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쯤 알게 된 여자가 있다. 게시판이 활성화된 싸이월드의 모 클럽에서 알게 돼 여러 명이 술을 먹었고 여차여차 친해지게 됐다.

마음에 드는 구석이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내게 연락을 해오고
술 먹자 밥 먹자며 나를 찾았다. 당시 무척이나 무료한 생활을 하고 있던 나는
생각없이 나가 술이나 몇잔하고 밥이나 같이 먹고 들어오곤 했다.

   
 

신림으로 오라 해서 신림에서 술을 마시는데 마침 자기 집이 근처란다.
마침 정도에 그친 의미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자기 집이 근처란다

그래서 역시 별 생각 없이 바래다주고 가려는데 걸어가며 그녀가 말을 했다.
"저 언니랑 둘이 사는데 언니가 여행 갔어요"

"아 그렇군요"라며 역시 별 생각 없이 집에 거의 다다라서 손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커피 드시고 갈래요"라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난 "아뇨 별로 생각이 없네요"라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일주일쯤 뒤 다시 같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게 된 두 사람. 다시 집 앞까지 바래다주려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언니가 마침 오늘은 안 들어온다고 한다. 집을 자주 비우는구나… 라고 생각을 하며 다시 그녀를 집에 들여보내려는데 다시 한번 "커피 드시고 갈래요"라고 내게 물었다. 역시 난 웬 오밤중에 커피냐...라는 생각에 "아뇨 괜찮아요"라며 뒤를 돌아 집으로 왔다.

다시 일주일이 흐른 어느 봄날. 또 술을 마시게 된 그녀와 나. 또 집 앞까지 바래다주려는데 언니라는 사람이 회사에서 일하며 밤을 샌다고 한다. 다시금 내게 오는 "커피 드시고 갈래요"라는 말. 문득 난 내가 삼고초려 일화의 제갈공명이라도 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 나에게 세 번이나 진득하게 커피를 먹고 가라고 하다니.'

그리고 문득 그때 무럭무럭 궁금증이 생겼다. 커피를 먹고 가라고 할 때, 정말 커피를 주는 것인가. 아닌가. 들어갔는데 커피가 아닌 과일촌을 주거나, 30년 묵은 뱀술을 주진 않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들어갔다. 커피를 주긴 했다. 

 

   

[글] 아띠에떠 에이블팀 artietor@mhns.co.kr

수년의 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껴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 글덕후 노총각. 술 먹은 다음 날, 바람맞은 다음 날이어야 감성 짠하게 담긴 퀄리티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불치병을 앓고 있음. 잘 팔리는 소설가를 꿈꾸며 사인 연습에 한창임. ▶ 필자 블로그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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