 순수 연극만을 지향하며 30년간 극단을 이끌어 왔다. 또한 우리 창작극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우리연극 만들기, 실험 단편연극제인 자유무대, 고전을 새롭게 해석함과 동시에 그 가치를 발견하는 고전 넘나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극단을 운영하면서 질적인 측면에서 한국연극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2016년 2월 공연된 <토일릿 피플>을 연출하며 변기 타고 탈출한 탈북난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부조리 하고 모순에 찬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냈으며 10월에 공연된 <싸지르는 것들>을 통해 현대사회 상류층의 속물근성과 이기주의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하는 등 활발한 연출 활동으로 2016년 한국연극연출가협회로부터 연출가 상을 수상한 중견 연극연출가다. 2017년에는 국립극단의 <광주리를 이고 가시네요.>를 연출해 기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아이스 께끼>는 마치 전대물(戰隊物)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연극이다. 전대(戰隊)는 전투부대의 약자로 일본에서 제작되어 30여 시리즈를 거듭하는 동안 빨강, 파랑, 초록(검정), 분홍, 노랑의 다섯 색의 전사가 적과 싸워 지구를 지켜낸다는 내용다.

20세기 말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도시괴담 ‘빨간 마스크’가 현실이 돼 나타난다. ‘묻지마 남성 성기 절단 사건’이 있고 그 범인은 ‘빨간 마스크’다. 남성들은 언제 어디서 잘릴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연극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인사건이 발생해 문제가 제기된 지금 우리의 사회, 여성과 남성으로 구별되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성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공포, 분노를 이야기하며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무대는 벽면 같은 넓고 커다란 검은색의 사각의 판을 출연자들이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해 진행된다. 시대적 배경은 2034년에서 2044년으로 소개가 된다.

연극은 도입에 뉴스와 함께 빨간 마스크를 쓴 괴한에게 성기를 잘린 다섯 명의 남성 소식과, 피해자들이 등장해 절단된 성기를 꺼내 보이며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전개된다. 그 중에는 생명까지 위독하거나, 정신이상이 생기거나, 자살한 사람이 있다는 보도가 계속된다.

수사관이 범인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을 하면서 연극은 주인공 정숙이라는 여인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인의 여배우가 연령별로 출연해 연기를 펼치고, 역시 주인공인 수사관 정남의 역 또한 3인의 남성배우가 번갈아 등장해 연령별로 연기한다.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관들의 노력이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레드 마스크의 범인의 범행이 계속되고, 범행이 일어나는 장소와 시간이 하나하나 소개가 되면서, 수사관 정남과 어릴 적부터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정숙과의 관계가 회상장면처럼 펼쳐진다.

과거로 돌아가면 수사관 정남과 같은 이름인 정숙의 남편이 등장을 하고, 정숙의 남편이 동성애자이기에 같은 남성과 동성애를 벌이고 있는 장면을 본 정숙이 남편과 헤어져 홀로 살게 된다. 마침 정숙의 집에 어릴 적부터 친구인 정남이 아이스 께끼를 사들고 방문을 하고, 마침 정숙의 딸인 중학교 학생이 엄마를 보려고 왔다가 엄마친구인 정남이 사다준 아이스 께끼 봉지를 들고 좋아하며 귀가도중 표 씨 성을 가진 괴한에게 강간 살해를 당한다.

딸을 강간살해당한 정숙의 충격과 비통한 심정이 동성애자인 남편을 비롯한 모든 남성들에 대한 원한과 복수심으로 폭발하고, 향후 레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남성들의 성기를 절단하게 된다. 대단원에서 아이스 께끼와 수사관 정남, 그리고 정숙의 30년간의 친분, 그리고 딸을 잃은 비통함에서 비롯된 절치부심의 복수심에서 행해진 범행임을 고백하면서 정숙은 수사관 정남 앞에서 스스로 손목에 수갑 한쪽을 채우고 정남 손목에 남은 수갑 한쪽을 채운다.

정세라가 레드 마스크 범인 정숙, 최지훈이 수사관, 오현우가 형사, 전유경이 젊은 정숙, 고다희가 어린 정숙, 박현주가 딸 정아, 신현일이 어런 정남, 김종근, 김미란, 홍승만, 이서연, 김해린, 임영혜, 조민교, 김나래, 박유진, 김주연, 박재만, 최규대, 석소연, 이지훈, 정지희, 권호조, 박다혜 등 출연자 전원의 탁월한 연기력은 2시간의 공연시간동안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커튼콜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음악 이형주, 조명 성노진, 조연출 김정민, 무대감독 이지훈, 조연출보 석소연, 진행 오퍼레이터 김하은 등 스텝진의 극과 조화를 이룬 기량발휘로, 극단 작은신화의 이지혜 작, 최용훈 연출의 <아이스 께끼>를 연출가와 출연자 그리고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감지되는 한편의 우수창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공연메모
극단 작은신화의 이지혜 작 최용훈 연출의 아이스 께끼
- 공연명 아이스 께끼
- 공연단체 극단 작은신화
- 작가 이지혜
- 연출 최용훈
- 공연기간 2017년 11월 16일~26일
- 공연장소 알과핵 소극장
- 관람일시 11월 24일 오후 8시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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